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무리
법정(法頂) 지음 / 문학의숲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사람들은 종종 하늘의 존재를 잊는다. 그런 이들을 법정 스님은 꾸짖지는 않으실 것이다. 다만, 차를 건네며 물으실 것 같다. “하늘색이 어떤가?”라고. 이에 사람들은 하늘을 바라본다. 묵묵히. 오랫동안. 그리고 대답할 것이다. “약간 짙은 연두색입니다.”라고. 

『아름다운 마무리』, 그는 약간 짙은 연둣빛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여름향기를 꼬리남기며 사라져갔다. 무더우면서도 싱싱한 향기가 은은하게 퍼지고 있다. 모든 것은 본래 모습 그대로 수행하고 있어(p.220) 인간의 삶은 본분(本分)의 열정으로 부풀어 무덥다. 삶의 기술이란 개개인이 자신의 삶에 대해서 깨어있는 관심(p.54)이기에 매순간의 싱그러움이 무더워진 삶을 식혀준다. 무더우면서도 싱싱한 삶, 이것이 ‘내려놓음’을 배우게 하고 ‘아름다운 마무리’로 안내한다. ‘삶은 순간순간이 아름다운 마무리이며 새로운 시작’임을 알리고자 『아름다운 마무리』가 태어났다.   

경제침체로 사람들의 어깨는 구부러져 있다. 엉거주춤한 자세에 걱정에 눌려진 미간을 지탱하며 오늘도 출근전쟁길 속으로 들어선다. 전철 안, 버스 안, 신호를 기다리는 차 안, 땀 한 방울 제대로 닦을 수 없는 문명의 틀 속에 갇혀서, 혹은 도로 위 살을 파고드는 바람을 헤치면서 사람들은 하루를 시작한다. 그래서 자꾸만 잊어간다. 하늘색을. 한 걸음 멈추고 보는 하늘이 아닌, 잔디에 드러누워 오직 하늘만 생각하면서 바라본 하늘색을. 하늘에 떠다니는 수많은 물음들을. 나는 누구인지, 삶은 누구이고 욕망은 누구이며 죽음은 누구인지, 등의 물음들을. 

그래서 스님은 생각의 공간을『아름다운 마무리』에 흘려놓았다. 스님의 생각을 들으려는 욕망에 사로잡힌 독자들은 베스트셀러의 거센 물줄기를 만들어냈다. 그래서 에세이보다는 소설을 고집하는 내게도 그는 찾아왔다. 그리고 찾아냈다. 스님의 약간 짙은 연둣빛 카드. 그리고 ‘나는 남의 물음에 바르게 답하고 있는가.(p.224)’라는 평생동안 안고 갈 속삭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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