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제국의 빛과 그림자 - 찬란한 성공 뒤에 가려진 불편한 진실
요코다 마스오 지음, 양영철 옮김 / 서울문화사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 패션 업계의 거대 기업 유니클로의 성공 과정 그리고 그 성공 이면에 가려진 불편한 진실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책이다. 

 

기존의 책들이 주로 유니클로 성공 신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면 이 책은 성공 뿐만 아니라 성공 이면에 감추어져 있는 어두운 면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것이 가능한 이유는 역시 저자 요코다 마스오가 기자 출신답게 오랜 기간동안 유니클로와 야나이 다다시 회장을 탐사취재를 했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크게 3가지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첫째, 유니클로의 창업자이자 현재 최고 경영자인 '야나이 다다시'라는 인물에 대한 평가이다. 이는 단순히 그의 성공스토리를 소개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그의 성장 배경과 가족사를 통해 야나이 다다시라는 인물이 가지고 있는 단점과 장점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소개하고 있으며 특히, 야나이 회장의 성장 배경이 유니클로의 경영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해 설득력있게 분석하고 있다.  

 

둘째, SPA(Speciali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제조 소매)라는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분석이다. 특히, 저자는 유니클로라는 기업이 SPA와 SCM(Supply Chain Management, 공급망 관리)이 결합된 형태의 회사이며 이것이 유니클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라고 평가한다. 특히, 1998년 ABC개혁(All Better Change)을 통해 유니클로가 그저 평범한 패션회사에서 패션업계의 거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인을 이 SPA로의 전환과 SCM의 개혁의 성공으로 분석하고 있다.

 

셋째, 고수익 창출속에 숨겨진 중국 공장의 어두운 노동현장 실태이다.

야나이 회장은 기업의 고수익 창출을 위해 유통구조의 혁신과 더불어 값싼 노동력을 찾아 해외 공장에서만 의류를 생산하고 있다. 처음에는 중국, 그러나 중국 노동자들의 파업을 계기로 인해 인건비가 상승하자 결국 인건비가 더 싼 방글라데시로 캄보디아로. 하지만 그마저도 현지 공장의 계속된 임금 상승에 유니클로는 현재 심각한 곤경에 처해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인건비가 더 싼 곳을 찾을 수도 없을 상황이다.

그렇다면 고수익을 유지하기 위해 야나이 회장이 할 수 있는 선택은 무엇일까? 결론은 뻔하다. 옷값을 올리거나 아니면 노동자들을 더 쥐어 짜내는 것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야나이 회장에게 열악한 노동환경의 개선을 바라는 건 애초부터 무리일 것이다.

 

특히, 노동 환경에 대한 이야기는 해외 생산 공장 뿐만 아니라 일본 본사, 그리고 수 백개의 매장에서도 제기되고 있는 문제점이다. 야나이 회장은 중독적일 정도로 고성장에 대한 강한 집착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집착은 고스란히 수 많은 부하직원들에게 과중한 업무량과 그로인한 엄청난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유니클로 직원들의 잦은 이직을 설명해 주는 부분이다. 

 

내가 만약 유니클로의 주주라면 야나이 회장은 최고의 경영자일 것이다. 그는 어떠한 좋은 실적에도 만족하지 않으며 항상 위기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끊임없는 고성장과 비전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야나이 회장은 즉시 결단, 즉시 실행을 몸소 실천하고 있으며 결과에 대해서도 어떠한 핑계도 허용하지 않는다. 유니클로에서는 과정은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결과로만 말한다.

 

하지만 내가 유니클로의 직원이라면 야나이 회장은 결코 존경받는 경영자는 아닐 것이다. 유니클로의 정규직 비율은 턱없이 낮고, 야나이 회장은 직원을 대할 때는 실적을 강요하며 폭언을 일삼는 반면 언론을 대할 때는 부드럽고 차분한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다. 

한 때 전문 경영인을 도입하고 물러나는 듯 했지만 결국은 다시 경영자로 돌아와 회장 겸 최고 경영자를 겸직하고 있다. 그는 자신 이외에 그 누구도 믿지 못하는 것같다. 아니 야나이 회장은 자신도 믿지 못하는 것같다. 그는 어쩌면 슈퍼맨 콤플렉스를 가진 경영자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우리나라의 재벌 총수들이 떠올랐다. 그들에겐 공통적으로 야나이 회장처럼 창업자의 주인의식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현재 대부분의 총수들이 창업자의 2세들이고 곧 3세, 4세들로 넘어가겠지만 한결같은 특징은 그들이 기업의 오너라는 생각이다. 심지어 우리 사회에서도 그들을 '오너'라고 칭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오너가 아니다. 주식회사의 주인은 엄연한 주주들이다. 그들은 수 많은 주주들을 대신해 회사를 경영할 뿐이다. 그런데 왜 그들은 자신들이 주인이라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우리 사회는 왜 그들을 주인으로 인정하는지 납득할 수가 없다.

또한 그들은 야나이 회장처럼 '경제 글로벌화'를 외치며 더 값싼 노동력을 찾아 더 멀리 진출하여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그들에겐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은 아마도 경쟁력없는 잉여인간들의 투정으로 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들에게 중소기업과의 상생과 이익공유는 경제학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공산주의 국가에서나 나오는 소리이며, 그들에게 직원들은 내가 주는 월급받고 일하는 내 하인들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절대 손에 쥔 것을 놓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심지어 그 손에 쥔 것이 다 자기 것으로 알고 있다. 자신들이 손에 쥔 그것이 수많은 비정규직들의 땀이고 눈물이며 정부와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원의 결실이라는 사실을 그들은 모르는 것같다.

 

나는 진정으로 우리나라에서 존경받는 대기업이 나오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유니클로 제국의 빛과 그림자를 반면교사로 삼는다면 존경받는 기업이 갖추어야 할 필요조건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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