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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요 ㅣ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크레이그 톰슨 지음, 박여영 옮김 / 미메시스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담요]그래픽 노블의 또 다른 감성을 보다.
우리에게 그래픽 노블이라 하면 확실히 익숙한 분야는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익히 접해 온 ‘만화책’이라면 쉽게 이해가 갈 수 있을 것이다. <코믹스>와는 또 다른 형태로 발전해 온 <그래픽 노블>은 마치 소설처럼 장편의 얘기와 완결된 하나의 세계를 보여주는 또 다른 형태의 이야기책인데, 하나의 책에 또 다른 삽화가 첨부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즐겨 보는 만화책 형태의 책으로, 주로 성인 대상의 얘기들을 많이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자전적인 얘기를 그리고 있는 ‘크레이그 톰슨’의 <담요>도 그런 그래픽 노블 중에 하나로 자신의 어린 시절의 방황과 성장기, 그리고 사랑, 애증 등의 여러 가지 경험담을 매우 감성 깊은 언어로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보여 주고 있다.
어린 시절의 엄격한 아버지와 종교에 심취해 있는 어머니 사이에서, 이런 저런 정서적인 혼란에 휩싸이며 그런 트라우마를 안고 커온 크레이그 앞에 어느 날 사랑이 찾아온다.
하지만 어린 시절 겪었던 친구들로부터의 따돌림과 계속된 여러 상처들은 결국 크레이그에게는 어두운 자신의 그림자로 남아, 모든 것에 소심해지고 부정적이고 엄격해진다. 거기에 종교적인 영향 앞에 자신을 더욱 그곳으로 내몰지만 크레이그 앞에 구원은 더욱 더 없어 보이고 요원해 진다. 그런 중 만난 ‘레이나’는 그런 그를 이해해 주는 구원자요, 천사요, 사랑의 뮤즈로 보인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가 가지고 있는 삶의 상처 속에 동병상련(同病相憐)의 동질감을 느끼고 서로를 위로 하고 청춘 남녀가 그렇듯이 사랑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그들의 청춘만큼이나 짧았던 그들의 만남은, 그들이 살고 있는 서로의 먼 거리만큼 천천히 사랑 앞에 놓인 그들만의 삶의 무게를 벗지 못하고 담담히 좋은 추억으로 세월 속에 묻게 된다.
그리고 그들에게 남은 것은 ‘레이나’가 선물로 준 조각 천을 잇대어 만든 퀼트<담요>가 남아 서로의 아픈 마음을 하나씩 보듬고 수놓아 가던 그때를 회상해 보게 된다.
크레이그의 <담요>는 이렇게 크레이그의 성장과 사랑을 그리고 있지만 그곳에는 자기 성찰이 가득 묘사되어 있어 매우 환상적인 그림을 보여주고 있다. 마치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이나 ‘뭉크’의 ‘절규’처럼 그의 어린 시절의 혼란과 상처를 자유로운 그만의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어, 그가 어린 시절 느꼈던 아픔의 고통을 독자들에게 고백하듯이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도 유일하게 마음을 나누었던 동생과의 즐거운 회상, 그리고 종교적인 갈등과 회의(懷疑)를 판타지처럼 그려내면서 성장 후에 자신이 담담히 고백하게 되는 과정까지의 심리적인 굴곡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
가장 아름답게 묘사된 ‘레이나’ 와의 만남은 사랑이기도 하고 가슴 아린 아련한 추억이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그가 가진 상처를 씻어내고 한 사람의 어른으로 성장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게 된 중요한 때이기도 했다.
<담요>에서 크레이그는 자신의 얘기를 입을 열어 어떤 말로 전하는 묘사보다는 자신의 생각과 심중의 얘기를 마치 독백하듯이 그림으로 주로 그려낸다. 그만큼 그가 그림으로 자신을 그려내고 그가 혼란스러웠던 그때의 상처와 아픔 그리고, 사랑까지. 침묵의 언어인 그림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어 더 담담하거나 더 가슴저린 안타까움을 보여주고 있다.
‘레이나’와 사랑 이후는 더욱 담담히 그려나가고 있는데, 그럴 수록의 그가 성장하는 속에서 그의 아픔을 감내하고 이겨나가는 성장 된 자신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 청년이 된 크레이그 앞에 이제는 무서움도 두려움도 혼란도 없어 보인다. 그리고 이제는 그가 그렇게 두렵게 느끼고 보았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조차도 평범하고 오히려 이제는 초라해 보이기까지 그려진다. 그리고 결국 그 자신이 이제는 하나의 추억과 또 다른 자신의 인생을 쌓아 갈만큼 성장했음을 알게 된다.
사람이 커간다는 것은 어린 시절 어려움과 두려움에서 자신을 책임 질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크레이그가 아무리 불행한 어린 시절과 가슴 아린 사랑을 했더라도 그것은 그가 커가는 과정이었을 것이다.
그 자신의 어린 시절의 아픔은 그만큼 자신을 계속 바라보게 했고 그 가운데 고통, 외로움, 혼란, 회의, 사랑, 등은 그를 키워주는 자양분이 되어, 이제는 하얀 눈 위에 찍힌 자신의 긴 발자국들의 모습만큼이나 모든 것에서 벗어난 뒤안길을 보여준다.
크레이그가 보여주는 자유로운 그림체는 처음에는 혼란스러운 그의 마음을 따라가느라 독자도 혼란스럽지만 그가 보여주는 그만의 따뜻한 감성은 하얀 눈이 내려 앉은 코넷티컷의 숲처럼 평온 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가 성장하며 겪는 여러 일들을 같이 마음에 담다 보면 저절로 마음에 힐링이 되면서 평온해지고 푸근해지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레이나'와 서로를 보듬어 나가는 모습은 소설이기는 하지만 그림을 가득 담은 <그래픽 노블>만이 보여주는 감성이 바로 여기에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이 추운 겨울에 마음을 적시는 크레이그에 또 다른 로맨스를 그리며 그의 다른 작품을 찾으러 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