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의 기쁨과 슬픔 - 탈모 심리 픽션 에세이
부운주 지음 / 동녘 / 2020년 6월
평점 :
절판


[책속한줄]
머리카락은 원하는 것이라기보다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 다이아몬드보다는 비타민에 가까웠고, 머리카락이 전무한 나는 갖가지 증상에 시달리게 되었다. 활력이 사라지고, 주위에 무관심해지고, 무가치함과 무기려감을 느끼고, 궁극적으론 삶에 대한 애착과 즐거움이 현저하게 저하되었다.
🍀
우리는 온 몸에 참 많은 털들이 자란다. 이 털들은 몸에서 각자의 역할을 맡아 우리를 지키는 역할을 한다. 체온을 유지하고 외부의 먼지들이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고 물이나 땀이 눈에 들어가지 않도록 지키는 등 위치에 따라 많은 역할을 한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참 많은 시간을 우리 몸의 터럭들을 관리한다. 눈썹을 깍기도 하고 머리카락을 자르기도 하며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부분의 털은 제모를 하기도 한다.

과연 이 털은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진화의 산물일까 아니면 정말 기능적인 역할을 위한 존재일까. 하루에도 우리는 몇십개에서 많게는 백여개까지 머리칼이 빠지기도하고 눈썹이 뽑히기도 한다. 모두가 겪는 털과의 전쟁이지만 이 모든 털이 없는 삶을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존재의 부재, 그것도 사춘기 10대 소녀가 겪어야 했던 강제적인 다름은 얼마나 오랜시간 아픔이자 고통이었을까.

난치병인 전신탈모 투병기를 담은 이 책은 결국 나 자신을 오롯이 사랑하기 위해 노력해온 그녀의 절절한 다짐이다. 첫 발병된 고등학생 시절부터 대학생활까지 그녀가 겪어야 했을 시선과 고통, 그리고 희망과 절망까지 한문장한문장 마음이 아팠다.

우리는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자고 하지만, 중도에서 벗어나면 그 벗어남을 인정하지 못하고 차별의 시선을 던지곤 한다. 나 역시도 그것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건 아니건 그들의 이야기는 듣지 않고 은연중에 마음 속에 선입견을 갖고 바라보기 마련이었다. 그렇다고 그 사람이 그사람이 아닌 것도 아니면서. 다름을 인정하기가 왜 그리 어려웠을까.

머리카락을 이야기하지만, 이 자리에 그 무엇을 넣어도 될만큼 생각해볼 것이 많은 이야기였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이 숨겨야할 만큼 잘못된 것일까. 스스로 선택할 수도 고쳐질 수도 없는 상황에서 그들을 차별하는 것이 올바른 것일까. 그들이 스스로 가발을 쓰고 관계를 단절하게 만든 사회에 나 역시도 동참하고 있지 않았을까.

머리카락은 결국 머리카락일 뿐이다. 없다고 '나'가 '내'가 아닌 것은 아니다. 이 단순하고도 당연한 진리가 더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다짐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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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3 13: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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