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알고 있다 - 꽃가루로 진실을 밝히는 여성 식물학자의 사건 일지
퍼트리샤 윌트셔 지음, 김아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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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강하고 독립적인 여성들의 뒤에는 다시 일어서는 법과 누군가에게 지나치게 의지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배워야 했던, 상처받은 소녀가 있다."
정확히 누가 했는지 모르는, 단지 인터넷에서 보았을 뿐인 문장이지만 적어도 내 경우에 있어 정말 맞는 말이다.]

정말 슬픈 이야기이지만, 세상에는 저마다의 사연이 있기 마련이고 어떤 죽음이건 그 죽음에도 각자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었더랬다.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한 여성, 가족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던 가장의 최후, 부패되어 신원을 확인하기조차 어려운 시신, 실종자의 비극적 귀환까지.



애석하게도 죽음의 진실을 파악해야하는 사건들은 온전한 모습으로 그 당시의 상황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들은 완전범죄를 꿈꾸며 시신을 은폐하거나 훼손한다. 그러나 완전범죄는 없다. 모든 시신은 어떠한 형태로든 증거를 남긴다. 그 중에서도 식물은 사건현장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증거가 된다.



법의학자이자 식물학자로서 시신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야하는 직업은 분명 뜻깊은 직업임에 틀림없지만 그의 힘들었던 시간들이 곳곳에 담겨있어 공감도되고 존경스러웠다. 현장을 분석하고 죽음의 진실을 찾아야하는 것이 그녀의 소명이지만 부패하는 시신에 붙어있는 작은 꽃가루나 곤충들을 관찰하고 분석하며 겪는 인간적인 고뇌와 고통들이 무척 공감됐다.



식물학자이자 여성 법의학자로서 그녀가 같은 인간으로서 느끼는 연민과 연구를 하며 겪어야했던 어려움이 세심하게 그려져있다. 사건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이 책은 그녀의 삶 자체다. 식물을 연구하는 연구자이자 교수, 딸이자 엄마로 살았던 시간과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 그리고 법의학자가 되어 진실을 파헤치는 지금까지.



지금의 내가 평생 같은 모습일리는 없다. 직업이 바뀔 수도 있고, 나의 이름이 더욱 다양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역경을 겪는 날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 인생에 작은 흔적들이 모여 나의 삶에 켜켜이 쌓이고 그 역시 나의 삶을 채워주는 양분이 될 테다.



그 어렵고 고된 길을 걸었던 선구적인 연구자 페트리샤의 삶에 무한한 응원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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