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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마이 네임 - 이름이 지워진 한 성폭력 생존자의 진술서 너머 이야기
샤넬 밀러 지음, 황성원 옮김 / 동녘 / 2020년 6월
평점 :
[책속한줄]
몸은 새로운 틀로 사고해야 한다. 의미 있는 삶을 살려면 몸을 이용해야 한다. 몸이 없으면 아무것도 경험할 수 없다. 그러므로 당신의 몸 역시 의미 있어야 한다.
🍀
평범한 삶을 꿈꿨고, 내가 그려온 삶의 계획을 차근차근 따라 살아왔다. 그냥 그런 평범한 삶, 내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 오롯이 나의 선택으로 점철되는 삶을 원했을 뿐인데, 나는 지금 어디로 향해가고 있는 것일까. 책을 펼친 순간부터 마지막장을 읽을 때까지, 지금 숨쉬고 있는 삶이 다시 그녀가 오롯이 선택한 그녀의 삶이길 응원하고 또 응원하며. 그녀의 이름이 더이상 어떤 사건의 피해자가 아니라 주인공이자 나의 삶을 다질 수 있는 나날이길 바라며.
평범한 삶의 하루이길 바랐던 그 날이, 그녀에게 잊혀질 수 없는 하루가 된 것은 있어서도 안될 일이었다. 엄연히 그것은 폭력이었고, 가해자가 뚜렷이 있었으며 명백한 잘못이었다. 유달리 다른 폭력에 비해 성폭력 사건은 가해자보다 피해자들이 더 큰 고통을 받는다. 내 몸에 가해진 폭력조차 고통스러운 일인데, 언제부터인가 자극적인 언론의 관심은 사건의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향해 카메라를 돌렸고, 펜촉을 내세웠다. 그들은 피해자의 상처에 환부에 직접적으로 카메라를 들이대며 국민의 알권리라는 이름으로 아무런 죄책감 없이 2차가해를 시작한다.
우리는 모두 평범한 하루를 꿈꾼다. 하나하나 내가 채워가는,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한 결과에 책임을 지며 나의 시간을 꿈꾼다. 그리고 그저 나이고 싶어한다. 다른 수식어 하나 없는 그냥 나 자신의 삶. 우리가 꾸는 꿈은 곧 그들이 꾸는 꿈이기도 하다. 그녀가 죽지 않고 그 힘으로 다시 삶을 살아내는 이유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평범하게 그냥 나로 사는 것.
그래서, 우리는 그저 당신이 평범하고 아주 단순한 삶을 영위하길 바란다. 다른 수식어 없이 그저 당신의 이름으로. 그리고 당신의 용기에 함께 위로를 건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