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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여고 탐정단 : 방과 후의 미스터리 ㅣ 블랙 로맨스 클럽
박하익 지음 / 황금가지 / 2013년 1월
평점 :
[선암여고 탐정단 : 방과후의 미스터리] 여고시절을 통해 세상을 보아가는 성장담.
요즘 아이들은 꿈이 없는 세대라고 얼마 전 EBS의 모 프로그램에서 보게 되었다. 그것은 꿈을 꾸지 못한다는 말이 아니라 꿈을 꿀 시간이 없는 아이들의 생활을 역설적으로 빗대서 말하고자 꺼내 놓은 화두였다. 그만큼 지금의 아이들은 하나의 길에서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면 탈락이라고 할 만큼 초등학교에서부터 엘리트 스펙을 쌓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그 외에 길은 마치 지금부터 사회에서 소외되는 길이라고 엄중한 충고 아닌 충고에 시달리며 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교육을 걱정 하는 사람들이라고, 말은 하지만 결국 나라에서 내어 놓는 정책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더욱 이런 사교육과 스펙에 골몰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얼마 전 <학교 2013>이란 드라마를 보면서 많이들 흥분하고 또는 공감했다지만, 아직 아이들이 하는 말은 “공감하지만 아직도 현실보다는 판타지”라고 하는 말로 답을 내 릴 수 있을 것이다.
<선암여고 탐정단>은 어떻게 보면 저자의 학교 생활이 판타지처럼 묻어 나온 얘기가 아닐까? 생각이 드는 스토리가 펼쳐 지면서 여고시절의 혼란스러웠던 그 시절을 추억처럼 되새기는 미스터리한 사건과 사건의 뒤엉킴을 연작으로 풀어내고 있다.
집에서 조차 소외되는 여고 1학년 ‘채율’을 둘러 싸고 벌어지는 다섯 가지의 에피소드는 학교비리를 들춰내는 ‘무는 남자 사건’, 미성년 임신과 불법 낙태를 보여 주는 ‘세유 사건’, 왕따 사건으로 두 사람의 공방을 보여 주는 ‘정효조 사건’, 총격 사건으로 다음의 에피소드를 연결 시키는 연결고리가 되어준 ‘작가 하리온 사건’ 그리고 제자 연쇄 자살 사건의 미스터리를 보여 준 ‘하연준 선생’ 사건 등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사건들이 ‘채율’을 중심으로, 엉뚱하지만 비로소 지금의 여고생들과 같은 아이들이 등장하면서 아기자기한 학교 생활과 이 사회가 보여주는 엉킨 얘기들의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주체들로 등장을 한다. 탐정대장 ‘윤미도’, 행동대장 ‘최성윤’, 감식반 ‘김하재’, 비서실장 ‘이예희’ 이 엉뚱하지만 여고생다운 발랄함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마치 인생의 짐을 다지고 사는 것 같은 애어른’ 채율’을 변화시키며 사건들을 풀어나간다.
문제 있는 가정에 문제 있는 아이가 생긴다지만, 가정에서 조차 이 사회가 보여 주는 차별을 몸으로 겪는 ‘채율’에게는 그 모든 것이 힘겹기만 할 뿐이다. 하지만, 우연하게 들어간 <선암여고 탐정단>과 함께하는 사건의 연속 속에서, 이 세상에 자신만이 짐을 지고 사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되고 비로소 자기 연민에 빠진 자신만이 아니라 같이 있는 친구들을 보게 된다.
<선암여고 탐정단>은 저자의 맛깔 나는 어휘 때문에 더욱 재미가 있는데, 예를 들면 ‘아가일 무늬 니트에 눈물 콧물을 비벼 댓다. 마치 유기 고양이들을 입양한 기분이었다.’ 라든가 정효조 사건에서 보여 주듯이, 유리미로에 비유한 여고 아이들의 복잡하고 깨질 듯이 위태로운 심리 상태를 잘 묘사하고 있어서, 하나 하나 에피소드 속에서 나오는 그 나이 때 아이들의 도발적이기도 하고 열정의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여주기도 하는 위태 위태한 심리묘사를 고백처럼 잘 서술하고 하고 있다.
이런 사건이 연속되어 가면서 그 동안 꿈도 없이 그저 가족에 대한 반발로 무언가를 이루려 했던 ‘채율’이 가지고 배운 것은 자신의 자존감과 바로 진정한 꿈이었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 가는 이 현실에 대한 인식이고 힘이었다. 그것이 자신이 생각한 무지개 빛 미래는 아닐지라도 비로소 이제 자신의 것으로 무언가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선암여고 탐정단>은 우리가 익히 많이 들어온 여러 사회의 어두운 면과 교육현장을 둘러싼 음습한 모습이 더욱 두드러지게 드러나기도 하지만 그 또래의 고민을 그들의 목소리로 얘기 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다만 마지막 에피소드처럼 더욱 사람 사는 세상의 아픔을 보여주려 한 ‘하연준 선생’사건만을 빼면 풋풋한 아이들의 순진한 면과 어울려 나름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들만의 모습을 재미있게 보여준다.
이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같이 어울려 사는 세상이라는 것을 알게 된 ‘채율’의 성장담이기도 한 <선암여고 탐정단>은 아직도 이 시대의 진행형인 이야기라 앞으로도 또 다른 에피소드를 이 탐정단을 통해 듣고 싶다. <선암여고 탐정단> 이 사회에 너희들이 정말 필요하다. 이런 꿈과 이런 마음이 죽은 사회에서 한국의 CSI(?)가 되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