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처음으로, 텅 빈 느낌이 들지 않았다.
불을 쬐는 고양이처럼 평화로운 느낌이다. 눈치챌 수 없을 정도로 느린 속도지만 삶의 리듬이 나와 욜란다에게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밀물과 썰물이 천천히 밀려들어 오듯이. 어제 나는 와인 한 병과 대형 사이즈 초콜릿을 샀다. 아주 사소하지만 큰 의미가 있는 행동이었고 우리에겐 희망과도 같았다. 네가 돌아올 거라는 희망은 아니지만 네가 떠난 뒤에도 삶이계속된다는 그런 희망. 쏘아보셔우드를 올려 쓰고 담배에 불을난 일어났지만 불을 켜지 않고 해가 뜨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진주빛으로 빛나는 하늘을 뒤로하고 바람에 실려가는 구름은 마치수천 개의 어린아이 발자국이 찍혀 있는 것처럼 아름다웠다. 어떤 것도 이전과 같을 수는 없겠지만, 모든 것이 고요한 시간의 짧은 평화마저도 없어진 건 아니다.
단지 풍경 속 뭔가가 달라졌을뿐이다. 말하자면 해변의 아주 작은 조약돌 하나가 움직이며 주변의 다른 조약돌 두 개를 건드려 굴러떨어지게 했고, 그 사이로 흘러나온 물이 모래에 스며들었다. 이 슬픔은 너를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내가 치르는 대가다.
나는 밖으로 나가서 하염없이 걷고 또 걸었다. 다리가 기분 좋게 후들거리고 마음이 충만하고 강해질 때까지. 가끔 더 긍정적인마음이 될 때면 나는 내가 얼마나 생생히 살아있는지 생각하기를좋아한다. 너는 네 삶을 빼앗겼을지 몰라도 내 삶은 그렇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