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어떤 사랑도 사랑을 대신할 수 없다."
그 후로 그는 대학 진학을 위해 읽던 수많은 철학 책을 비롯해 다른도든 책들과 완전히 결별했다. 그리고 그녀가 쓴 책 전부를 읽기 시작했다. 한 작가를 평생에 걸쳐 숭배하게 된 역사는 이 책,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에서 시작된 것이다. 오직 그녀의 글을 읽고 받아 적는 것만이 뒤라스를 향한 그의 열병을 잠재울 수 있었다.
뒤라스 사후 3년 후, 그는 그녀와의 삶을 회고하는 저서 『이런 사랑Cet Amour-lia 를 세상에 내놓는다. 그는 이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을 읽는 순간, 자신이 그 이름이고 싶었고, 그녀가 쓴 문장을 모조리 다시 옮겨 적고 싶었다고, 자신이 그녀와하나가 되어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를 옮겨 적는 손이 되고 싶었다고,
이소설에서 뒤라스는 설대적인 사람이 불가능함을 말하려 했을지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사랑 말고 달리 무엇에 의존하겠는가?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우리 시대의 가장 독창적인 작가들 중 한 사람이다. 뒤라스의 작품을 관통하는 것은, 절대적인 사랑은 필수적인동시에 불가능하다는 확신이다.
그들이 이곳으로 휴가를 온 이유는 순전히 이곳을 좋아하는루디 때문이었다. 유서 깊은 서구 바닷가의 작은 마을, 가장 폐쇄적이고 가장 무더우며 얼마 전까지도 세계 대전에 휩쓸렸던, 역사의 풍파가 끊이지 않았던 곳.
결코 개발될 가능성 없이 철저히 외진 그것이 바로 루디가 좋다고 말하는 것이었고, 자크가 아주 싫지는 않다고 말하는 것이었으며, 사라가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루디의 얘기를들으며 사라는 문득 그가 그녀에 대해 했다는 말을 떠올렸다. 여드레 전 밤이었다. 자크가 그녀와의 언쟁 끝에 그가 했다는 말을반복해서 전했다. 산에서 지뢰 폭발 사고가 일어난 것은 이 사소한 다툼 루디가 그녀에 대해 했다는 말을 듣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이 있고 난 다음 날이었다.
그녀는 이날 아침 이전까지는 루디가 그녀를 두고 했다는 말들에 대해 미처 생각해볼 겨를이 없었다. 산에서 일어난 폭발 사고 때문이기도 했고, 어쩌면 모터보트 남자의 출현 때문일 수도 있었다.
가정부가 가버렸다. 사라와 자크는 가정부에게 호의를, 나아가애정마저 느꼈다. 하지만 가정부의 언행이 자주 거슬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들 부부를 제외한 모두가 가정부를 못마땅해 했다. 가정부는 애인을 자주 갈아치웠고, 새 애인을 만날 때마다 한결같이 전적이고 맹목적인 애정을 쏟았다.
그들 부부는 가정부의그런 점을 좋아했다. 그리고 남자를 향한 애정 못지않게 한결같은, 세상 누구에게도 주눅들지 않는 당돌함이 좋았다.
그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캐노피 안은 둘뿐이었고, 대화 사이에 스미는 침묵은 들판의 정적만큼이나 강렬했다. 남자는 30대가량 되어보였고, 혼자였으며, 멋진 배의 주인이었다. 휴가객들 중 아직 아무도 그의 배를 타 보지 못했다. 그들 모두, 특히 루디와 아이가그의 배를 열렬히 타 보고 싶어했다. 무더위도 한몫했고, 휴가였다. 모두가 바다와 해수욕과 요트로 물살을 가르기를 갈망했다.
모두의 성향은 제각각일지라도 그곳은 휴가의 열풍이 휘도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남자의 몸은 매끈해서 다소 연약해 보이기까지했지만, 그을린 갈색 피부가 바다와 잘 어울렸다. 보트와 함께 여전히 혼자 있었던 이틀 전 그때, 그는 벼락처럼 사라의 존재를발견했다. 오늘 아침에도 사라의 존재는 같은 강도로 다가왔다.
무더웠고, 그들은 캐노피 안에서 단 둘이었다. 사라는 그의 눈동가가 자유를 갈구하는 초록빛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말했다.
지나는 루디와 거의 비슷할정도로 키가 컸다. 굉장히 아름다웠고, 루디 식대로 표현하면 한없이, 화를 내거나 절망에 빠졌을 때도 기쁨으로 빛날 때처럼 아름다웠다.
"아무리 늦어져도 결국 수영은 하게 되겠지. 난 그전에 캄파리 한잔이 절실해." 사라는 말했다. "일단 시작하면 멈출 수 없어. 안 돼."
여하튼 자크는 사라가 온 것이 기뻤다. 그들 부부는 지난 7년 동안 서로를 사랑해 왔다. 같은 욕망이 첫날과 똑같이, 언제나 변함없이, 그들을 결합시켰다. 다이아나는 사라를 기다렸고, 그들은 함께 바위에서 내려왔다.
