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역사는 단순히 사실만을 나열하는 게 옳다고 믿었다. 국사책에 나오는 랑케와 카를 비교할 당시도 그랬다. 하지만 카는 역사란 역사가들이 선택해야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이 역사로 편입되고 그중에서도 그들이 관심이 있는 사료들을 추려야 하므로 더욱 역사가의 사고관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역사는 역사가의 성향과 무관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역사가의 성향을 알고 아니 모든 책의 저자들의 성향을 알고 보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자신과 성향이 다를지라도 이는 비난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고 그들의 논리적 결함이 있다든지, 아니면 비교 대상이 되는 주제를 공평하게 다뤘는지 등을 비판해야 하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다. 결국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는 나에게 있어서는 단순히 역사철학을 다루는 책을 넘어서 사고방식을 어떻게 해야하는가를 바꿔버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