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기가 되면 고학년 학생들이 원자력 발전에 대한 책을 찾습니다. 원자력 발전은 어떤 원리로 작동이 되는지, 장점과 단점에 대해 알고 싶어 합니다. 그렇지만 학생들 눈높이에 맞는 책을 찾는 일이 쉽지는 않습니다. 원자력에 대해 아주 자세히 나와 있지만 전문용어가 많아 이해하기 어렵거나, 정보의 양이 너무 방대해 내용을 모두 읽기 버거운 책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왜 안 되나요」시리즈는 학생들이 원해서 한 권씩 한 권씩 구입한 도서들입니다.「왜 게임에 빠지면 안 되나요?」같은 인성동화부터 「왜 5.18 제대로 모르면 안 되나요?」, 「왜 사막이 넓어지면 안 되나요?」와 같은 역사, 과학 분야의 책들로 모두 30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주인공 지훈이네 마을에서는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운동이 한창입니다. 부모님도 매일 반대 운동을 하러 나가지만, 지훈이는 집을 비운 부모님이 싫기만 합니다. 다정한 할머니가 그리운 지훈이 앞에 마리 퀴리 할머니가 나타납니다. 현명한 할머니 덕분에 원전은 많은 양의 에너지를 만들기에 효과적이라는 점을 알게 됩니다. 지훈이의 부모님은 전기를 아끼기 위해 틈날 때마다 전구를 끄거나 전기 코드를 뽑아두는데, 그렇다면 오히려 원전 건설에 찬성해야 하지 않을까요?

  마리 퀴리 할머니와 시간여행을 하면서 지훈이는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현장을 목격합니다. 그제서야 왜 부모님들이 반대운동을 벌이는지 이해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방사능은 일상생활에서 엑스레이 촬영, 식품보관용으로도 유용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원전 건설에 대해 찬성도 반대도 섣불리 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현재까지는 에너지 절약과 대체에너지 개발만이 해결책입니다. 앞으로 지훈이가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지요.

  쉬운 단어들, 단순한 전개 등을 사용해 모든 학년에 적합합니다. 원전 모형이 작동되는 그림이 좀더 실감나게 그려졌다면 학생들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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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 때 이웃에 아들 둘, 딸 하나인 집이 있었습니다. 아저씨는 가난한 골목집들 중에서는 돈도 꽤 잘 벌었고, 아줌마도 당시 동네에서는 보기 드문 미인이었습니다. 아들들과 함께 외출을 하는 아줌마의 어깨는 늘 당당해보였습니다. 막내딸이 집밖으로 나오면 금세 얼굴이 어두워졌지만 말이죠. 그 때는 그 집 막내 얼굴이 좀 이상하고 행동이 어눌하다고만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 아이는 다운증후군이었습니다. 대부분 집 안에서만 생활하던 아이였습니다. 골목으로 나와서 놀고 있는 우리들에게 뭐라고 말을 붙이려 들면 바로 아줌마의 고함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막내딸만 아니면 그 집은 걱정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봄이 되면 각 학급 교실에서 학예회가 열립니다. 학생들이 순서를 정해 합창뿐만 아니라 독창, 독주, 영어연극, 꽁트, 시 발표회, 댄스 등을 초대한 부모님들 앞에서 선보이는 날입니다. 참 떠들썩하고 기분 좋게 분주한 날이죠. 이 반 저 반을 웃으며 구경하느라 바쁘게 복도를 걸어가다가 우연히 화장실에서 나오는 학부모님 한 분과 마주쳤습니다. 많이 울었는지 눈이 벌겋고 어깨는 여전히 들썩였습니다. 도움반 아이의 어머니셨습니다. 모두 어설프지만 음악에 맞춰 단체 춤을 추는데, 아이는 가만히 서 있거나 갑자기 앞으로 나와 옆, 뒤에 있는 친구들이 옷을 끌어 다시 줄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몇몇 분들은 장애에 대해 얘기할 때 유전, 엄마의 양육방식이나 임신 중 잘못된 행동에서 그 원인을 찾기도 합니다. 그러한 주변 시선을 의식해서일까요? 장애를 가진 아이와 함께 등교할 때 마치 죄지은 사람처럼 움츠러들고 소심한 엄마들의 모습을 볼 때면 저도 함께 마음이 어두워집니다. 간혹 그 댁 사정을 아는 사람들을 통해 전해오는 얘기들은 그 집 아저씨는 육아에 별 관심이 없고 아줌마만 하루 종일 육아에 매달린다는 얘기들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전업주부이다 보니 엄마들이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이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엄마가 아닌 아빠의 시선에서 볼 수 있어서 새로웠습니다. 엄마만 모든 불행을 혼자 껴안는다고 생각했는데, 아빠도 많이 자책하고 아파하고 눈물을 흘린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순수한 아이 같은 마음을 가진 남성이 그렇게 자기를 닮은 순수한 여성을 사랑하고, 자신들의 아이 은재를 사랑하는 풍경이 깨끗하게 전해졌습니다. 시인답게 아픈 현실을 동화처럼 표현하기도 하고, 남들이 봤을 때는 웃음을 찾기 힘든 환경에서도 소소한 즐거움을 더 큰 행복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존경스러웠습니다.

  서울살이를 하는 대부분은 그렇지 않습니까? 지방에서 올라와 독립을 하기까지 여러 험난한 과정을 거치고, 그동안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부모님의 삶에 대해 새삼 경외감을 가지며 세상살이가 만만치 않음을 절감합니다. 무수히 많은 좌절에 빠지고 그보다 더 무수히 많이 다시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고 삶을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들구요. 그 와중에 이 부부처럼 은재가 태어난다면 보통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이야기의 중심은 한 가족의 사랑이지만 저는 그 주변사람들이 떠올랐습니다. 양가부모님과 가족, 친구뿐만 아니라 이웃과 사회복지시설, 병원, 유치원 등이 말입니다. 더 크게 보면 이 가족이 속해있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 모두이겠습니다. 한 가족이 부양의 의무를 다하기에는 너무도 버거운 현실입니다. 웃는 아이, 행복한 사람들을 보는 것만큼 내게 힘이 되는 일이 있을까 싶습니다. 행복은 불행보다도 몇 백배, 몇 천배 전염성이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도 당신도 누군가의 가족인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배려가 필요합니다. 저는 나약해서 생각만 앞섭니다. 만약 당신이 배려하는 모습을 보면 은근슬쩍 따라할 것 같습니다. 당신에게 부탁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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