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리아는 마음이 아팠다. 모자에서 퍼덕대는 나비의 날갯짓을 느낄 수 있었다. 나비는 살아 있었다. 살아 있었다. 핀에 찔린 채! 셀리아는 속이 울렁거리고 괴로웠다. 눈물이 차올라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눈물이 점점 더 많이 흘렀다. 다들 의아한 듯이 쳐다봤지만뭐가 문제인지 셀리아가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얘기하면 가이드가 많이 속상해할 것이다. 그는 친절을 베풀려고 했다. 셀리아를 위해 일부러 나비를 잡고, 모자에 꽂아줄 생각을 하고는뿌듯해했을 텐데. 그런데 어떻게 셀리아가 싫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아무도 절대, 절대 이해하지 못할 텐데! 바람이 불자 나비의 날갯짓이 더 심해졌다. 셀리아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이런 고통이 또 없을 것 같았다.

고통의 이유는 영원히, 언제까지고 가슴에 묻어야 했다. 말하고 싶지만 아, 정말 말하고 싶지만 어쩐지 그럴 수가 없었다. 이상한 거리낌에 짓눌려 입이 열리지 않았다. 

엄마가 알아준다면, 엄마라면 이해할 텐데. 하지만 셀리아는 엄마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모두가 셀리아의 말을 기다리며 빤히 쳐다보았다. 가슴속에 끔찍한 고통이 차올랐다. 

미리엄도 딸을 바라보았다.
"모자에 꽂힌 나비 때문인 것 같은데요. 이걸 누가 꽂았지?"
엄마가 물었다.
안도감, 놀랍고 시큰하고 저릿한 안도감.

"나비 싫어요. 싫다고요. 나비가 퍼덕거려요. 살아 있어요. 아파해요."
"그럼 왜 그렇다고 말을 안 했어, 이 바보야!" 시릴이 말했다.
엄마가 대답했다. "셀리아는 가이드의 기분을 생각해서 그랬을 거야."

그해 겨울 셀리아의 부모는 이집트로 갔다. 그들은 딸을 두고가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고, 그래서 셀리아는 잔과 함께 할머니집에서 지냈다.
셀리아는 윔블던에서 할머니와 지내게 된 것이 무척 기뻤다.

할머니의 이야기와 회상은 매번 이런 식으로 끝났다. 할머니는 아주 명랑했지만 불치병이나 돌연사, 원인 불명의 병에 대해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다. 셀리아는 그런 할머니에게 익숙해져서 이야기 중간중간 깊고 열렬한 흥미를 내보이며 묻곤 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두 내가 지어낸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결국 내가 창조한 인물들이니까요.

언제나 소원은 똑같았다. 
착한 사람이 되게 해달라는 것! 

"넌 뭐든 배로 느끼는구나, 셀리아."
이상하게 여기가 짜르르해요. 진짜로 아픈 건 아니고요. 기분좋게 아파요."

상황은변할 수 있었다. 생각지도 않게 변할 수 있었다.
아빠가 천국에 갔다고? 아빠는 행복할까?

그것은 어린아이의 외로움, 친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감추는 것이었다. 엄마는 끝내 병이 났고 왕진 온 의사는 "아이에게 괴로운 일이 있나봅니다" 라고 말했다. 할머니는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이런, 그럴 리가요. 어린것이 얼마나 잘 지내고 소소한 일에도 즐거워하는데요." 

☆그후로는 괜찮아졌다.
 말을 했을 뿐인데 아픔을 떨친 것 같았다.

"내가 스물두 살 때. 그때 그 사람은 일 년 동안 집을 떠나 있었단다. 난 그를 위해 쓴 시와 크리스마스카드를 보냈어. 그는그 시를 수첩에 보관했고, 그가 눈감을 때까지 그건 거기 있었어

미리엄은 한숨을 쉬었다.
"내가 잘하는 건지 모르겠구나…… 하지만 네가 이 집을 이렇게 좋아하니… 이 집은 언제든 네가 돌아올 수 있는 곳이되겠지."

할머니는 정말 특이한 방식으로 말했다. 어쩐지 흥미진진하게 들렸고……… 사람을 쳐다보는 눈빛도 특이했다. 마치 내키기만 하면 온갖 이야기를 다 해줄 것 같은 눈빛이었다.

억지로 끌어다 종이에 그리고 칠하는 일을 꺼렸다. 제비꽃은 정원에서 자라게 두거나 유리병에 늘어트리듯 꽂아야 했다. 이렇게 어떤 것에서 다른 뭔가를 만들어내는 일에 셀리아는반감을 느꼈다.

어느 날 셀리아가 시빌에게 말했다. "그림을 왜 그려야 하는지 모르겠어. 이미 거기 있는 것들인데."
"그게 무슨 말이야?"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지만, 다른 것과 비슷한 것을왜 만들어야 하지? 그건 정말 쓸데없는 짓이잖아.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꽃을 상상해서 그리는 거라면 가치가 있겠지만."

"머릿속으로 꽃을 만들어낸다는 거야?"
"응, 하지만 그것도 옳은 일은 아니야. 그렇게 해도 그건 그냥꽃이니까. 그건 우리가 만들 수 있는 게 아니고, 종이 위에 그릴수 있을 뿐이란 거지."

"음악은 달라. 음악은 그 자체야. 흉내내는 게 아니라고, 악기를 예로 들어볼까? 바이올린이나 피아노나 첼로는 소리를 내.
함께 아름다운 소리를 짜나가지. 다른 어떤 것처럼 만들지 않아도 돼. 그냥 그 자체인 거야."

"시빌, 네 말이 맞는 것 같아. 나는 사물을 보지 못하나봐. 그것들이 보이지 않아. 그래서 철자를 틀리는 거야. 무엇이 어떻게생겼는지도 제대로 모르는 거고."

"바로 그겁니다. 부인, 음악가가 되려면 세상을 차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누군가가 내 음악을 듣고 있다고 의식하면 감정이 고양되어야 하죠. 그런데 셀리아는 한두 명 앞에서나 실력을발휘할 수 있을 거고, 문을 닫고 혼자 연주해야 가장 잘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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