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도키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9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문승준 옮김 / 비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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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어떤 때라도 미래를 느낄 수 있어. 아무리 짧은 인생이어도, 설령 한순간이라 해도 살아 있다는 실감만 있으면 미래는 있어. 잘 들어. 내일만이 미래가 아냐. 그건 마음 속에 있어. 그것만 있으면 사람은 행복해질 수 있어.]

17살의 나이에 죽을 것을 알지만, 아이 낳기를 결정한 부부. 아들의 임종을 앞둔 아내에게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건넨 남편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17살의 도키오가 23살의 다쿠미를 만나러 떠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성실하고 믿음직스러운 남자 다쿠미는 레이코가 유전적으로 가진 질병으로 결혼을 고민할 때도, 임신한 아이를 낳아도 될지 걱정할 때도 믿음을 주고 옆에서 기다려준 성실한 남편이다. 사실 여기에서부터 나는 작은 함정에 빠졌던 것 같다. 23살의 다쿠미가 같은 인물일 것이라고 절대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남들에게 머리를 숙이는 것 자체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라고 믿는 철없는 20대의 프리터. 짧게 많은 일들을 해봤다는 것이 마치 자신의 자산이라고 착각하고 살지만 성실하게 노동을 하는 것이 바보같다고 믿으며 쉽게 커다란 한방을 꿈꾸는 철없는 20대. 여자친구에게 빌붙어 살지만 가진 것은 자존심과 허세뿐인 사람.

그런 그에게 먼 친척이라며 도키오가 나타난다. 도키오의 등장과 동시에 사라진 여자친구를 찾아 헤메이는 과정이 스펙타클했다. 가난으로 버림받았다는 상처로 첫페이지를 시작한 순간 마지막페이지를 보고야 말았으니까.

타임슬립이라는 소재는 더이상 생소한 소재는 아니었다. 최근 읽은 곰탕이라는 소설이 생각나는 비슷한 이야기였는데, 내가 알지 못하는 시기의 나의 부모를 만난다는 것은 결국 많은 이들이 가진 호기심이라는 것일까. 생소하지 않은 구성임에도 재미있었던 것은 역시 그 사이를 채우는 이야기들이 재미있기 때문이겠지.

이 이야기를 읽는 동안 작가가 참 넓은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녹여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의 버블경제가 끝나가던 시기의 청년들의 삶,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이 그당시 얼마나 놀라운 일이었는지, 이 산업을 그 당시에도 얼마나 대단한 것이라고 생각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가지 아쉬운 점은, 바뀌지 않는 미래라는 것. 아무리 노력해도 정해진 미래는 변화하지 않는 것일까. 이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작용해 변화한 미래였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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