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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너의 이야기 동화에세이 D,D 1
송선미 외 지음 / 핌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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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실 동화에세이라는 장르에 주요 독서 대상은 아동인가 싶었다. 그런데 책 소개와 참여 작가의 말 그리고 동화를 직접 읽어보니 어른이 읽으면 더 좋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흔히 아동책에서 볼 수 있는 그림을 접할 수 있어 푸근했지만 내용은 그리 가볍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생을 읽고 그 빈자리를 채우며 성장한 첫째의 이야기나 가정폭력으로 힘들어하던 아이가 자신의 환경과 상처를 이해하고 남의 아픔까지 돌아보게 되는 일들... 그리고 해야만 하는 일을 관계의 허전함에서 타인의 소중함을 알고 관계를 위해 하기 싫은 일도 서로 도우며 해야 한다는 걸 배울 수 있던 순간까지. 이 책 <<어쩌면 너의 이야기>>에서는 여섯 작가가 어린 시절부터 어른이 되기까지 그리고 가족과 타인과 나라는 관계를 돌아볼 수 있는 이야기를, 각자 스토리와 그림으로 풀어내는 방식이 달라, 밝거나 어둡고 종이접기 같기도 하고 채색한 것 같기도 한 다양한 글과 그림 형태로 만나볼 수 있었다. 

p. 52

결국 또 커지고 있는 내 뺨.

나는 웃지 않았어. 부풀지 못하도록 누르지도 않았어. 그저 뺨의 고통을 가만히 바라보았지. 그리고 그 뜨거움을 가슴으로 느끼고 싶었어. 눈을 감고 뺨을 쓰다듬어보았어. 쓰다듬는 손을 따라 그 부위가 따끔거렸어. 부풀던 뺨은 내 손길이 닿자 잠자코 있었어. 잠시 나를 기다려주는 듯했어. 나는 이 뺨 풍선이 이제야 나의 일부로 느껴졌어.

"미안해. 너를 부끄러워하고 숨기려고만 했어. 네가 아파할 때마다 외면해서 정말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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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가격표 - 각자 다른 생명의 값과 불공정성에 대하여
하워드 스티븐 프리드먼 지음, 연아람 옮김 / 민음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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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가격표란 말이 충격적이진 않다. 그럼에도 이 책이 나올 수 있던 건 학자의 생각을 꼭 전해야 했기 때문이 아닐까. 사람의 가격표는 계속해서 매겨질 수밖에 없는 사회이지만 그 속에서 간과하기 쉬운 인권과 생명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마음을 잃지 않도록, 함께 목소리를 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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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존재감 있는 사람입니까? - 끌리는 사람에게는 이유가 있다
김범준 지음 / 홍익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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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픽미 - 나를 선택하게 하는 습관>>의 개정판 도서로 표지만 변경되었다 한다.
기존 구판 도서를 찾아보니 바꾸길 잘 했단 생각이 들었다. 레드 계통에서 블루 계통으로 커버디자인을 바꿔 메인 키워드에 맞는 안정감이 느껴지고 무엇보다 저자가 말하려는 ‘나브랜드‘의 방법 하나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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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으로 광고하다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의 창의성과 소통의 기술
박웅현, 강창래 지음 / 알마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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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었다. 나는 슬프거나 감동을 받아도 펑펑 울지 못한다. 영화를 볼 땐 눈물을 주륵 흘려버리지만 그 외의 감동에서는 눈물 대신 소름으로 공감한다. 그 소름의 잔여가 책을 덮은 지금도 내 몸에 남아 오돌거리고 있다. 박웅현'강창래의 <<인문학으로광고하다>>를 만난 뒤.

 

솔직히 이 책과의 만남을 리뷰로 생생히 그려낼 자신이 없다. 그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한 마디 한 마디가 감동이었고 버릴 수 없다. 내가 느끼는 전율을 설명할 수 없다. 다만 이 책을 슬며시 건네주며 읽은 뒤에 대화가 이루어질 것 같다. 오랜만에 맞은 혼자만의 시간, 하루를, 나는 온통 그들과의 만남에 투자했다. 한 챕터만 더 보고 일어나야지, 라고 생각하며 넘기고 넘기던 종이가 이미 끝을 향해 있었다. 물리칠 수 없었다. 우리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평이하지만 가슴 깊이 물들인 광고들이 대부분 박웅현 ECD의 지휘 아래 창조된 것들이었고 그에 얽힌 이야기들과 그의 생각이 발걸음을 묶어버렸다. 시인한다. 그는 날 매료시켰다. 그렇게 되도록 강창래가 도왔다. 대단한 자들이다.

