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무탄트 메시지 - 그 곳에선 나 혼자만 이상한 사람이었다
말로 모간 지음, 류시화 옮김 / 정신세계사 / 2003년 8월
평점 :
절판


질경이를 매일 찾아다니던 때가 있다. 길가와 산 속, 양지와 음지, 등의 환경의 차이에서 드러나는 질경이의 삶을 찾고자 매일 같은 실험을 반복하던 일이 생각난다. 인적이 드물고 자라기 수월한 곳에서는 뿌리가 가늘고 짧으며 잎이 둥글었지만, 삐걱대는 구두에 밟히고 자라기 힘든 곳에서는 뿌리가 굵고 길며 잎이 성난 사자 갈기처럼 뾰족했었다. 이처럼 질경이는 자연이 던져준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자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는 식물이었다. 그 모습이 억척스럽고도 당당했다. 그래서일까. ‘당당한 검은 백조’를 대하면서 문득 질경이를 탐구하던 일이 떠올랐다. 자연이 던져준 환경 속에서 그 주어진 환경에 만족하고 감사할 줄 알며, 자기 자신을 굽히어 당당하게 살아가는 ‘검은 백조’가 질경이의 삶과 닮았던 것이다.

참사람 부족은 자연과 조화를 이룰 줄 아는 대가들이었다. 그들은 우주 만물을 이용하지만 어느 것 하나 어지럽히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날 줄 알았다.(p.153)

오스틀로이드라고 불리는 참사람 부족은 자연이 허락한 범위 안에서 자기 자신을 발전시키며 당당하게 살아가는 부족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눈에, 어머니 대지를 파헤치고 자연이 준 범위를 깨뜨리고 이용하려는 문명인들이 돌연변이로 보였던 것이 아닐까. 그런데 지구는 지금, 자연이 건넨 환경에 만족하며 자기 자신을 그 속에 맞추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닌 자기 자신에 맞추어 환경을 변화시키려는 돌연변이, 곧 참사람 부족들이 부르는 무탄트들로 가득해져 있다. 이에 불안함을 느낀 참사람 부족은 메시지를 보내온 것이다. 무탄트들이 너무 늦기 전에 모든 생명이 하나라는 사실을 깨닫고, 서로 헤치는 것을 중단하라는 소망을 담아서 말이다.

돌연변이들이 추구하는 자연이 제공한 범위를 넘어서서 끊임없이 과학기술문명을 발전시켜 나간다면 삶의 질적인 풍요로움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굳이 참사람 부족처럼 살 필요가 있는 것일까? 과학기술은 말한다. 그 문명이 발전될수록 환경오염 된 대지를 어루만져줄 수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과학기술문명이 자연이 제시한 범위를 넘어선 순간, 인류는 자연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버린 것과 같다. 자연을 거스르려는 시도가 행해진 순간, 자연의 격을 무너뜨리고 짓밟는 단계를 거쳐 가는 셈이다. 더 잔인한 사실은 자연을 무시한 그 발걸음이 자신에게 돌아와 생명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질경이의 삶을 생각해보면 참사람 부족과 무탄트 사이의 메시지를 되새겨 볼 만하다. 질경이는 자연이 건넨 환경에 만족하며 자기 자신을 변화시켜 산다. 그중에서는 어머니 대지의 위에 서서 자신에게 환경을 끼워 맞추려던 돌연변이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의 흔적은 찾기 힘들다. 그렇다. 참사람 부족이 부르는 무탄트 역시 독단적인 삶을 이끌어가려고 한다면 결국 인류의 생명은 위협받게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자연과 공존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움직여야할 때이다. ‘무탄트메시지’가 삶의 중심적인 톱니바퀴가 되어 돌아가야 할 때이다. 질경이의 삶이 건넨 울림과 참사람 부족의 메시지가 만나 우리의 삶을 채찍질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가 서 있는 곳에서 잘못을 돌이키기 위하여 뒤로 갈 수는 없지만, 지금이나마 현실을 깨닫고 자연과 공존하는 행로를 향한 발걸음을 옮겨야 할 때이다.

이 책을 통하여 참사람 부족은 참 미개한 인종이라고 비난하는 자가 있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과학기술문명을 향한 종종걸음을 멈추고, 참사람 부족과 아울러 질경이의 삶을 살펴보아야 한다. 그 하찮게 여겼던 부족과 식물에게서 우리 삶의 방향을 보아야 한다. 참사람 부족들이 건넨 메시지를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작은 손길, 내딛는 발걸음에 실현시켜야 한다. 자연이 건넨 환경 속에서 우리 자신을 반성하고 변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 이것이 책을 통하여 찾아온 참사람 부족의 선물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황금 물고기
J.M.G. 르 클레지오 지음, 최수철 옮김 / 문학동네 / 199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시몬느를 두고 허공에 흘려버리는듯 예술비평가에게 내뱉던 덩어리들.

그러나 그의 얼굴에 내가 자기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여기는 기색이 어린 것을 보고,
나는 그를 빤히 바라보며 그가 알아듣도록 큰 소리로 에메 세제르의 시를 낭송했다.

내게는 나의 춤을
못된 흑인의 춤을
내게는 나의 춤을
족쇄를 깨는 춤
감옥을 날려버리는 춤
흑인이란 아름답다 - 착하다 - 정당하다는 춤을

비평가는 꼼짝 않고 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박수를 치기 시작하더니 이렇게 소리쳤다. "들어봐. 이 젊은 아가씨가 하는 말을 들어보라구. 여러분한테 들려줄 말이 있대!" 이윽고 시몬느를 노래를, 오직 나만을 위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허점이 보이는 순간을 허락하지 않는 바다,
거친 바다를 상대하는 나비이기보다는
고개숙여 바닷물에 자신을 숨길줄 아는 황금물고기 "밤" 라일라,
거친 바다에 몸을 담궈 함께 숨쉬면서 지켜보고
이제는.. 그녀의 눈에 담긴 경험을 바탕으로 바다의 허점을 파고들어 강으로 역류하는 인간,
한 명의 인간.

바닷물에 손을 담그면 물살을 거슬러올라가 어느 강의 물을 만지게 되는 것이다.이곳에서 사막 먼지에 손을 올려놓으며, 나는 내가 태어난 땅을 만진다,내 어머니의 손을 만진다.

사막, 황금물고기의 표류의 도착지.
자신에게 돌아온 라일라에게 포근함을 건네는 대지.

나,
황금물고기의 눈을 갖을 수 있을지,
용기있는 표류로 심안이 끌고가는 도착지를 행할 수 있을지,
라일라의 눈에서 읽은 삶의 과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