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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한 고백
조두진 지음 / 예담 / 2012년 11월
평점 :
[진실한 고백]기억이란 무엇인가?
기억이란 사람이 가진 축복인가 아니면 재앙인가? 인간이 동물처럼 본능에 의지하는 삶을 살았다면 당연히 지금과 같은 계속된 문화와 문명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단순히 사물의 경험이나 지식만을 쌓아 나가는 공간으로 기억이 활용된 것은 아니었다. 사람이 가진 그 기억이란 공간은 사람이 가진 모든 감정들인 희로애락(喜怒哀樂)의 저장 공간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인간이 가진 감정이란 것이 크게는 역사를 만들기도 하지만 작게는 한 인간을 지배하기도 한다. 그만큼 감정에 지배를 받기 쉬운 것이 인간이고 그로 인해 우리가 느끼는 행복과 불행이 좌우되기도 한다. 그리고 때론 그 감정의 기억 때문에 삶과 죽음이 결정 되기도 한다.
조두진의 소설집 <진실한 고백>에서는 바로 인간이 가진 기억이란 무엇인가를 얘기하고 있다. 단순히 그간 살아온 개인의 정보만을 담는 것이 기억이 아니라 인간이 살기 위해 어떻게 기억을 담아내고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우리도 살아오면서 즐거운 기억만이 남아있지는 않을 것이다. 추억을 하면서 회상해 보면 어떻게 그런 상황을 넘어 왔는지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들도 많을 것이다. 어쩌면 사람은 기억에 불행의 기억 보다는 행복의 기억을 남기길 더 원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요즘은 심리학의 ‘트라우마’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심리적인 상처를 얘기하기도 하고 무의식의 저편을 건드리는 최면술로 어두운 기억들을 또는 상처 받은 기억들을 끌어내어 자신도 모르는 아픔을 다시금 치료하여 심리적인 안정을 얻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런 기억이란 저장소에 자신이 구분하여 저장하고 분류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래서 신(神)이 우리에게 준 가장 큰 선물 중에 하나가 망각(妄却)이라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몇몇 사람에게는 도저히 잊혀지지 않는 일이 상처가 되어 삶과 죽음을 선택하기도 하니 인간이 받은 망각이란 선물도 이럴 때 보면 그리 썩 좋은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 같다.
이렇게 한 개인이 일생을 살면서 이런 저런 일들을 겪지만 그 속에서 담아내고 싶은 좋은 기억들만 있다면 좋겠지만 한 인생을 좌우 할만한 어느 범위를 넘어서는 기억이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냥 망각의 강물에 맡겨 버리고 그냥 이어진 시간 속에서 “이것 또한 지나가리”하며 살수 있을 것인가? 인간이 동물과 확실히 구분되어지는 경계가 이쯤인 듯 싶다.
조두진의 소설집에는 여섯 가지의 이야기가 나온다. 어떤 잊혀진 죽음의 이면을 보여준 ‘끼끗한 여자’, 시로 승화된 자신의 기억에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에 혼란을 보여주는 ‘시인의 탄생’,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무기수의 고백 속에 담긴 기억의 왜곡을 말하는 ‘진실한 고백’, 우리의 기억이 얼마나 엉뚱한지를 보여주는 ‘어머니의 손맛’, 무의식 속에 가려진 상처가 얼마나 한 사람의 인생을 지배 했는지를 보여주는 ‘이정희 선생님’, 한 소년의 기억에 담긴 상징적인 이야기와 그 기억 속에 담긴 어두운 그림자의 진실을 보여준 ‘뻐꾸기를 보다’ 이렇게 여섯 가지의 이야기가 보여주는 것은 인간이 가진 기억이란 존재가 우리에게 주는 다른 면을 얘기하고 있다.
그렇게 작가가 보여주는 기억에 의존한 우리의 생각이란 것이 얼마나 인간들의 편리에 의해 왜곡되고 자기 합리화를 하는 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반전으로 우리의 뒤통수를 치려는 작가의 의도가 아니라 이미 우리 누구나의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자기 방어 본능 인지도 모른다.
어느 선을 넘어 정신이 가진 상처에 함몰되는 사람이라면 자신도 모르게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발동되어 누구나 선뜻 이렇게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인간이 가진 나약한 심성이라고 말하기에 앞서 누구나 그렇게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생각을 합리화 하면서 아픈 상처를 피하고 자신의 기억 속에 행복한 기억으로만 남기고 싶은 것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자기 본능이라고 말한다면 맞을까?
본능이라는 말에 조금 어폐가 있겠지만 조두진의 소설집에 나온 여섯 가지의 이야기는 기억이 가지는 자기왜곡, 혼란, 또는 엉뚱한 확신, 상처, 무의식 속의 기억 등을 얘기하고 있다. 이렇게 사람들은 자신의 기억 속에 좋은 것만 남기고 싶어하는 것이 당연한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이렇게 얄팍한 기억의 저편에 항상 진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 알 것이다. 이렇게 아무리 합리화 한다고 해서 아니 자신이 믿는 기억이 확실하다 믿는다고 해서 진실이 가려지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그리고 기억이란 여려 겹의 껍질 속에 자신을 가린다고 해서, 다른 이가 모른다고 해서, 지나간 사실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아마도 평생 곱씹는다 할지라도 아마 알 것이다. 자신만은 이미 진실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지금 이순간 이 책을 읽고 있는 모든 이들은 아마 자신의 마음속에 기억을 하나 둘씩 끄집어 내볼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자신의 생각을 꾸며 놓았는지 아니면 이제는 잊어버린 기억 저편으로 던져 놓았는지를.
조두진의 소설집 <진실한 고백>은 기억이란 주제로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잊고 싶고 꺼내기 힘든 인간이 가지고 있는 어두운 본성과 그의 그림자를 들춰내니 얘기가 편하지는 않다. 그러나 흠칫 자신의 기억의 편린 속에 이런 이야기가 하나쯤 있지 않을까 의심하게 만든다.
조두진의 여섯 가지 이야기는 혹시 나도 그런 변명과 그런 도망침이 있지 않을까 다시금 돌아보게 만드는, 그런 조두진의 이야기 그대로 그런 마음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이런 인간의 본성을 들춰 내는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다시 나를 돌아보게 만들고 인간을 돌아보게 만든다. 인간이 가진 어떤 분노 속에서 자유롭지 않은 사람이라면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다른 이를 보기보다는 나를 바라보게 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