사랑뿐만 아니라 욕망 또한 그토록 변치 않고 오래간다면, 그 역시 절망이 될 수도 있으리라. 누가 알겠는가?
"전 누가 좋으니 그르니 하는 판단을 아예 자제하려 하죠." 남자는 말했다. "어렵군요. 우리는 코끼리가 아니고 사람이니."
다이아나는 말했다. "부부가 갖고 있는 서로에 대한 지식, 아마그게 제일 형편없는 지식일걸."
사라는 말했다. "오직 한 남자하고만 섹스하고 싶다는 건, 섹스를좋아하지 않는다는 거야." 다이아나는 말했다. "내 생각도 같아."
식료품상은 말했다. "그래요, 내 아내가 카운터에서 죽어 있는 걸발견했소, 즉음은 언제나 불행이죠. 언제나, 망자와 함께 산 세월이 아무리 고달팠어도 말이오."
안될 게 뭐요? 설사 그 이상이 된다 한들 안 될게뭐냐고? 누구나-자기가 원하는 대로 고통을 당할 권리가 있는 거요
다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이제 누구에게도 화가나 있기는 않았다. "아니, 대체 비는 언제 오는 거야? 간절하게 원한다고 해서 사람이 바위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언제가 됐든 결국은 움직여야지."
정말이지 누가 됐든 이제 더는 가게의 까다로운성미로 인해 괴로워하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간절했다. 호텔에선, 그녀로 인해 괴로워할 사람은 없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까다로운 성미는 그 어느 곳보다 호텔에서 활개를 활짝 된다. 자크는 그물을 던지는 어부의 동작에 완전히 몰입했다. 그는 말했다.
까다로운 성미도 마찬가지이다. 때때로 성미를 드러내고 수다는 욕구가 불끈거린다. 그리고 호텔은 그러기에 적격인 곳이다.
"어쩌다 홧김에 한 번 당신에 대해 그런 말을 했다고 싫어진다면, 그건 당신이 그 친구를 애초에 좋아하지 않았다는 거야." "누가 알아? 어쩌면 정말 루디를 애초에 좋아하지 않았는지도."
루디는 당시 그런 말이 나올 기분이었어. 또 나는 당신한테 그말을 전할 기분이었고, 그 모든 게 아무것도 아냐. 당신이 더 잘알잖아."
"난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혼자서 알아맞히려고 이리저리 머리 굴리는 게 싫어. 상대방이 날 도와주지 않으니까..…." "왜 상대방이 슬픈지, 아니면 또 어떤 기분인지 기를 쓰고 알려고 하는 건데?"
"내가 당신 기분이 어떤지 더 이상 관심 없게 되면, 그땐 내가 더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거야."
"저는 너무 유난떠는 사람들이 싫어요. 그냥 남들하고 똑같이 하면 그만이잖아요. 불행을 당했다고 해서 유난을 떨어도 되는 건아니죠."
"따지고 보면 세상에 서로가 서로에게 안 갇혀 사는사람이 어디 있겠어?"
사라는 말했다. "아무것도요. 루디는 보통 이렇게 얘기해요. 아시다시피, 저는 세상 모든 것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입니다."
자크는 대답했다. "잘은 모르지만, 어쩌면 그가 갖가지 엄청난 경험을 했으면서도 어린애 같은 면을 잃지 않아서가 아닐까." "그 경험이란 건 어디서 비롯된 건데? 그 경험이란 것도 실은 경험이 전혀 없다는 데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다이아나가 거들었다. "우린 언어 전문가들이거든요.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사라가 이어받았다. "우리들이 공통적으로 엄격한 분야가 있는데 그게 언어예요."
다이아나가 말했다. "그리고 그 공통점이 우리가 서로 간에 느끼는 차이를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만들어 주죠." 사라는 계속했다. "또한 보시다시피 우리를 이토록 친밀하게 어울리게 만들어 주고요."
다이아나가 이어받았다. "잘못된 언어 사용은 범죄예요." 루디가 끼어들었다. "고약한 여자들이에요.. 저 두 여자 말 듣지말아요." 지나도 나섰다. "기분 나쁘게 듣지 마세요, 말을 만들어 내느라고 저러는 거니까." 자크도 거들었다. "우린 말하기를 즐기거든요."
루디는 보충했다. "모쪼록 오해 없으시길, 혹여 우리가 악의가 있다고 생각하진 마세요. 아! 그건 원치 않아요." 사라가 말했다. "난 저분이 느낀 그대로 생각했으면 좋겠어."
다이아나가 말했다. "그건 불가능해, 우리가 그러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테니까." 자크가 말했다. "이 모든 말들이 다 우리가 선생한테 호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나온 걸 거예요."
자크는 말했다. "우리도 다른 사람들 못지않게 바보죠. 다만 우리는 똑같은 바보짓을 하도록 타고났다고 할까요. 그래서 이렇게잘 어울릴 수 있는 겁니다."
자크도 말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세상이 바뀌기를 바라는걸. 이 세상에 살아 있는 사람 중에 세상이 바뀌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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