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모두 베를린 장벽 때문이다.
베를린 장벽만 아니었다면 세실리아는 편지를 발견하지도, 시탁에 앉아 열어보지 않으려고 애쓸 필요도 없었을 거다.

솔직히 말해 편지 좀 본다고 큰일이 날 린 없다. 보자마자 뜯어보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거고,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다들 무슨말을 할지 뻔했다.

"베를린 장벽을 세우자고 한 사람이 누구지?"
"다들 니키타 흐루쇼프일 거라고 하던데?"
에스터가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의기양양하게 이국적인 이름을 외쳤다. 자신이 직접 익힌 독특한 러시아 억양으로,
"누구냐면 러시아의 수상 같은 사람이야. 사실 수상은 아니고서기장인데, 아마도……."

물론 세실리아도 지극히 평범하게 살길 바랐다. 하지만 좀 더나은 일을 하지 않는다고, 좀 더 뛰어난 일을 하지 않는다고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이 있기라도 한 것처럼, 세실리아는 가끔 멍하니멈춰 서서 생각했다. 지금 뭐라는 거니? 교외에 사는 엄마들은 모두 나 같단 말이야!

말을 하지 않는 건 세실리아답지 않았다. 세실리아는 말을 해야하는 사람이었다. 전 남자 친구는 세실리아에게 "진지하게 말하는건데, 제발 입 좀 다물고 있으면 안 돼?" 라고까지 했다. 세실리아는 긴장하면 말이 많아졌다. 그러니까 전 남자 친구가 세실리아를긴장하게 한 거다. 물론 행복할 때도 말이 많아지긴 했다.

물건이 가득 들어 있는 다락은 좁았지만, 당연히 조직적으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조직적‘ 이란 말은 세실리아를 규정하는 가장 큰 특징이 된 듯했다. 세실리아가 지역사회에서 살짝 유명 인사처럼 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언젠가가족과 친구들이 세실리아를 언급하면서 놀린 뒤로 그런 평판은영구적으로 정착해버렸다.
 그 때문에 세실리아의 인생은 엄청나게 굉장하고 조직적인 것이 되었고, 세실리아가 엄마로 사는 일은일종의 스포츠가 되어 세실리아는 아주 유능한 선수인 양 되어버렸다.

나의 아내 세실리아 피츠패트릭에게

반드시 내가 죽은 뒤에 열어볼 것

삶을 관리하는 부분만 아니라면 세실리아가 아는 사람 중에 존폴만큼 영리한 사람은 드물었다.
남자들은 도대체 어떻게 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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