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로드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어떤 영화를 볼 것인가

무섭지않고 화려하고 활기차고 쾌활하게 웃고 나올 수 있는 영화

가 지금까지 추구해오던 것들이다

스크린의 빛을 받아 내 뒷모습은 어둠에 갇힌 채 마음껏

울고 웃다가 나오기를 좋아했다

어느 순간부터인지는 모른다

이제

어떤 영화를 볼 것인가, 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가슴 답답하고 영화관을 나설 때 왁자지껄 떠들 수 없고 한없이 쿡쿡 막혀버리는 무거움을 안고 나올 수 있는 영화

를 보겠다고 하련다

 

코맥 매카시

부끄럽다.

지난해 그의 책을 봐야지봐야지 하면서 결국 내 손에 내 눈에 닿게하지 못했다. 영화관을 나서며 굳이 <<로드>>는 아니더라도 눈여겨보았던 <<노인을위한나라는없다>>이든 끌리는 그의 작품 하나를 들고와야지, 라고 주문을 걸어두었다. 원작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는 원작보다 못한 경우가 많다. 영화 만으로도 만족스러우니 그 원천은 내게 얼마나 많은 것을 안겨줄 것인가에 설레여버렸다. 제목처럼 정말 단순히 '로드' 그것을 보여준 영화. CG 조미료는 최대한 아껴두고 천연의 맛을 살려내려고 애쓴 것이 보인다. 재앙영화의 필수용품이나 마찬가지였던 CG가 움츠리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 발생되었는지 알지 못하는 화재의 연속에서 아들(코디 스미스 맥피)과 아버지(비고 모텐슨)는 끊임없이 걷는다. 눈뜨고 먹을 것을 찾고 걷고 도망치고 그러한 일상을 반복하면서 '불씨'를 운반한다. 영화 속 하늘을 날아오르던 딱정벌레도 '불씨'를 갖고 있었을까. 그들은 그렇게 남쪽을 향해 걷는다. 걷고 걷고 또 걸으며.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


두려워졌다.

우리는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 양보다는 맛을 선호해 음식을 즐기고 좀 더 편안한 곳과 좀 더 아름다운 곳을 찾고 나를 찾기 위한 여행을 즐기고 있다. 이 속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재앙을 두려워하며 대비하고 있을까. 나 역시 이 영화를 본 오늘, 단 하루만 이러한 생각에 젖어있다 내일이면 이전의 모습으로 살아갈 것이다. 이번주는 무척이나 심신이 지치는 기간이었다. 나의 출퇴근은 부평과 종로 사이이기에 전철 1호선을 이용한다. 그런데 이번주 월요일부터 기본 2시간이 출근소요시간이 되었다. 겨울눈에 미리 대비하지 못하고 전철의 적절한 관리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도, 자주 문제를 발생하는 1호선 전차이기에 더욱 화나는 것도, 죄송하다거나 출입문을 닫겠다며 여닫고 출발하지 않는 전철에 울리는 끝없이 반복되는 안내멘트도, 두려움을 갖게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폭설에 인하여 어쩔 수 없음, 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는 것이 굉장히 두려웠던 한 주 였다. 아무리 일찍 나와 출근을 한다해도 자연의 힘에 눌려 나아갈 수 없음, 그것이 무서웠다. 그래서일까. 고된 이번주의 마무리를 향한 날의 영화 <더로드>는 적은 CG에도 두려움을 갖게 했다. 아니 CG를 적게 한 감독과 스태프들의 고려가 관객들을 더욱 두렵게 만들었다고 여겨진다. 그런 영화였다.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음, 의 인식에 닿게 하는 영화.

그러니 그,

코맥 매카시가 그려놓은 하나의 문장은 날

얼마나 섬뜩하게 만들 것인가.

만나야겠다.

그를.

 

이런 영화가 좋아졌다. 순수한 촬영으로 가슴 닿아오는 울림을 가진 영화. 

이번 해에는 다독보다는 양질의 도서를 정독하기를. 자서전류의 원서를 조금씩 접하기를.

작은 계획으로 적어두고 하루를 접어본다.

 

NO.9010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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