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즈는 어둠 속에서 앞을 볼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날 뿐 아니라, 그동안신중하게 개발해 오기도 했다.

홈즈가 시험관 속에 시험지를 담그자 그것은 곧바로 탁한 진홍색으로변했다. 홈즈가 외쳤다. "마침 결정적일 때 왔군. 이 시험지가 계속 푸른색으로 남아 있다면 아무 문제가 없는 걸세. 붉게 변한다면 생명이달린 문제라는 뜻이고, 흠! 이럴 줄 알았어!"

내가 외쳤다. 홈즈, 자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 같네. 우리가 맞춰 왔으니 교활하고 끔찍한 범죄를 막을 수 있겠군."
"정말 교활하고 끔찍하지. 의사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일류 범죄자가 될 수 있어. 대담한 데다 지식까지 갖추었으니까."

"이번 사건을 풀기 위해 노력하는 자네의 모습을 지켜보는 건 내겐 크나큰 지적 즐거움이었지. 솔직히 말해 극단적인 수단을 취할 수밖에없다는 게 안타깝기까지 하네. 자넨 지금 웃지만 이건 내 진심이야."

홈즈가 말했다. "위험은 내 일의 일부지."
모리어티가 대꾸했다. "이건 위험이 아닐세, 피할 수 없는 파멸이지."

네 개의 서명 (1890)
내 머릿속은 우리를 찾아왔던 손님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의 미소와 깊고 그윽한 목소리, 그녀의 삶에 드리운 기이한 사건그녀가 17살 때 아버지가 실종되었다고 했으니 지금은 27살일 것이다. 아주 좋은 나이였다. 청춘의 자의식이 잦아들고 경험이 쌓이면서조금은 진중해지는 시기였다.

"저는 사소한 것이야말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오래전부터 믿어 왔습니다."


그 무렵 나는 홈즈를 통 만나지 못했다. 결혼을 하면서 사이가 멀어졌기때문이다. 나 자신의 온전한 행복과, 처음으로 가장이 되어 맞닥드리는소소한 일상에 온 관심이 쏠려 있었다. 반면 보헤미안의 기질을 타고나모든 종류의 사회적 간섭을 기피하는 홈즈는 계속 베이커 스트리트에있는 하숙집에 머물러 있었다. 

그는 오래된 책들에 파묻힌 채 일주일은코카인에 취해 있다가 그 다음 일주일은 야망을 불태우는 식으로 약물에 나른하게 취한 상태와 예리한 본성이 불꽃을 피우는 상태를 오가면서 지냈다. 여전히 범죄 연구에 몰두했으며, 비상한 관찰력과 추리력으로 경찰이 포기한 사건에서 단서를 추적하여 이를 해결했다.

"왓슨, 자네는 이상적인 추리가를 즐겨 묘사하는데,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라면 그 한마디 말로 모든 상황을 간파했어야 하네."

하지만 셜록 홈즈는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으면 며칠씩, 심지어 일주일 내내 쉬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는 사건을 거듭 생각하고, 조합해 보고 모든 관점에서 뜯어보았다. 그래서 기어이 문제를 풀거나, 아니면자료가 부족하다는 결론이라도 내려야 직성이 풀렸다.

기어 다니는 남자의 비밀 (1923)
날은 맑았지만 쌀쌀했기 때문에 따뜻한 외투를 입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풍이 불었고, 점점이 하늘을 가로지르는 구름이이따금 반딜을 가리곤 했다. 우리를 이 자리로 이끈 기대감과 흥분이없고, 우리가 그동안 관심을 보였던 기묘한 일련의 사건을 마무리 짓게 될 거라고 내 친구가 장담하지 않았더라면 뒤숭숭한 불침번이 되었을 것이다.

홈즈 씨가 적이 아니라 우리 경찰 편이라서 천만다행입니다." 내 친구가 창문의 걸쇠를 능숙하게 풀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경위가 말했다.

"예외는 없네. 예외를 두면 원칙이 소용없어지는 걸세."

"그런데 왜 식사를 안 하는 거지?"
"끼니를 걸러야 정신이 또렷해지기 때문이지. 왓슨, 의사로서 자네도인정할 거야. 소화 기관이 가져가는 만큼 두뇌에서 혈액을 잃게 된다.
는 사실 말일세. 나에게는 두뇌야, 왓슨, 다른 장기는 부속 기관에 불과하다고. 그러니 무엇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건 두뇌지."

홈즈가 비로소 입을 열었다. "내 자존심에 금이 갔네, 왓슨, 하찮은 감정이긴 하지만 내 자존심이 짓밟혔어. 이 사건은 이제 내 개인적인 문제가 되었으니 신이 내게 건강을 허락하는 한 악당들을 뒤쫓을 걸세.
내게 도움을 청하러 온 사람을 죽게 만들다니…..."

"그런데 자네는 자극적인 것을 피하려다가 사소한 사건에 치우치게 된건 아닌지 모르겠군."
"결국은 그렇게 된 셈이지. 하지만 내가 사용한 방식은 신선하고 흥미롭지 않은가. 내가 대답했다.

"참 나, 이보게. 치아를 보고도 직공인 줄 모르고 왼손 엄지를 봐도 식자공인 줄 모르는 대중이, 말도 못 하게 부주의한 대중이 분석과 추론의 미묘한 차이를 알아보기나 할까?"

