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둠의 눈
딘 쿤츠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4월
평점 :
|"있죠, 마치..... 밤 자체가 우리를 보고 있는 것 같아요..... 밤과 그림자와, 어둠의 눈이요."
|이제껏 살아오면서 왜인지 설명할 수 없는 모종의 이유로 그는 죽음에 무척 매료됐다. 죽음의 형태와 본질과 가능성이 너무나 흥미로웠다. 죽음의 의미가 무엇인지 연구하고 이론을 세우는 데 흠뻑 빠진 그는 자신을 죽음의 전령이자 신의 부름을 받은 사형집행자라고 여겼다.
모성의 신격화를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엄마와 자식 간의 유대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만들어낼만큼 끈끈한 존재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된다. 간절한 염원은 초자연적인 현상을 만들어냈고, 그런 의미로 인체는 사람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존재라고 할까.
코로나바이러스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직 한참 유지되고 있다. 중국 우한시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바이러스는 치사율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감염률이 높고, 아직까지 백신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아 안전한 삶을 위한 예방차원으로 범사회적으로 고강도의 사회적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는 시점에 이 책을 만나게 됐다.
아이를 잃은 슬픔을 딛고 다시 자신의 위치에서 성공적인 위치를 향해 가고 있던 티나의 삶. 남편과 이혼한 후 다시 댄서로서 그리고 제작자로서 자신의 길을 다시 되찾았던 이유는 애석하게도 아들 대니의 죽음 때문이었다. 열두살, 삶을 꽃피워보지 못한 아들은 사고로 자신의 곁을 떠났고 장례식장에서는 참혹한 시체의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며 엄마에게도 아이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채 화장시켜버린다.
마음을 다잡으며 성공을 향해 가던 어느 날, 아직 차마 정리하지 못한 아들의 방에서 알 수 없는 현상이 일어나고 아들이 죽지 않았다는 글귀가 나타난다. 이러한 현상에 티나는 대니가 살아있음을 확신하게 되고 아들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향해 달려간다.
오컬트적 요소를 이렇게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아들이 보내는 신호는 초자연적인 현상들이 대부분인데, 외부의 힘을 들이지 않고 물건을 움직이는 폴터가이스트 현상과 아들의 위치를 찾아 떠나는 엄마의 모습은 모성을 기반으로 초자연적인 연결고리를 가진 엄마와 자식의 관계를 다시 반추한다.
이 모든 근원이 된 배경은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의 현실에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모습이라는 것 또한 놀라운 지점이었는데, 어찌보면 우리를 위협하는 새로운 바이러스의 창궐은 단순히 자연의 변화만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또다른 재난이 아닐까 싶었을 정도로 우한-400의 존재는 무서웠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40년 전 발간된 소설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세련되고 날카롭게 바이러스의 창궐을 다뤘다는 것이다. 바이러스는 숙주에 기생하며 살아가는 존재다. 인간의 과학기술이 늘어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감염률이 높고 치사율이 높은 바이러스가 점점 생겨나고 있다.
소설인만큼 치사율100%라는 부분은 극적으로 그려낸 부분이지만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새롭게 변이되는 바이러스의 발병의 가능성은 단순한 상상 속의 이야기가 아니고, 사람이기에 실수가 일어날 수 있고 그 해결책 역시 사람에게서 시작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알게 됐다.
코로나19가 팬데믹 현상으로 지구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생활에 실천하고 있고, 활동반경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있다. 바이러스가 어디에서 기원하고, 해결방안이 언제 생길지 모르기때문에 최대한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바이러스는 퍼져나가고 있다. 정말 이 책처럼 애초에 바이러스의 유출을 막았다고 통제가 가능했을까. 한편으로는 대니가 슈퍼전파자가 되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연은 사람이 활동을 멈추자 본래의 푸른 모습으로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그리고 인간 역시 이 자연에 일부다. 이 책은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자연은 끊임없이 자정작용을 하듯,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이니만큼 해결의 물꼬를 트는 희망의 존재가 생겨난다는 것. 그렇기에 나는 작게나마 이 책에서 우리의 미래와 희망까지 갖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