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생명력의 솟구침이 그곳에 있었다. 그 결과, 나는 이렇게덴고를 향한 거센 욕망에 몸을 사르고 있다. 끊임없는 갈증과 절망의 예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것이 계속 산다는 것의 의미다, 아오마메는 그것을 깨닫는다. 인간은 희망을 부여받고, 그것을 연료로, 목적으로 삼아 인생을 살아간다. 희망 없이 인간이 계속 살아가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것은 동전 던지기와도 같다. 앞면이 나올지 뒷면이 나올지는 동전이 떨어질 때까지 알지 못한다. 그런 생각을 하면 가슴이 옥죄어온다. 온몸의 뼈라는 뼈가 모두 삐걱거리며 비명을울릴 만큼 강하게.

그녀는 식탁에 앉아 자동권총을 손에 든다. 슬라이드를 당겨탄환을 약실에 보내고, 엄지손가락으로 격철을 올리고 총구를입에 넣는다. 오른손 검지에 조금만 더 힘을 주면 이 안타까움은순식간에 소멸한다. 

 조금만더 힘을 주면, 앞으로 1센티미터, 아니, 앞으로 5밀리미터만 이 손가락을 안으로 당기면 나는 근심없는 침묵의 세계로 옮겨간다. 통증은 단 한 순간이다. 그다음에는 자비로운 무無가 찾아온다. 그녀는 눈을 감는다. 에소 간판에서 급유호스를 손에 든 호랑이가 싱긋 미소를 건넨다. 타이거를 당신 차에,

그녀는 딱딱한 총신을 입에서 빼내고 천천히 고개를 젓는다.
죽는 건 못 한다. 베란다 앞에 공원이 있고 공원에 미끄럼틀이 있고 덴고가 그곳에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있는 한, 나는이 방아쇠를 당길 수 없다. 그 가능성이 아슬아슬한 지점에서 그녀를 붙잡는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하나의 문이 닫히고 또다른문이 열린 듯한 감각이 있다. 조용히, 소리도 없이. 아오마메는권총의 슬라이드를 당겨 탄환을 약실에서 꺼내고 안전장치를 채워 테이블에 내려놓는다. 

눈을 감으면 그 어둠 속에서 희미한 빛을 내뿜는 작디작은 무언가가 시시각각 사라져간다. 극히 미세한, 빛의 먼지 같은 것.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그녀는 알지 못한다.

"뭐든 좋으니 책을 읽어달라고 아버지가 부탁했었어요. 한참전에, 아직 의식이 약간 남아 있을 때. 게다가 여기서는 달리 할일도 없어서."
"무슨 책을 읽고 있지?"
"여러 가지예요. 그냥 내가 읽는 책, 지금 내가 읽는 부분을소리 내어 읽는 것뿐이에요."

"여러 가지예요. 그냥 내가 읽는 책, 지금 내가 읽는 부분을소리 내어 읽는 것뿐이에요."
"지금은 뭘 읽고 있는데?"
"이자크 디네센의 아웃 오브 아프리카.."
간호사는 고개를 저었다. 들어본 적이 없네."

"디네센은 덴마크 여성인데, 1937년에 이 책을 썼어요. 스웨덴 귀족과 결혼해서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기 전에 아프리카로 건너갔고, 거기서 농장을 경영하게 됐죠. 나중에 이혼하고 혼가서 그 농장을 꾸려갔어요. 그때의 경험을 쓴 책이에요."

렸다. 대형견이 그 소리에 경고를 보내듯이 짧고 날카롭게 짖었다. 어딘가 멀리서, 누군가 큰 소리로 누군가를 부르고 있었다. 각각의 소리가 어디에서 들려오는지는 알 수 없다. 

오랫동안눈을 감고 있으려니, 귀에 와 닿는 하나하나의 소리에서 방향이나 거리감이 사라져간다. 차디찬 바람이 이따금 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현실의 추위에 대해 혹은 거기 있는 모든 자극이나 감각에 대해 — 느끼거나 반응하는 것을 덴고는 일시각으로 잊어버리고 있었다.

문득 정신이 들었을 때, 누군가 곁에서 그의 오른손을 거고 있었다. 그 손은 온기를 원하는 자그마한 생물처럼, 가죽걸터 호주더니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와 안에 있는 덴고의 큼직한 손을 잡았다. 

시간이 어딘가에서 도약하기라도 한 듯이 의식이 깨어났을 파는 모든 일이 이미 일어난 뒤였다. 전제도 없이 상황은 통째로 다음 단계로 옮겨가 있었다. 신기하다고 덴고는 눈을 감은채 생각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시간은 어떤 때는 견디기 힘들 만큼 변죽을 울리며 천천히 흐르고, 그리고 어떤되는 몇 개의 과정을 단숨에 뛰어넘는다.

그 누군가는, 그곳에 있는 것이 정말로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위해, 그의 널찍한 손을 좀더 세게 움켜쥐었다. 길고 매끄러운손, 그리고 강한 심지를 갖고 있는 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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