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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의 경제학
이정우 지음 / 후마니타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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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토마 피케티의 출현으로 인해 증대된 불평등 이슈를 따라 시류에 편승한 사람이 아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불평등 이슈와 정당한 분배를 주장한 이분야의 권위자이다. 게다가 노무현 정부에서 정책실장과 정책기획위원장으로서 불평등이슈를 다뤘는데 이는 피케티의 등장보다도 약 10년 정도 빠른 것이었다. 물론 노무현 정부는 이런 저런 이유로 저자의 지적대로 이 문제를 확실히 다루지는 못 했다. 때문에 결과는 성공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었지만 의의는 있었다고 본다.

이책은 현실과 이론에서 불평등, 소득분배 등을 직접 다루던 저자가 관련된 이슈들의 내용은 빠짐없이 다루면서도 문체를 평이하게 하여 이해하기 쉽게 만든 책이지만, 다루는 주제의 폭이나 깊이 면에서 볼때 한국에서 나온 불평등 이론서 중에서는 최고임이 분명하다.

이책은 현실의 불평등을 실제로 와닿게 파악해보게 한다. 국민소득이 3만 달러니 4만 달러니 하는데 이게 실질적으로 와닿으려면 4인 가족이 연 1억 이상을 벌어야 한다. 하지만 4인 가족이 1억을 버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책의 앞부분에 등장하는 펜의 난쟁이 행렬로 보면 퍼레이드의 후반에 등장하는 60m의 거인과 같은 사람들의 존재가 국민소득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평균원리의 함정)

위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불평등은 존재하며 이책의 핵심은 불평등을 해결하자는 것이다. 다만 불평등만을 강조하고 개선하자고 주장하는 책만은 아니다. 저자는 효율을 강조하는 밀턴 프리드먼과 평등을 강조하는 존 롤즈와 그 중간의 아서 오쿤을 놓으며 불평등은 개인이 가진 이데올로기에 따른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자신과는 다른 이데올로기를 가진 밀턴 프리드먼의 항상소득 가설을 소개하는데 이 이론은 소득불평등은 평생주기로 보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장기 통계로 소득을 비교하면 소득 격차는 줄어들지만 연간 소득으로 비교하면 차이는 전자보다 커진다고 한다. 때문에 저자는 소득불평등 비교는 장기적으로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이렇듯 저자는 자신과 이데올로기가 다를지언정 무조건적으로 배척하는 것은 아니며 여러가지 이론과 가설들을 저자의 기준으로 판단하면서 논의를 전개해나간다.

이책이 다루는 주제가 많기 때문에 리뷰에서 여러 가지를 다 다룬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가장 인상깊은 것만을 고려해보면 노동조합에 관한 것이 먼저 떠오른다. 노동조합은 현재는 전투적인 파업형태와 능력도 없이 이기적이라 회사가 가족들까지 다 부양하게 하는 파렴치한으로 생각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인식은 밀턴 프리드먼과 시카고 학파의 노동조합관과 유사하다. 이들은 노동조합이란 독점적 조직이며 고소득 전문직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자신들의 임금을 높이고 나머지는 이들을 위해 희생되어야 한다는 이론을 전개한다. 하지만 반대되는 입장에서는 노동조합이 전체 조합원 사이의 임금표준화 전략을 쓴다고 주장한다.

프리먼과 메도프는 노동조합에 관한 실증연구를 수행했다. 이들은 노동조합이 임금불평등 해소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며 앨버트 허시먼의 보이스 이론을 결합하여 노동조합이 목소리를 내는 창구가 되어 직원들의 충성심을 높이고, 보다 민주화되는 기능이 있다고 주장한다. 노동조합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다양한 이론이 있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이론은 없는 것으로 없다. 다만 과거처럼 무조건적인 노동조합 부정론은 지양될 필요가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노동조합 자체가 개혁하고 발전할 필요가 있다는 걸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것은 저자가 가장 중시하는 토지문제가 떠오른다. 한국은 부동산 가격이 세계적으로 높다고 한다. 하지만 토지세의 구조는 매우 잘못되어 있는데 거래세는 높으면서 보유세는 낮다는 것이다. 보유세를 높이자는 주장은 모든 세금은 나쁘다는 밀턴 프리드먼조차 가장 덜 나쁜 세금이라며 찬성한 바 있는 것이며 니콜라스 티드먼에 따르면 소득세와 소비세를 낮추고 지대세를 높이면 생산성이 향상될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있다고 한다. 게다가 이론적으로 공급이 완전 비탄력적이므로 초과부담이 0이며 다른 부가효과도 최소화된다는 장점도 있다. 보유세를 부과한다는 것을 어떤 사람들은 시장체제를 부인하는 것이라고 하는대 세금은 어쩔 수 없이 필요한 것이며 토지와 부동산의 가치는 그것의 실물가치라기보다는 주변의 여건들 때문에 형성되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여건은 대부분 공적인 용도에 따른 것이므로 실력주의와 연관이 없는 것이며 오히려 생산활동을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런 점에서 토지문제를 가장 명백히 피해없이 해결하는 것은 보유세가 아닌가라는 생각이든다.

다른 파트들에 비해서 토지문제 해결에 관해서는 저자의 입장이 분명한데 그 입장 중에서 핵심은 거래세와 보유세의 역전이지만 또다른 핵심이 있다면 일관성이다. 일관성이 없으면 아무런 효과도 없으며 에드워드 프레스콧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이유도 일관성이었다고 평가하며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

이외에도 저자는 여러가지 불평등에 관한 지표나 이론들을 소개하고 평가한다. 그러면서도 한국의 실증연구들과 비교도 하고 현실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저자는 여러 이론들과 주제를 종횡무진 누비지만 그 문체는 평이하다. 하지만 깊이나 폭을 잃지는 않는데, 이런 저자의 능력에 놀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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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의 경제학
이정우 지음 / 후마니타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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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분배, 불평등 등을 포괄하는 저서, 문체는 간결한데도 깊이도 있다. 이런 식의 저서는 찾기 힘든데 참 훌륭한 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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