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서구 바닷가의 작은 마을로 휴가를 온 루디와 그의 지인들.
사라와 자크부부, 그들의 아이 그리고 다이아나, 루디와 지나 부부 그리고 그 남자, 장
더위로 지쳐가는 휴가를 보내는 중, 지뢰 폭발사고로 청년이 죽는 사건이 발생하고, 그 청년의 노부부는 사고가 발생한 휴가지 근처의 산에서 떠나려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사건은 그들 대화에서 빠지지않는 주제로 자리잡는다.
헤어지려는 부부, 서로 사랑하지만 끊임없이 서로에게 상처주며 싸우는 부부, 아들을 잃은 아들에 스러져가는 노부부.
숨쉬기조차 버거운 더위 속의 휴양지에서 그려지는 다양한 사랑과 관계, 그들의 말들.
사라가 그 생을 하지 않을 때 조차도 내 머릿속을 끊임없이 떠돌던 그 질문, 루디가 사라에게 한 말은 볼까? 그들의 수많은 말들에 빠져 읽다. 책을 덮고 난 후, 꼭 마셔봐야만 할 것만 같은 캄파리!



















식료품상은 말했다. "깨진 걸 모으는 건 습관이지, 그건 그렇게이해해야 해. 네가 생활하며 아주 작은 경험이라도 해 봤다면 알수 있었을 거야. 온전한 뭔가 깨졌을 때 사람들은 그 조각들을 주워서 합쳐 놓는단다. 무덤은 나중 일이야. 나중에 하게 되는 생각이라고."

식료품상은 말했다. "모르겠소, 사랑을 하긴 했는데 그 사람을 위한 사랑이었지, 나를 위한 사랑은 아니었어요. 그게 과연 옳은사랑법이었을까?"

식료품상은 말했다. "아! 내 인생 얘기라면 얼마든지 할 스 있다.
내 얘기가 아니라 다른 사람 얘기처럼 느껴지거든. 그는 노트르를 돌아보았다. 어르신들도 비슷하지 않으세요? 여기에 있는 것같으면서도 저기에 있는 것 같고, 꼭 지금 있는 여기에만 있는 게아니라 다른 곳에도 가 있는 것 같고, 그렇지 않아요?"
노파는 충격을 받은 듯 가늘게 부들거렸다.

다이아나는 반박했다. "그래도 눈빛에서 많은 걸 볼 수 있긴 해."
지나는 말했다. "인내심은 눈에 보이지 않아. 한 남자랑 사는 긴긴 세월 동안 발휘해야 하는 인내심 말이야."

지나는 말했다. "난 늙은 몽상가들이 싫어, 역겹다고 할까. 그들은 다른 건 못 보고 오직 자기 자신만 보거든."

식료품상은 말했다. "하지만 어쩌겠어? 삶이 몽상가가 되게 하는걸." 그는 서글픈 목소리로 덧붙였다. "글쎄… 몽상해 봤자 무슨소용일까?" 그는 다시 덧붙였다. "아, 어쨌든 쓸모가 있기는 하네,
시간을 보내는 데는."

더위와 추위는 매우 다른 것이다. 더위는 휴가를 연상시키지만, 추위는 그렇지 않다. 다이아나가 이야기했듯, 더위로 인한 우울, 태양에 대한 공포는 추위의 경우보다 덜 보편적이지만, 일단 그것을 인식하게 된 이들에게는 훨씬 혹독하다. 

더위는 일이 아닌 여가에 적합한 반면, 추위는 보다 생산적이며, 실질적인 행동을 유도한다. 아이디어는 겨울에 더 잘 떠오르지만, 인간의 진정한 본성은 여름에 더 잘 드러난다. 인간의 품행은 겨울보다 여름에 더 의미심장하다. 태양 아래서, 각자의 성질이 제대로 드러난다. 

저마다 휴가에 대한 나름의견해가 있었다. 어떤 이들은 휴가가 인생에서 꼭 필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떤 이들한테는 필수불가결했다. 도시는신경을 곤두서게 한다. 그 점에 대해서는 모두 동의했다. 삶은 전세계 누구에게나 고달팠다. 각자가 삶을 보냈던 도시, 살아 보고싶은 도시, 수도, 작은 마을, 국제적 대도시들을 차례로 거론했고,
그 도시들의 각기 다른 장점과 단점이 나열되었다. 

