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스의 저작은 이해하기 어렵다. 중상주의 경제학자들이나 윌리엄 페티같은 고전파의 시조에 대한 이해를 요구하고 프랑수아 케네, 애덤 스미스와 데이비드 리카도 같이 현대에도 학설사에 단골로 등장하는 경제학자들의 개념들을 달달 꿰고 있어야 한다. 게다가 헤겔이나 포이어바흐 같은 철학자들에 대한 이해도 핵심적으로 요구되는데다 당대의 역사적 배경지식까지도 필요하다. 때문에 맑스주의는 경제학, 철학, 사회학, 역사학 등등 여러가지 학문에서 두루 접두사로 통용돼왔다. 이중 맑스의 핵심은 자본주의에 관한 메타분석이었다고 생각한다. 간단히 내 생각을 정리하면 자본주의는 그 자체로 시간 아래에서 움직이고 있어서 역사성을 가지며, 경제는 정치와 불가분의 관계이며, 잉여의 몫을 두고 자본과 노동은 대립 관계이므로 계급은 중요한 요소라는 것. 결국 맑스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경제학적으로 맑스를 이해하는 것을 배제할 수가 없다. 앞서 말했듯이 맑스의 저작은 여러가지 배경지식을 지니고 있어야 수월하게 읽히므로 어렵다. 때문에 직접 그의 저작을 읽기보다 여러가지 배경지식들을 전달하면서 맑스 경제학에 관한 개념들을 정리한 요약서를 읽는 경우가 많다. 요약서들은 맑스의 개념적 틀을 충실히 요약한다. 하지만 그 이상의 것들은 부족하다. 맑스는 19세기 사람이다. 그의 저작을 봐도 알 수 있지만 자본주의는 생동성이 있으므로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그의 저작이 백퍼센트 옳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맑스가 모든 걸 틀렸고 그를 부정하자는 것도 아니다. 맑스의 핵심적인 분석은 살리면서 기술적인 틀을 새롭게 해나가야한다. 요약서들은 이런 면에서 단순히 맑스의 개념만을 교조적으로 따르면서 비판에 방어적으로 대응하거나 단지 주류경제학을 비판할 뿐이었다.이책은 맑스의 개념을 요약하기만 한 요약서는 아니다. 맑스의 문제의식은 가지면서 분석틀에 있어서 현대적인 발전 양태들을 다룬다. 특히 맑스 경제학에서는 비판적으로 취급되기도 하는 수학을 통한 발전 양태를 주로 다룬다. 물론 기존의 맑스 경제학이 수학을 다루는 것을 자제하였으므로 다른 요약서들은 수학을 배제하면서 쉽게 다루려고 하는데 비해 이책은 수학을 사용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난이도가 들쑥날쑥하다. 때문에 앞서 말한 충실한 요약서들을 읽고 대학에서 요구하는 경제수학 정도는 마스터하고 이책을 읽는 것이 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책의 의의는 단순히 맑스를 반복하는 것이 아닌 그동안의 비판과 논쟁을 수렴하면서 발전한 현재의 이론들을 다룬다는 것에 있다.이책의 핵심파트는 아마 노동가치론일 것이다. 저자 본인도 노동가치론 파트에서는 난이도가 높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는 맑스의 경제학이 엄밀하지 못 하다는 의견에 대한 반박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가치론은 보통의 요약서들에서는 단순히 상대가격을 의미하거나 자본가가 노동자들의 노동일을 연장하면서 착취를 하는 의미로 미시적으로 분석되는 경우가 있는데 저자는 노동가치론에 대한 논쟁인 전형논쟁을 통해 노동가치론의 발전을 설명하면서 노동가치론은 상대가격에 관한 이론이 아니라고 밝힌다. 오히려 좀 더 거시적인 의미인 계급 간의 대립을 표현하는 도구이며 사회적 노동의 배분과 그 양적 변동을 파악하는 개념이라는 것을 밝힌다.경제학에서 학문적 다원주의라는 개념은 상당히 부족하다. 특히 주류경제학 교과서의 대표격인 맨큐의 경제학은 경제학이 하나인 것처럼 서술되며 행동경제학을 제외하면 반주류는 언급되지 않는다. 반면 같은 학파로 분류되지만 훨씬 진보적인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책에서는 반주류도 보인다. 물론 스티글리츠의 책도 반주류의 입장이나 이론을 전면적으로 다루지 않는 것은 맨큐와 똑같다. 이런 점에서 저자가 시도한 작업은 주류가 아닌 반주류의 경제학도 엄격히 발전하고 있으며 주류의 입장에서 단순히 무시할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므로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본다.추가로 저자에게 바라는 점이 있는데 저자는 맑스 경제학 전공자이면서도 수리적 기법을 활용하고 있는 것은 물론 주류경제학에 대해도 조예가 있으며 경제학설사도 꿰고 있는 사람이다. 일반적인 경제학설사에서 맑스는 거의 빠짐없이 다루지만 맑스 경제학의 발전은 다루지 않으며 다른 반주류 경제학은 더더욱 다루지 않는다. 저자가 가진 능력은 반주류경제학의 학설사를 다룰 수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꼭 반주류경제학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학설사를 개괄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