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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아는만큼 보인다. 이 말은 어느 분야에서나 정말 딱 맞는 말인 듯 싶다. 좋아하면 알고싶어지고, 알면 새로운 것들이 다시 보인다. 줄리언 반스의 이야기는 좋아하는 것을 오래도록 관찰한 에세이다. 사실 처음엔 그림이 많은 책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많은 텍스트에 놀랐다. 그만큼 오래도록 바라보고 관찰한 이야기들이고, 좋아하는 만큼 모두와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가 많았음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살면서 예술은 많은 부분에서 우리의 삶에 스며든다. 예체능을 직접 하는 것에는 소질이 없지만 그래도 음악을 감상하거나 그림을 보는 것은 살면서 포기 못할 즐거움 중 하나다. 대신 공연을 보거나 음반을 듣거나 전시회를 시간을 내서 다니곤 한다. 보았던 작품이어도 한번 보았을 때와 다시 보았을 때 보이는 폭이나 느끼는 감정도 달라진다. 그 당시 나의 상황이나 감정에 따라서도 달라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다시 보았을 때 처음엔 미쳐 다 보지 못한 영역까지 넓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림도 마찮가지다. 어느 순간 좋아하는 그림이 생기게 됐고, 그 작가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해졌고, 그 작품을 직접 보고싶어졌다. 미술 작품이나 작가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시점도 이와 비슷했다. 좋아하는 작품을 더욱 폭넓게 이해하고 싶어서.
17명의 작가들 중에 익숙한 이름이 채 절반도 되지 않았다. 드라크루아, 쿠르베, 마네, 세잔, 드가, 마그리트 정도가 교과서 속에서 이름을 들어본 작가들이었다. 프랑스에 갔을 때, 그나마 다녔던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한번쯤 더 유심히 보았던 작가들이었다. 사실 이들의 작품도 교과서 속에서만 보았던 내용이 아는 내용의 대부분이었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생소했던 작가의 생애부터 그 당시 유행하던 그림의 유형, 그리고 작품 속의 이야기들을 더 깊게 바라볼 수 있었다. 여전히 그림은 어렵고 읽을 수록 나는 배울 것이 아직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언젠가 이들의 작품을 다시 보게 된다면, 이제는 아는 폭이 늘어난 만큼 그들의 작품을 바라보고 읽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