 

PP.162~163)

말해봐 잊어줄테니 Tell me and I will forget

보여줘봐 기억해줄테니 Show me and I may remember

감동시켜봐 이해해줄테니 Involve me and I will understad

 

그와 그의 팀이 만든 광고들이 '감동시켜봐 이해해줄테니'를 이룩했다면 박웅현과 강창래과 세상에 놓은 '인문학으로 광고하다'는 '감동받았다 그들에게매료될테다' 일까. 별거 없는 말들 속에서도 난 박동치는 가슴을 부여쥐고 한 장의 종이를 넘겨야했다.

 

그 소중한 대화 속에서 특별히 메모해둔 부분이 있다.

 

p.150)

사람들은 메모때문에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메모가 많아질수록 기억해야할 것은 더 많아진다. 어떤 내용의 메모가 어디에 있는지 기억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많은 메모를 들여다볼 시간을 내기는 쉽지 않다. 어쩌면 메모는 그것을 다시 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억을 돕기 위한 것일지 모른다. 메모는 기억하지 않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억하기 위한 것이다. 언제 어떤 이유로 어디에 메모를 했다는 것부터 기억에 도움이 된다. 그러고보면 그의 기억력이나 판단력은 '좋아서 좋은 것'이 아니라 '미쳐서 미친' 결과다.

 

길을 걸으면서도 광고 간판을 놓치지 않고 '사람을 향하는' 광고를 만들려는 그의 '일상생활 잘 해내기'는 감동이었다. 창조적인 생각을 하라, 는 지극히 추상적인 말들과 달리 나도 해볼 수 있겠다, 싶었다. 모든 사람들이 보는 것을 '보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는' 것(<<생각의탄생>>p.74)은 쉽지 않을 테지만 부딪혀야겠다는 의지가 자라났다. 그렇게 이끌어준 강창래의 힘도 녹록지않다. 시기적절하게 편집된 인용구들을 통해 그 인용구가 담긴 책을 궁금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책을 덮은 뒤 인터넷서점에서 뒤적거리며 장바구니에 담아보니 10~20만원대가 나왔다. 시대를 읽고 현대에 걸맞는 지식인을 만난다는 것이 이러한 기쁨일까. 아직도 키보드의 키들이 미세한 떨림으로 내 귀와 내 가슴으로 전달이 되고 있다.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될만한 책을 만났다, 라는 확신이 선다. 이책은 몇번이고 내 손을 타고 낡아갈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평소 그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그를 찬양하지도 않았다. 내 정서와 의지가 책을 통해 박웅현과 아울러 그를 그려내준 강창래와 소통이 이루어진 것 뿐이다. 어떠한 이는 이 책을 보고 실망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것은 각 독자의 공감대가 다른 것일뿐. 횡재했다, 는 뿌듯함이 가득한 휴일이다. 가슴이 톡, 열려 숨 쉴 수 있던 하루다. 

 

마지막으로

박웅현이 건넨 인생지침 하나.

 

p.254)

최선을 다해 결정하고, 결정한 일은 더 이상의 대안이 없는 것처럼 집중한다. 설사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해도 좋은 결과를 이루어 옳은 결정이 될 수 있도록.

 



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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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etry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햇빛이 내려와 소년의 머리카락을, 눈동자를, 손등을, 감싸준다. 그리고

,

이 흐른다. 잔잔하고 아름답게.

그 위를 서서히 타고 내려오는 것이 있다.

어느 소녀의

시체.

 

충격이었다. 그렇게 아름다워 보이는 소년들의 발랄함과 물소리를 타고 내려온 오프닝 씬에서 시체, 라니. 아름다운 자연의 선율을 배반한 하나의 시체를 둘러싸고 이야기는 시작된다. 소녀의 마음을 가진 66세 미자로부터.

 

손자와 함께 사는 미자는 요즘 시를 배우러 다닌다.  그녀가 다니는 강좌의 김용탁(시인 김용택) 씨는 말한다. 시를 쓰는 것이란, 보는 것과 흰 종이의 여백 그리고 연필을 깎는 것, 이라고. 시를 통해 또 하나의 순수와 아름다움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믿는 미자. 그리고 그녀를 둘러싼 결코 아름답지 못한 실제. 그녀는 현실의 고통과 추함을 시를 찾음으로써 잊으려한다. 피하려한다. 눈을 감고 세상을 바라보려 한다. 그 속에서 아름다움이 있을지도 모르는 그곳을 향해 노래하고자 한다. 그리고 엔딩에서 마침내 그녀는 하나의 시를 짓고 사라진다. 짓밟혀 가는 아픔과 고통 속에서 그것을 참아내며 순수를 잃지 않으려는 하나의 열매로써. 그 열매를 아래에 소개한다. 영화의 엔딩을 장식했던 한 구절 한 구절이 의미심장하고, 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에 의미를 부여해줌으로써, 온몸이 서늘해지게 만들던 착잡하고 답답해오면서도 아름답고 긴장을 풀게 하는 한 편의 시를.

