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 사랑한다고 말해야지 - 5인 5색 연작 에세이 <책장위고양이> 2집 책장 위 고양이 2
김겨울 외 지음, 북크루 기획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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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한줄]
그러니까, 자신이 내놓은 결과물을 보고 '망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스스로에 대한 기대 따문이다. '내 원래 실력대로라면 이정도는 나와줘야지'하는 생각이 아주 조금이나마 기저에 깔려 있으니까, '내가 열심히 쓴 글이 겨우 이런 수준이라니!'하고 충격을 먹는 것이다.
'이묵돌-언젠가, 망한원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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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 위 고양이 두번째 시리즈 도서. 이번에는 다섯명의 작가가 서로의 단어를 문장으로 표현했다. 파스텔톤의 표지와 제목까지 이 책이 어떤 이야기를 담았을지를 너무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추워진 날씨에 어쩜 이렇게 같은 이야기를 다르게 쓸 수 있는 것일까. 그래서 나는 따뜻한 코코아를 곁에 두고 먹고 싶었다. 거품이 잔뜩 올라간 그래서 포근하고 달콤쌉싸르한 그런 코코아가.

9가지 주제 모두 몽글몽글함이 가득한 이야기였지만, 그래도 하나의 주제를 고르라면 나는 '망한원고' 챕터가 가장 좋았다. 아마 가장 공감한 주제고, 나도 늘 내 글에 확신이 없었어서일까. 다섯개의 글을 보고 내 스스로에게 어떤 원고가 좋은 원고이고 망한 원고일까 고민을 해봤다. 한번에 써진 글일까, 몇번이고 퇴고를 거친 완성품일까, 아니면 아직 존재하지 않는 존재일까.

나에게 망한 원고는 사실 모든 원고같다. 왜냐면, 시작조차 못했기 때문에. 쓰여지지 않은 원고가 망한 원고다. 마음 한켠에 숨겨둔 단어 몇개가 아직 전부인데 왜 이 단어들을 손 끝으로 뱉어내기가 이렇게도 어려운 것일까. 처음부터 가진 욕심을 조금 내려놓으면 이 이야기를 토해낼 수 있을까.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속으로는 이야기하면서도 온전히 납득하진 못하는 걸까.

그래, 내 옆에 고양이가 살포시 즈려밟은 원고조차도 망한 글이 아니다. 그 행위 만으로도 우리는 많은 의미와 노력을 들이지 않았는가. 그런 이유로, 온점 하나라도 찍어낸 글이라면 망한 원고일 수 없다.

정말 우리 일상의 단어 속에서 이렇게 따뜻하게 우리를 품어줄 수 있는 문장들이 나온다니. 팍팍하게 느껴졌던 일상에서 나를 포근하게 안아주는 글들이 감사했다. 그리고 작은 다짐을 했다. 하루에 한단어씩 적어도 한문장을 써보자. 내 옆에 존재들부터 하나씩 천천히. 그리고 언젠가 나도 책장 위에 올라가 몽톡한 꼬리를 흔드는 고양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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