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완전 초보가 되어 맨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사실이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자신의 약함을 인정하는 겸손함인지도 모른다.당신도 마찬가지다. 홀로 서툴게 쩔쩔맬 때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될 것이다. 자신이 쿨한 사람인지 아니면 쿨함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 사람인지 알게 될 것이다. 어쩌면 이 둘은 하나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어디에서 시작하느냐에 달려 있다.]바다 위에 겨우 내 몸하나 뉘일 수 있을법한 작은 판넬에 온전히 나를 맡기고 높게 굽이쳐오르는 파도를 향해 달려드는 이들이 있다. 거대한 파도 앞에서 인간은 두려움과 함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희열을 함께 깨닫는다. 커다란 파도에 휩쓸려 목숨이 위태로울 뻔해도 그들은 다시 무모하게 파도 위로 뛰어든다.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인데다 서핑을 잘한다고 우리의 삶이 윤택해지는 것도 아닌데, 왜 그들은 다시 파도를 향해 달려들까. 무엇이 그들을 다시 바다 위로 부르는 것일까. 불혹이라 불리는 나이 40은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한다. 그말인 즉슨 40이란 나이는 사회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안정된 나이라는 뜻이 아닐까. 안정된 삶이란 무의미한 것에 도전하기보단 더 단단하고 견고하게 삶의 루틴을 쌓아가는 시기일 것이라 생각했다. 아이들의 엄마로서도 직장으로서도 안정된 삶을 살던 40대의 여성을 떠올린다면, 누구든 정형화시켜 생각하는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이 모든 이미지를 깨부수고 그녀는 마흔이란 나이에 서퍼라는 새로운 삶을 개척했다.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실적이 쌓이는 것도 아니고 젊어서부터 좋아했던 일이 아닌 것을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은 사실 두려운 일이다. 삶의 루틴을 깬다는 것은 그래서 늘 새롭고 박수를 쳐주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다.파도에 상처를 입더라도 다시 바다위로 뛰어든다는 것. 사실 인생이라는 것이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맞거나 내 생각과는 다르게 나락으로 떨어진다 해도 다시 심기일전하고 바다로 뛰어드는 것이 아닐까. 나를 힘들게하는 병마를 이겨낼 힘도, 성과를 내지 못해 주춤하는 하루를 딛고 다시 도전할 힘도. 결국 사람이 살아가는 가장 큰 힘은 도전이 주는 희열과 작은 성공에서 오는 커다란 성취감이다. 또다시 그녀는 새로운 파도와 맞서기 위해 일어설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다시 그녀의 삶을 바라보는 내내 그녀의 도전과 작은 승리에 박수를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