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라이터가 이렇게 말했거든요. ‘누굴 미워했는지 잘 떠오르지 않지요? 썼다고 해도 아까 쓴 이름과는 다른 이름이지요? 새로 쓴 이름도 지워봅시다. 지워지죠? 이게 무슨 뜻일까요? 종이에 쓴 글자는 지우개로 지우고, 마음에 쓴 미움은 뭘로 지운다? 세월로 지운다. 다들 오래 사시길 바랍니다. 어떤미움도 남지 않을 때까지.‘ 

밖으로 나오니 해는 이미 저물어 있었다. 조금은 서늘했다.
여름은 이제 그 뒷모습을 보이며 멀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밤과 가을은 아직 오지 않았다. 그렇게 낮과 밤 사이, 여름과 가을 사이로 둘은 걸어갔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상실의 세상이다. 한때의 모든 것은 결국 사라진다. 시간을 여행한다는 건 그런 의미다. 시간의 여행자는 반드시 누군가와 헤어지고, 뭔가를 잃어버린다.
그리고 여행은 계속된다.

 나는 내게서 뭔가를 뺏어가고 또 뭔가를 주는 시간에 대해 생각했다. 시간이 내게서 뭔가를 빼앗아갈 때는 얼마나 잔인했는지. 그러나 뭔가를 줄 때는 또 얼마나 다정했는지.
앞으로도 나는 그렇게 울고 또 웃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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