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
나오미 울프 지음, 윤길순 옮김, 이인식 해제 / 김영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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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외출을 하려다 보면 드는 노력과 비용이 만만치가 않다. 화장도 해야 하고, 옷도 코디를 해야 하며, 어떤 부분이라도 사회의 평균치에 벗어나는 부분(부시시한 머리라던가 등등)이 있다면 그곳을 다듬어야 한다. 화장에만 드는 돈도 만만치가 않다. 스킨, 로션, 에센스, 크림으로 기초 스킨 케어를 하고, 메이크업 베이스, 파운데이션 파우더 순으로 기초 화장을 한 후 아이라인을 그리고, 조금 더 격식을 차리고 싶으면 아이섀도우 등에도 신경을 쓴다. 눈썹정리를 하고 또 머리를 고데기로 예쁘게 다듬어야 한다. 가끔은 억울할때가 있다. 이렇게 시간을 쏟다보면 나가기도 전에 지쳐버리니까, 본질을 잃어버릴때가 많다. 도대체 왜, 내가 무엇을 위해서, 누구를 위해서 이러한 모든 것들을 하는 것인가? 결국 외출은 내가 행복하고자 하는 것인데, 행복에 쓸 에너지마저 소진해버린다.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불안한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SNS에서는 끊임없이 여성의 몸매 혹은 얼굴에 관해서 찬양하는 글들이 보이고, 직장이나 학교에 가도 나의 외모나 옷차림에 따라 대우가 달라지는 것이 느껴질 때가 있다. 나라는 사람 자체가 아니라 내가 뿜는 이미지에 따라서 나의 위치가 달라지는 느낌이 들어서 상처가 된다. 그렇지만 이제는 상처받는거 자체가 익숙해져서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이미 나 자신에게도 스스로 그러한 시선이 내재화되어있음을 느낀다. 외모를 꾸미는 것도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나의 개성을 표현하는 길 중 하나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가끔은 사회의 시선이나 대우가 너무 가혹하다고 느낄때가 있다.



이 책은, 여성에게 가해지는 그러한 굴레를 파헤친 책이다. 일, 문화, 종교에 있어서 어떻게 아름다움이 강요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물론, 아름다움은 예전부터 추구되어온 가치이다. 그렇지만 현재에 존재하는 아름다움에 관한 강요는 가히 폭력적이라는 것이다. 잡지나 포르노를 통해서 끊임없이 생산되는 이미지에 자신을 맞추기 위해서 여성은 가학적 노력을 해야 한다. 다이어트나 젊을을 유지해주는 일회성 물품들을 사기 위해서 스스로의 돈을 기업에 갖다 바친다. 주체적인 아름다움이 아닌, 강요된 이미지의 아름다움이다. 여성들은 커리어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아름다움을 유지해야 하고, 이는 보이지 않는 노동이 필요한 일이다.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그냥 '여자다움'만 느껴지게 하기 위해서도 외출하기 전에 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소모된다. 그런데 과연, 그 '여자다움'이 진정 추구해야 할 가치일까? 스스로도 외부에서 주어진 시선을 내재화하여 너무 스스로를 가혹하게 몰아붙인 것은 아닌가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물론, 나 하나의 인식의 전환으로 세상이 당장 바뀌진 않을 것이다. 분명 나도 사회의 시선에 민감한 존재이니까. 그렇지만, 이렇게 인식하고 깨어있는지 아닌지는 엄청난 차이다. 정말 깊은 곳에서 나오는 여성의 아름다움은 정말 위대하다. 그렇지만 그것은 꼭 잡지에 실려있는 완벽한 모델의 이미지와 일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꼭 파우더를 바르고, 립을 발라야만 나오는 아름다움은 아닐 것이다. 그것을 찾아나가고 여성에게 가해지는 잘못된 이미지의 덫을 풀어버리는 것이, 자유로워지는 것에 한발짝 다가가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 이 책은 한번 꼭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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