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비탈의 식인나무 미타라이 기요시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김소영 옮김 / 검은숲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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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어둠 비탈의 식인나무]시마다 소지의 미스터리 걸작을 읽고

시마다 소지의 작품은 전작인 마신유희에서 그의 기괴한 향취를 듬뿍 느끼게 해주었다면, 또 하나의 전작인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를 통해, 셜록과 왓슨의 동양적 재림 같은 명탐정 미타라이 기요시와 이시오카를 통해 미스터리 한 추리 속으로 우리를 이끌어준다.

그간 시마다 소지의 작품을 많이 접하지는 못하였지만 시마다 소지의 작품에는 독특하게 인간의 심리 기저를 파헤쳐 들어가는 은근함이 매력적이다. 우리의 무의식 중의 어두운 부분을 건드려 자연스런 공포심이 유발시키는 맛이 있다. 때론 오컬트적인 것 같지만 오히려 컬트적인 사회상이 진하게 담기고 그 안에서 인간을 꼬집는 부분이 현실이상의 또 다른 부분까지 건드리고 있어, 단순히 호기심만 자극하지 않아 좋다.

이번에 읽게 된 어둠 비탈의 식인나무는 제목부터 그로테스크한 분위기 물씬 풍기는데 책 소개 부근에 스코틀랜드가 언급되어 있는 부분이 전작인 마신유희를 떠올리게도 만들고, 시니컬한 천재 사립탐정 미타라이와 그의 동반자 이시오카의 귀환까지 예고되어 반가운 마음에 서둘러 책을 손에 들어 보았다.

다행히 긴 연휴에 여유 있는 시간이 주어져 책에 푹 빠질 수 있는 며칠이 허락 되어준 덕에 명탐정 미타라이이시오카의 활약상을 다시 접 할 수 있었는데, 이번 '어둠 비탈의 식인 나무'는 동, 서양을 오가는 미스터리하고 호러에 버금가는 섬뜩함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미타라이라는 천재 탐정이 들춰 내는 한 가문의 섬뜩한 비밀에 접근하는 가슴 쫄깃한 추리와 그런 접근 방식이 뒤통수를 서늘하게 만들어 주어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어둠 비탈의 살인 사건은 프롤로그부터 이 책이 보여주는 기괴한 한 인물과 그가 보여주는 스너프필름 같은 엽기적인 살인장면에서 손을 얼어붙게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 40여년을 격하여 그 서늘한 스코틀랜드의 불길한 그림자를 일본 요코하마의 어둠의 비탈의 한 녹나무의 전설 까지 몰고 와 더욱 기괴한 살인사건의 혼란 속으로 몰아 넣는다.

 

이 책의 또 하나의 마력은 마치 전설에 사로 잡힌 듯한 주술적인 공포심에 있다. 우리나라도 성황당이란 마을을 지키는 토착신을 섬기는 장소가 마을 입구마다 있었고 그런 곳이면 수령이 오래된 거목이 꼭 있었는데, 그 불특정한 대상의 터부와 믿음이 교차된 곳으로 경외와 공포가 은근히 함께 했던 곳이었다. 

책에 등장하는 오랜 수령의 거대 녹나무도 수많은 사람의 피를 먹고 자랐다는 마을 사람들의 꺼리는 마음과 공포가 결합된 상징처럼 이 책의 중심에서 인간을 내려다 보는 역할을 한다.

이런 주술적인 믿음이 결합된 어둠 비탈의 2000년이상 된 거대 녹나무는 아마 그들에게는 경외내지 공포를 함께 불러 일으키는 대상이었으리라.

인간의 하찮은 수명은 그 앞에서 초라해지고 그 나무아래 수많은 희생된 인간의 부질 없는 역사와 함께 하였으니 왜 안 그렇겠냐 만은... 단지,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인데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터부의 대상이 되어버린 녹나무의 음습한 전설은 결국 미타라이 같은 냉소적인 탐정이 보기에는 하찮은 인간의 욕망의 그림자가 만들어 낸 허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책은 과거인 41년의 엽기적인 살인 사건과 현재인 84년도의 살인 사건을 오가며 전설에 부합하는 엽기적이고 판타지스런 살인 사건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이끌어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책이 여기에 머물렀다면 단순한 판타지 스릴러에 그쳤겠지만 한 가문의 묵은 비밀의 미로를, 사립탐정인 미타라이의 시선과 화자인 이시오카를 드러내어 그들을 따라다니다 보면 그들이 곳곳에 들춰내는 사건의 단서들을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하나씩 모으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들의 행동은 때론 우리의 안내자요, 때론 또 다른 의문을 만들어 내는 역할을 하지만 독자들에게는 어느새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 준다. 

시마다 소지의 작품을 신본격이라 하는데 오랜만에 본격 추리소설의 클래식컬한 맛도 볼 수 있어서 한편의 정통 추리극이 가미된 환상 스릴러라 할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 모리 르블랑의 고전인 기암성의 한 토막도 연상도 되고 말이다.

처음에는 도무지 연결이 안되었던 먼 나라 스코틀랜드의 사이코패스 이상성격자의 그림자가 어떻게 살인 사건과 연결이 되고 그 사건 속 아픔에 연민을 품게 되는 지는 직접 책을 읽어 보시는 것이 나을 것이다. 이건 마치 영화의 스포일러 같아서 작은 단서 하나라도 흥미를 반감시킬 수 있어서이다.

단지 개인적인 소감을 더 얘기 한다면 시마다 소지가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작으나마 사회적 풍자요 반전(反戰)의 메시지도 소소하게 가슴에 와 닿는 다는 것이다. 1941년의 어느 여자아이의 희생과 45년 그리고 현재의 밝혀진 살인 사건의 연계성 속에는 전쟁으로 인해 희생된 아이들과 여자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시마다 소지의 작품을 찾아 보니 몇 명의 사건을 풀어나가는 캐릭터가 눈에 보였는데 개인적으로 이 시니컬하고 냉소적인 사립탐정 미타라이와 왓슨 같은 이시오카의 조합이 참으로 매력적이다. 전작인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도 그 난해한 해석을 즐기게 만들어 주는 끈질김도 매력적이었는데 한편으로 융통성 없는 고집불통의 답답한 캐릭터가 아니라 유연하게 사람을 다룰 줄 아는 인간관계도 그렇고 셜록을 떠올리게도 만들지만 더욱 입체적인 인물이라 마음에 든다.

지역마다 사람이 꺼리는 곳이 있다면 그 장소가 문제가 아니라 그 장소를 그렇게 만든 인간이 문제일 것이다. ‘어둠 비탈의 식인 나무도 인간이 만들어 놓은 공포와 허상 속에 그 인간들의 욕망의 자양분을 먹을 수 밖에 없지 않았나 생각을 해본다. 책을 덮다 보니 天網恢恢疎而不失(천망회회소이불실)과 인과응보가 연민의 아픔과 함께 마음을 스친다.

시마다 소지와 다시 돌아 올 미타라이를 기다리며 그의 다른 작품을 찾아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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