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아홉 작가정신 소설락 小說樂 2
김도연 지음 / 작가정신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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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 아홉] 을 읽고

아내가 사라졌다. 이 시점에서부터 시작하는 <아흔 아홉>은 대관령의 아흔 아홉 구비만큼 다사다난하고 복잡한 남녀간 그리고 부부의 심리를 잘 보여주고 있다.

김도연 작가를 알게 된 것은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이란 작품이 영화화 되면서였지만 그의 작법이 마치 홍상수감독의 영화 같은 느낌에 친근함이 먼저 앞섰기 때문이라면 맞을 것이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한 대학 강사의 어린 시절 대관령 구비를 넘어가던 힘든 추억담으로 시작하는 소설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지만 아내가 갑자기 가출을 한 이유를 굳이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그의 행동에서 느끼고 알게 할 뿐이다. 강릉의 집 인근에 사는 Y와의 불륜이 아내의 가출 이유라고 짐작을 할 뿐이다.

사랑…. 이 남자에게는 이제 모호한 단어가 되어 버린다. 생활에 지쳐 살다가 그냥 Y를 만나 또 다른 사랑을 하게 되었다고 생각 하고 있는, 속편 한 남자 이기 때문이다. 아내의 부재(不在)가 주는 불편함, 외로움, 그리고 어디에선가 자신을 계속 보고 있을 것만 같은 존재감. 이 모든 것이 지금 그가 느끼는 감정인 것이다. 이 남자의 감정은 참 편리하다. 아내가 집을 나갔는데도 찾는 시늉만 한다. 그리고 일년 여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에도 아내의 부재에서 오는 혼란을 Y에게서 보상 받으려 한다. 그녀가 막연히 돌아 올 것이란 생각만 할 뿐 Y와 강릉 단오제도 함께 다니며 거꾸로 아내의 부재 속에서 오는 선물처럼 여기기까지 한다.

강릉 단오제의 시시딱딱이의 가면극과 굿판을 구경하고 다니면서 대관령이란 환경이 주는 환영 속에서 그리고 황량해지는 집의 썰렁함 속에서 아내의 부재로 인한 존재감이 뒤늦게 살아나지만 남자의 심리는 결코 어느 여자도 놓치고 싶지 않은 심리를 보여준다.

남자는 굳이 이 대관령의 풍상을 자신의 심리적인 기저로 삼는 것을 주저 하지 않는다. 그 대관령의 풍상만큼 자신의 복잡한 심사를 토로 하려 하지만 결코 두 손에 쥔 떡을 놓지 않으려는 남자만의 심리를 보여준다.

그러나 아내가 돌아왔다.

갑자기 돌아온 아내와의 어색함, 안도감 그리고 한편으로는 아쉬움.

이런 복잡한 심사 속에 그간 시간과 세월 속에 퇴색된 말들이 오가게 되고 그들은 화해도 이해도 부부라는 관계 속에 묻어버리고 지나간다. 처음에는 이 남자의 심사가 참 복잡하다 여겨 졌지만 이제 느껴지는 것은 한마디로 사랑과 욕정의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중심 없는 남자의 줄타기만이 느껴 질 뿐이었다.

세월이 모든 것 속에 묻어둘 수 있는 효과 좋은 상자요 금고라면 그것만으로도 최고 일지도 모른다. 결국 맺고 푸는 열쇠는 아내에게 있었고 Y와 아내의 만남 그리고 세 사람이 대관령의 산자락을 거닐며 화해(?), 용서, 그리고 한 남자를 공유하는 협상 속에 마무리 지여진다.

얼마 전 마침 강릉 단오제가 있어서 하루 당일치기로 갔다 온 기억이 있다. 비록 대관령이 아니라 진부령을 통해 다른 길을 돌아 갔다 왔지만 그 오랜만에 느끼는 긴 굽이의 길은 아무리 새 길을 닦아 쭉 이어진 길일 지라도 보이는 작은 굽이와 옛길의 정취는 그대로 있었다.

후기에 보니 작가가 의미하는 아내와 Y를 옛길과 새로운 길의 상징이라 말하고 있지만 꼭 어떤 은유를 따지지 않더라도 대관령이 품은 이 두 길은 결국 이 산의 아흔 아홉 구비를 돌거나 품게 되니 어느덧 능선 위에서 내려다 보는 강릉은 모두 이 길을 거쳐야만 가는 삶의 길과도 같은 것인지 모를 일이었다.

강릉의 단오제에서 본 사자탈춤을 생각하며 책 속에서 본 아흔아홉의 심사, 아흔아홉의 대관령 굽이의 환상이 같이 느껴졌지만 이 생각도 해보게 된다. 서로를 인정한 여자들이 행복 했을까? 아니면 두 여자를 품은 남자가 행복 했을까?

어쩌면 별 의미 없는 의문 일지는 몰라도 작가가 느끼는 대관령은 과거와 현재가 이 안에 모두 담아지는 대관령의 넉넉함을 보여 주려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리고 왜 갑자기 홍상수 감독의 <강원도의 힘>이 생각이 나는 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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