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우지 않아도 삶에 스며드는 축복
정애리 지음 / 놀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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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그런 일이...

오늘도 수도 없이 이 마음이 들겠지만

그래도 주사 한 방 맞은 셈 치고

새 길을 걸어갑니다.

-130p.

오늘 나는 내 하루에 얼마나 감사하고 살았을까. 사실 감사하는 시간보다 내가 갖지 못하거나 아쉬웠던 시간을 먼저 떠올리며 화내고 짜증냈던 시간이 더 많았을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커다란 걱정 없이 하루를 살아낸 것에 감사함을 느껴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인생의 커다란 고비를 넘기고 자신의 길을 따라 능선을 걷는 그녀의 이야기를 보고있으면 함께 마음이 차분해졌다.



이 책은 배우 정애리가 아닌 인간 정애리의 일상을 소담하게 담아냈다. 짧지만 포근한 그녀의 이야기와 하루하루의 기록이 담긴 사진을 보고있자면 나도 오늘 하루 차분하게 감사할 일을 찾아봐야겠다 생각이 든다. 사실 연예인이라고 하면 화려한 삶을 사는 사람이라는 편견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빛나는 시간을 위해 뒤에서 고민하고 노력했었던 시간, 그리고 아팠던 나날을 버티며 어떤 생각으로 살아왔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42년이라는 시간 동안 무대 위에서 살아왔던 배우 정애리의 삶의 뒤에는 나와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을 사는 사람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매일같이 손길이 닿아야 더욱 빛을 내는 집안일과 가족이야기, 열심히 살아왔던 순간들이 모여 만들어낸 화려한 순간들, 좌절하게 했던 고통의 시간들을 나는 어떤 시선으로 이야기할 수 있었을까. 길을 거닐다 마주한 작은 풀꽃에도 감동하고, 사진에 담아낸 그녀의 일상 속 이야기들은 그녀의 시선만큼이나 따숩다.



서로의 마음을 보다듬는데는 긴 문장은 필요하지 않다. 짧은 한 줄의 문장과 찰나의 순간이 만나 오늘의 나를 한층 더 따뜻하게 만든다. 오늘의 나를 채우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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