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물고기
J.M.G. 르 클레지오 지음, 최수철 옮김 / 문학동네 / 199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시몬느를 두고 허공에 흘려버리는듯 예술비평가에게 내뱉던 덩어리들.

그러나 그의 얼굴에 내가 자기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여기는 기색이 어린 것을 보고,
나는 그를 빤히 바라보며 그가 알아듣도록 큰 소리로 에메 세제르의 시를 낭송했다.

내게는 나의 춤을
못된 흑인의 춤을
내게는 나의 춤을
족쇄를 깨는 춤
감옥을 날려버리는 춤
흑인이란 아름답다 - 착하다 - 정당하다는 춤을

비평가는 꼼짝 않고 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박수를 치기 시작하더니 이렇게 소리쳤다. "들어봐. 이 젊은 아가씨가 하는 말을 들어보라구. 여러분한테 들려줄 말이 있대!" 이윽고 시몬느를 노래를, 오직 나만을 위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허점이 보이는 순간을 허락하지 않는 바다,
거친 바다를 상대하는 나비이기보다는
고개숙여 바닷물에 자신을 숨길줄 아는 황금물고기 "밤" 라일라,
거친 바다에 몸을 담궈 함께 숨쉬면서 지켜보고
이제는.. 그녀의 눈에 담긴 경험을 바탕으로 바다의 허점을 파고들어 강으로 역류하는 인간,
한 명의 인간.

바닷물에 손을 담그면 물살을 거슬러올라가 어느 강의 물을 만지게 되는 것이다.이곳에서 사막 먼지에 손을 올려놓으며, 나는 내가 태어난 땅을 만진다,내 어머니의 손을 만진다.

사막, 황금물고기의 표류의 도착지.
자신에게 돌아온 라일라에게 포근함을 건네는 대지.

나,
황금물고기의 눈을 갖을 수 있을지,
용기있는 표류로 심안이 끌고가는 도착지를 행할 수 있을지,
라일라의 눈에서 읽은 삶의 과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