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라파와 가격이론 아카넷 한국연구재단총서 학술명저번역 561
알레산드로 롱칼리아 지음, 박만섭 옮김 / 아카넷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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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학의 가격이론은 수요와 공급이 교차하는 곡선이라고 간단히 정의할 수 있다. 이는 가격이 주어지면 소비자의 선호에 따라 균형거래량까지 결정되는 것으로 생산자와 소비자의 의사결정이 같이 이뤄진다. 반면 고전학파인 데이비드 리카도의 노동가치론은 주관성이 배제되는 객관적인 가격이론을 만들려는 시도였다.

스라파의 이론은 현대경제학과 다르게 가격결정과 소비는 따로 분석되며 가격결정을 하는 생산자에게 불확실성이 추가된다. 게다가 현대 경제학 가격이론이 분배론까지 함의하고 있는데 반해 스라파는 합산이론, 생산비용을 거부하면서 가격이론과 분배론을 분리한다. 때문에 피에로 스라파의 이론도 고전학파적인 객관적인 가격이론을 만들려는 최선의 시도라고 평가받는다.

리카도는 애덤 스미스의 생산비 합산이론, 생산비용이론을 비판했는데 스미스의 이론은 임금, 이윤, 지대의 합이 가격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임금과 이윤이 서로 연관이 없다는 뜻인데 리카도는 임금과 이윤이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을 증명해낸다. 게다가 단기간의 생산에 한정되지만 임금이 올라도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까지 증명한다. 이러한 리카도의 선행작업에 힘입어 칼 맑스의 잉여가치이론이 탄생한다.

스라파는 합산이론에 따른 완전분해가 틀렸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한다. 게다가 현대경제학의 가격이론이자 분배론인 한계생산성이론의 총량적 자본개념에 대해 각기 다른 측정단위를 가지는 자본을 어떻게 하나의 자본으로 합하는지에 대한 비판을 가한다. 더해서 기술재전환이 일어나므로 자본집약적인지 노동집약지적인지를 명백히 구분할 수 없다고까지 비판한다. 스라파의 이러한 비판은 가격을 결정하면서 분배도 같이 결정될 수는 없으며 임금은 곧 자본과 노동의 타협으로 결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스라파는 스미스ㅡ리카도ㅡ맑스로 이어지는 고전학파적 전통을 잇고 있다.

물론 스라파의 이론이 함축하는 것은 더 넓은 의미로 희소성이 중심이 되는 현대경제학의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것이다. 생산활동을 통해 이전 투입물 이상인 잉여를 생산하고 객관적인 가격이 결정되면 이에 따른 잉여를 어떻게 분배할지 결정해야하는, 즉 재생산성을 강조하는 고전학파적 철학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임금을 생계비 수준에 고정하면서 상정했던 조화로운 경제가 아닌 임금이 자본과 노동의 타협을 통해 결정된다는 좀 더 현실의 갈등적 양상을 그려내게된다. 정리하자면 스라파의 이론은 고전학파의 이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현대경제학을 대체할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든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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