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는 브라질의 국민 작가 J. M. 바스콘셀로스가 1968년 발표한 소설로, 어려운 가정에서 학대받으며 자라는 어린 소년 제제가 나무를 친구 삼아 대화하고, 그를 감싸주는 비밀친구 뽀르뚜가 아저씨를 만나면서 어른이 되어 가는 성장소설이다.
다섯살의 제제는 실업자가 된 아빠와 공장에서 가장의 역할을 하며 일을 하는 엄마, 사실상 자신을 돌봐주는 누나들과 형, 그리고 자신이 지켜줘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가난한 가정에 어린 아이는 제대로 된 교육이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자라난다. 하물며 제제를 돌보는 주양육자는 부모이기보단 형제들이다. 줄지어 태어나는 동생들 때문에 누나들은 어린 나이에 육아에 지쳤고, 자신의 삶을 잃은 채 희생당해야 했다. 하물며 형제 중 한 아이는 입을 덜어야 한다는 이유로 다른 집에 양자로 보내졌다. 이 모든 이유는 가난이다.
그리고 가난은 삶의 여유를 앗아간다. 제제가 하는 대부분의 나쁜 장난은 무지에서 기인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제제의 나쁜 장난에 대해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저 폭력을 가할 뿐. 그리고 아이는 자신에게 가해지는 일련의 폭력을 자신 안에 악마가 있기 때문이라고 애써 납득한다. 처벌을 당해도 괜찮은 이유는 악마를 벌하기 위함이니까. 결국 가난은 무지를 만들고 무지는 폭력을 부르며 폭력은 가장 쉬운 수단이 된다.
그렇다고 제제가 나쁜 아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나뿐인 동생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장난감을 내어주고,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기 위해 먼 길을 함께 동행한다. 아버지를 위로하기 위해 노래를 불렀고, 집안에 보탬이 되고자 주말이면 구두닦이 통을 들고 집 밖을 나섰다. 엄마의 고됨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너무 빠르게 철이 든 다섯살.
그런 제제가 유일하게 자신의 속내를 이야기하는 건, 채 자라지도 못한 작은 라임 오렌지나무 뿐이다. 유일한 자신만의 공간이자 안식처고 친구인 밍기뉴. 밍기뉴 뿐이던 제제에게 낯선 이방인이 삶에 들어오면서 삶이 바뀐다. 한번도 자신에게 오롯한 배려를 받아보지 못한 아이에게 다가온 뽀르뚜까아저씨는 어린아이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알려주고 제제의 삶을 서서히 변화시킨다.
다섯살 인생에 찾아온 첫 황금기.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배우던 제제에게 유일한 마음의 안식처가 무너지지 않길 바랐는데, 너무나 허망하게 무너져내렸다. 그렇게 아이는 자기 안에 아이를 죽이고, 가면을 쓴 어른이 되어버려야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