 

의 노

 

 

이창동

 

그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적막하나요

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래소리 들리나요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볼 수 있나요

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나요

시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

 

이제 작별을 할 시간

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처럼

오지 않던 약속도 끝내 비밀이었던 사랑도

서러운 내 발목에 입 맞추는 풀잎 하나

나를 따라온 작은 발자국에게도

작별을 할 시간

 

이제 어둠이 오면 다시 촛불이 켜질까요

나는 기도합니다

아무도 눈물은 흘리지 않기를

내가 얼마나 간절히 사랑했는지 당신이 알아주기를

여름 한 낮의 그 오랜 기다림

아버지의 얼굴같은 오래된 골목

수줍어 돌아앉은 외로운 들국화까지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당신의 작은 노래소리에 얼마나 가슴 뛰었는지

 

나는 당신을 축복합니다

검은 강물을 건너기전에 내 영혼의 마지막 숨을 다해

나는 꿈꾸기 시작합니다

어느 햇빛 맑은 아침 깨어나 부신 눈으로

머리맡에 선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처음부터

소녀의 죽음을 알렸고, 시가 죽었음을 알리고, 그 속에서 현실 속 순수와 아름다움이 죽었음을 느끼게 한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나 정작 현실 속 우리 자신은 그저 그런 음담패설의 주인공일 뿐이라고. 그래서일까. 요즘 새롭게 얼굴 내미는 시들에서도, 소설에서도, 햇빛 한가득을 담고 맑고 시원한 말은 들려오지 않는다. 그래서 미자는 힘들었떤 걸까. 들려오지 않는 소리를 찾느라고.

 

미자의 목소리로 '아네스의 노래'가 읊어진다. 그녀의 발자취를 떠올리면서. 어느 새 죽은 소녀가 그녀의 시를 건네받아 낭송한다. 소녀의 발자취를 통해. 그리고

,

이 흐른다.

고통으로 허덕이는 슬픔을 가득 안고, 소녀를 다독이고자 흐르면서. 자꾸만 씻어내리면서. 너는 순수하구나, 몸은 더렵혀졌을지라도 마음은 여전히 맑구나, 널 위협하는 조그만 슬픔의 파동을 잠재워주련다, 라고. 계속해서 흐르면서 그녀를 다독인다. 소녀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변함 없던 세상에 대한 맑은 눈을. 미자의 나이를 위협할 수 없었던 순수함을.

 

시는 죽었다. 그러나 우리는 써야만 한다. 아름다운 시를.

세상은 죽었다. 그러나 우리는 보아야만 한다. 아름다운 세상을.

 

어둠 속의 한 줄기 빛을 만들고, 볼줄 알고, 지킬줄 알아야함을, 묻는 것일까.

 

이창동 감독의 영화는 늘 힘겹다.

그래도 그의 영화를 놓칠 수는 없다.

세상에 쫓겨 사는 뇌와 가슴에게 한 칸의 공상의 시간과 반성으로 지성의 목마름을 달래기위해.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NO.82500102

 

 

일상의 하나.

영화 <시>의 마지막에 흐르는 '아네스의 노래'를 들으면서 바라보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궁금증이 증폭됐다.

'아네스의 노래'는 결코 이미 있던 시가 아닐 것이다.

이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은 물론 한 장면 한 장면을 마음에 담고 있는 이의 작품이다.

예술이다, 라고.

그래서 추측하건대

이창동 감독이 시인 김용택 님을 아우른 시인들 몇 명을 초대해 미리 소소한 시사회를 갖고 일정 기간을 두어 시를 한 편 짓게 했을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그러한 상상을 담고 집에 돌아와 작가 추적에 나섰다. 왠일일까. 어딜 쫓아가든 작가는 나와있지 않고 '이창동'이라는 이름만 제시된다. 작자미상인 걸까.

온갖 망상을 안고 있다가 그 시가 정말로 이창동 감독의 작품임을 알고는 소름이 끼쳤다.

그는 정말 예술이다,

라는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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