"우리는 항상 다른 가능성이 있는지 찾아보고 그것에 대비해야 하네.
그것이 범죄 수사의 제1 규칙이지."

그는 침실로 들어가더니 이내 온화하고 순박한 비국교도 목사가 되어나타났다. 챙이 넓은 검은 모자와 헐렁한 바지, 하얀 넥타이, 인자하면서도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는 모습은 영국의 성격과 배우 존 헤어나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홈즈는 단순히 옷만 갈아입은 게 아니었다. 그는 분장할 때 맡는 새로운 역할에 따라 표정과 습관, 영혼 자체까지 탈바꿈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가 범죄 전문가가 되는 바람에 연극계는 뛰어난 배우를, 과학계는 냉철한 연구자를 잃은셈이었다.

"오늘 아침 8시 경 나는 일자리를 잃은 마부 차림을 하고 집을 나섰네.
마부들은 동료 의식이 강해서 자기들끼리는 감추는 게 없어. 마무의일원이 되면 필요한 건 뭐든 알 수 있다네."

내 평생 그런 광경은 처음이었다. 스펀지 아래 남자의 얼굴이 나무껍질처럼 벗겨져 나갔다. 덕지덕지 붙은 갈색 얼룩이 사라졌다. 얼굴을가로지르는 섬뜩한 흉터와 밉살스러운 비웃음을 머금은 뒤틀린 입술도 사라졌다. 

홈즈가 뒤엉킨 빨간 머리를 홱 잡아채 벗기자 세련된 외모의 남자가 창백하고 슬픈 일굴로 침대에서 부스스 일어나 앉았다.
검은 머리카락에 매끄러운 피부의 남자는 눈을 비비고는 잠이 덜 깬눈으로 어리둥절해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날씨가 궂은 밤이었어요. 밖에서는 바람이 세차게 불고, 빗줄기가 요란하게 창문을 두드렸죠. 거친 빗소리 사이로 겁에 질린 여자의 비명이 터져 나왔어요. - 헬렌 스토너

"지금은 복수 같은 건 생각하기 마제오, 복수는 합립적으로 이어질거라고 봅니다. 하기만 상대방이 그물을 쳐 두었으니 우리도 그들을켜야 합니다."

"왓슨, 내려가서 문 좀 열어 주게. 정숙한 사람들은 벌써 잠자리에 들었을 시간이니 말이야."

생각에 잠겨 있던 홈즈가 대꾸했다. "사실 정황 증거란 까다로운 문제지 한 사람을 범인이라고 정확하게 가리키는 것 같다가도 조금만 관점을 바꾸면 전혀 다른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하니까."

바스커빌 가문의 개 (1902)
"제가 알기로는 선생님이 유럽 제2의 전문가라고….."
"그렇군요. 그런데 유럽 제1의 영광은 어느 분이 차지했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홈즈가 다소 신랄하게 물었다.

"정밀한 과학 수사 이론에서는 베르티옹 씨가 단연 뛰어나지요."
"그렇다면 그분과 상의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과학 수사 이론에 한정해서 그렇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실질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선생님이 독보적이십니다. 제가 무심코 한 말 때문에기분이 상하지.…."
"잠깐, 모티머 선생, 홈즈가 말했다.

"이번 사건은 어리석을 정도로 사소해 보이지만 사실 내가 다룬 가장고전적인 사건도 사소한 데서 시작되었지. 그러니 그 어떤 것도 하찮게 볼 수 없어. 자네도 기억할 테지, 왓슨, 내가 애버네티 가의 끔찍한일에 주목하게 된 것도 어느 무더운 날 파슬리가 버터에 가라앉은 깊이 때문이었다네."

"대체로 여느 사건이라면 대충 귀띔만 해 줘도 그와 비슷한 오만 가지사건이 떠올라 감을 잡을 수 있지요.. 하지만 이번 사건은 그 유례를찾을 수 없을 만큼 특이하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군요."

그가 말한 시간에 호주머니에 권총을 찔러 넣고 모험을 앞둔 긴장감에 사로잡혀 이륜마차에 홈즈와 나란히 앉아 있으니 옛날로 되돌아간느낌이었다. 홈즈는 냉정하고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아무 말이 없었다. 가로등 불빛이 그의 냉랭한 얼굴을 비추자 생각에 잠겨 찌푸린 눈썹과 굳게 다문 얇은 입술이 보였다. 

런던이라는 범죄자들의 어두운정글 속에서 우리가 어떤 야생 동물을 쫓고 있는지는 몰랐지만, 노련한 사냥꾼인 내 친구의 태도를 보니 심상치 않은 모험이 펼쳐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홈즈의 금욕적이고 침울한 얼굴에 가끔 내비치는 싸늘한 비웃음은 이번 모험의 사낭감에게 그리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결혼 생활이 만족스러운가 보군, 왓슨, 예전에 봤을 때보다 몸무게가3.5 kg 정도 늘은 것 같네."
3g이야!"
"그럼 좀 더 생각해 볼 걸 그랬군, 아주 조금 더 말이야, 왓슨."

귀족 독신남 (1892)
의자를 끌고 이쪽으로 오게 내게 바이올린을 건네주고, 이게 우리가풀어야 할 유일한 문제는 쓸쓸한 가을밤을 어떻게 보내느냐 하는 거니까."

"언론 기관은 무척 유용하다, 왓슨, 어떻게 활용할지만 안다면 말이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