모두 명백한노스탤지어와 함께 망명자라도 된 듯 자기의 도시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곳이 아무리 열악해도 제각각 그곳에서 보냈던 삶의 양식에 애착이 있었던 만큼, 그 삶의 양식이 최악이 아니라는 증거를 늘어놓을 준비가 돼있었다.

"아직도 날 원망해?"
"나한테 악의적이라고 했다는 말 때문에?"
"그리고 아무 호기심도 없다고 했다고?"
"응. 그냥 홧김에 한 말이야. 자크가 너한테 일렀다고 하더라고.
그것도 몇 번씩이나. 자기도 홧김에 그랬대. 나 엄청나게 후회하고 있어."

"아니야, 실은 맞는 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며칠 동안 널 원망했어.
지금은 더는 원망 안 해."

루디는 말을 이었다. "어쩌면 오래된 사랑이 우리를 그렇게 악의적으로 만드는 건지도 몰라. 위대한 사랑의 황금 감옥 말이야. 사랑보다 우리를 더 옥죄는 감옥은 없지. 그렇게 오랜 세월갇혀 있다 보면 세상에서 가장 선량한 사람까지 악의적인 사람이 돼 버려"

그는 고개를 숙이고 걷기 시작했다. 지나를 향한 그의 사랑은 유일무이하고 독점적인 사랑이었다. 대립되고, 모순된 인간의 욕망은 늘 그를 혼란에 빠뜨렸다.

"네가 말과 씁쓸함에 대해 했던 얘기. 우리가 말보단 다른 걸로 서로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른다며? 말과 마찬가지로 우리를 씁쓸함이라든지 악의로부터 똑같이 해방시켜 주는 다른 게 있다고 했잖아. 잘 알면서."

루디는 대답했다. "타키니아로 가는 건 진짜 좋은 생각이다. 에트루리아 고분에서 작은 말들을 볼 수 있을 거야. 이루 말할 수없이 아름답거든."

☆"사랑에 휴가가 없어. 그런 건 존재하지 않아. 사랑은 권태를 포함한 모든 것까지 온전히 감당하는 거야, 그러니까사랑엔 휴가가 없어."

☆"그게 사랑이야. 삶이 아름다움과 구질구질함과 권태를 끌어안듯,
사랑도 거기서 벗어날 수 없어."

내가 열중하는 건 표현이 가능할 때 말할 수 있는 것들과,
생각은 하면서도 말하지 않는 것들이에요.
마르그리트 뒤라스,
<레 누벨 리테레르>와 인터뷰 중에서

뒤라스가 밝혔듯 ‘세상에서 맹목적인 사랑이 가능한 유일한 사랑인 모성애‘를 제외한 모든 사랑은 절대적이지 않다. 커플의 사랑은 더욱 그러한데 인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을 지키려 노력한다.

하지만 뒤라스는 뒤라스다. 자식의 죽음이나 외도와 같은 극적인 딜레마를 다루면서도 소설의 정서적 온도는 고조되는 일 없이나른하다. 

강렬한 심리적 위기의 순간에도 인물들은 머뭇거리고,잠시 사이를 두고, 침묵하기 일쑤다. 소설에서 그들이 가장 빈번하게 하는 행위는 ‘바라보는 것이다. 그들은 보고, 응시하고, 곁눈질하고, 마주 보고, 돌아보고, 쳐다본다. 바라보는 행위가 사건이 되고, 바라봄으로써 존재의 변화가 이루어진다.

☆☆"나도 우리가 어느 선에선, 그러니까 잘못 표현하거나 거짓으로 말하게 되리라는생각이 드는 바로 그 선에선 입을 다물어야 한다고 생각해. 그이전도, 이후도 아닌 딱 그 경계에서. 하지만 그래도 난 기를 쓰고 침묵을 고수하는 사람들보다 그 경계에 부딪쳐보려고 애쓰는사람들, 그 경계를 허물고 표현해보려 애쓰는 사람들이 더 좋아.
그래, 어쨌든 나한텐 그 사람들이 더 나아 보여."

☆뒤라스는 이때부터도 생각은 하면서도 말하지 않는 것들에, 즉침묵이 말을 하게 하는 것에 열중했고, 이후로 새로운 소설을 추구하며 그것에 성공한다. 이 책을 천천히 읽기 바란다. 간결한 문장들, 단어와 단어 사이, 쉼표들 사이에 오래 머무르기를, 말해지지 않은 것들과 침묵 속에서 하나의 의미보다 다양한 의미로 공명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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