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사람들, 아름다운 골목, 맛있는 음식, 좋은 날씨. 행복하기에 충분한 조건 속에서도 그러나 마음은 때때로 가라앉았어.-59p🍃특별할 것이 없는 일상 속에서도 문득문득 다가오는 우울함이 있다. 만남의 끝에는 이별이 있고, 이별은 마음 속에 생채기를 남긴다. 그리고 그 생채기를 건드리는 무언가를 만나면 우리는 어둠의 심연으로 빨려 들어가고야 마는 것이다. 우리는 수많은 시간을 켜켜이 쌓아가며 살아간다. 그 쌓인 시간에 사이사이에는 참 많은 이야기가 녹아들어간다. 그리고 문득 어느 날 책상 위에 펼쳐진 노트 한 귀퉁이에 꽂힌 사진을 보면서, 잘려진 파운드케이크의 단면을 보면서, 수영장에서 나던 락스의 음습한 향취를 맡을 때 그 기억의 한 귀퉁이도 함께 떠오르게 된다. 왜 우리는 이별을 실감하면 아파야하는 것일까. 문득 생각해본다. 남겨진 사람의 마음은 결국 생채기가 남고, 고통은 깨달음을 남기지만, 그 위에 딱지가 앉아도 우리는 때때로 그것은 즐거운 기억이면서도 그 한쪽 귀퉁이엔 서글픔이 묻어나기도 한다. 내가 기억하는 우울함 속의 당신은 어떤 마음으로 남겨질까. 안타까움일까 서글픔일까 죄책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