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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유년의 기억, 박완서 타계 10주기 헌정 개정판 ㅣ 소설로 그린 자화상 (개정판) 1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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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한줄]
그때까지의 독서가 내가 발붙이고 사는 현실에서 붕 떠올라 공상의 세계에 몰입하는 재미였다면 새로운 독서 체험은 현실을 지긋지긋하도록 바로 보게 하는 전혀 새로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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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읽었던 때가 이 책 속의 소녀처럼 18살 학생이었을 때였다. 감질나는 끝맺음에 바로 그 후속작인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까지 연달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일제시대를 거쳐 6.25전쟁의 한가운데에 살았던 그것도 여성으로 그 시대를 살았던 기억을 이렇게 생생하게 담아낼 수 있다니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왜 그녀가 더 빠르게 등단하지 못했는지 아쉽기도 했다.
다시 읽어보니 처음 읽었을 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마음이 조금은 더 이해가 됐다. 나보다 더 어린 나이의 아이인데, 그 속이 더 깊어서 나는 그 나이에는 미처 다 담아내지 못했던 이야기가 이제야 보이고 읽혔다. 사실, 이 자전적 소설의 주인공인 '나'가 강단있는 여성으로 세상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은 강인한 어머니의 힘이 제일 컷을 것이다. 비록 아들의 교육을 위해 상경을 했지만, 딸의 교육에도 기회를 주었던 멋있는 여성이 있었기에 이렇게 멋진 작품을 남긴 것이 아닐까.
우리의 근현대사의 가슴아픈 일대기는 항상 마음이 아프고 읽기가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덤덤하게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더욱 뭉클하다. 일제시대 억압받던 사회에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은 강단에 멋있으면서도 한편으론 마음이 아렸고, 해방의 기쁨은 잠시고 뒤이어 닥쳐온 전쟁은 결국 가족의 붕괴를 불러왔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가족이 있기에 다시 이들은 일어설 수 있었을 것이다.
풋풋한 어린시절의 이야기에서 스무살 첫사랑의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또 바로 뒷이야기를 집어들었다. 어떻게 그 힘든 시절의 이야기를 이렇게 세세하고 덤덤하게 다 기록해낼 수있었을까. 그것도 나이가 40이 넘어선 시점에서야. 그리고 싱아의 맛이 궁금해진다. 고향에서의 유년시절을 회상하며 뛰노는 모습을 보면 함께 싱아를 따먹고 싶어진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산과 들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주전부리들은 지금 먹으면 사실 맛이 없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싱아를 떠올릴때면 싱그러웠던 어린시절이 생각난다는 작가의 말처럼 싱아는 기억의 맛일 것이다. 그런 의미로 나는 문득 고민해본다. 내 인생의 싱아는 무엇일까. 내 유년시절을 가득 채워준 싱그러운 기억의 맛은. 아마도 등하교길에 빨아먹던 진달래의 꿀일까.
벌써 박완서 작가의 타계 10주년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억압받아야 했던 시절에도 글로써 자신의 목소리를 내던 멋진 작가였던. 그녀가 써낸 이야기들은 우리의 역사에 한 줄의 기록으로 쌓여있지만 이 시대를 또 기록했다면 어떤 목소리로 담아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