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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소설
한강 지음, 최진혁 사진 / 문학동네 / 201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덮었을때 소설이라기보다는 한편마다 아름다운 시처럼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을것만 같은 작품이라고 느꼈습니다. 아름답게 새겨지는 말은 덧없는 숨결처럼 느껴지고 꿈처럼 환상적인 감각을 담으면서도 정신의 목덜미를 쓰다듬어 주는 듯한 표현이 남아있습니다. 흰색은 왜 이렇데 덧없고 부드러운 것인지, 또 흰색은 왜 이렇게 상냥하면서도 무서운 것인가 흰색은 생명의 상징으로 죽음과 삶을 같이 비추고 있습니다. 무엇에도 색칠되지 않은 흰색은 미래의 희망을 그리기 위한 캔버스와 같았습니다. 세상에 태어난 자가 몸에 더럽히지 않은 듯이 하얀 포대기에 싸여 건강하게 호흡하는 것과 같이요. 죽어가는 사람들의 운명에 보이는 것도 흰색이었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죽었다는 언니, 40도 안되는 나이에 알코올에 빠져 돌아가신 삼촌의 존재도 죽은자들의 인생은 흰색으로 빈틈없이 칠해져갑니다. 죽음이라는 것을 새롭게 태어나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죽음은 바로 흰색과 의미상통할지도.. 그저 단순히 감동했다고 쓰고 싶지 않았기에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말로 밖에 이 감정을 표현할 길이 없었습니다. 작가처럼 한 단어에 생명을 부여하는 힘을 갖고 있지 않기에 그래도 어떻게든 말을 더듬어 보면 추상적이고 오묘한 문장이 태어날 수 밖에 없는듯 합니다. 세상의 모든 흰 것에 대한 기도.. 덧없고 부드럽고 무섭지만 한강작가님의 아름다운 말이 낳는 생명을 천천히 음미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