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
임솔아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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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작가 임솔아의 두번째 장편소설입니다. 티저북이라 책의 일부 내용인 '2부 관찰의 끝'만 읽을 수 있지만 각 부의 주인공에 대한 소개가 간략히 나와 있습니다. 처음는 주인공들의 관계를 전혀 알 수 없지만 책을 읽은 후에 다시 보면 그 인물들이 어떻게든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각 부의 주인공들은 잠깐씩 등장하지만 어떤 이야기들이 존재하는지 궁금해져서 정식 출간본을 꼭 읽어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2부의 주인공인 우주가 그들의 눈에는 어떻게 묘사되는지도 궁금하거든요.



2부 주인공인 우주는 여자지만 어렸을 때부터 다른 여자 아이들을 이해하는데 어려웠고 관찰을 통해 비슷해 지려고 노력합니다. 과학이나 남자 아이들이 좋아할 법한 것들에 더 관심이 많은 아이, 우주. 이런 우주가 고등학교에서 만난 선미를 사랑하게 되고 성인이 되어서도 선미와의 관계를 유지하려고 여러 노력을 하는 과정들이 슬프기도 하고 위태롭기도 하게 다가옵니다.


우주는 관찰하는 사람입니다. 어떤 일이든 관찰하고 묵묵히 분석하여 필요한 것은 적절히 취하여 자기의 것으로 만듭니다. 이렇게 영리하고 똑똑한 우주가 좀 더 우주를 한 인격으로 잘 이해해 주고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면 어땠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들었습니다. 선미는 우주를 늘 걱정하게 하고 다른 것들을 찾아 헤매게 했어요. 그런 불안과 불충족된 관계가 아니었더라면 우주는 조금 더 행복했을 것 같아요.


한동안 우주는 이삿짐을 정리하 지 못했다. 방에 햇빛이 들어오면 허공을 떠다니는 먼지들을 구경했다. 보일러도 켜지 않은 채 차가운 바닥에 누워 있었 다. 몸에 살얼음이 끼는 듯했다. 숫가락과 젓가락이 그릇에 부딪칠 때 나는 소리가 지나치게 크게 느껴졌다. 잠에 빠져드는 방법을 잊어버려 밤새도록 눈을 뜨고 있었다. 어느 밤엔가는 선미가 전화를 걸어왔다. 우주는 받지 않았다. 어느 밤엔가는 우주가 선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미는 받지 않았다.
딱 한 번 선미는 우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우주야. 눈이 많이 와
우주는 답하지 않았다. 우주도 딱 한 번 메시지를 보냈다.
어디 있니. 선미야.
한 명이 무너진 그 순간에 다른 한 명은 무너지지 않았다.
약속이라도 한 듯 침묵했다. 서로의 침묵에 잠깐씩 기대며 우주와 선미는 무사히 멀어졌다. _본문 중에서



위의 발췌 부분은 저에게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어서 남겼는데 지금 보니 책표지 뒷장에 똑같은 부분이 인쇄되어 있어서 왠지 더 반가웠어요. 😊
티저북은 정말 재밌네요. 짧아서인지 흡입력이 더 좋은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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