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에 보지 못했던 완전히 새로운 오페라를 선보인 보리스 그로엔!
그리고 그의 작품을 감상하던 중 자연스레 떠오른 이름, 버넌 데어!
그렇게 자연스레 버넌 데어의 어린시절을 그리기 시작한 소설, 인생의 양식.
부족할 것 없이 애버츠 퓨어슨츠에서 자라고 있는 버넌. 호기심많고 이상할 정도로 음악에 대한 거부반응을 보이는 그는 점점 자신의 세계의 확장해나가며, 두려움의 실체에 대한 진실에 눈뜨고 그가 가진 천재성을 펼치려 한다.
어린 시절 그가 애정을 가진 존재는 엄마가 아닌 고모 니나였다. 사랑만을 쫓으며 불운한 삶을 살던 그녀는 딸, 조만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고, 조는 애버츠 퓨어슨츠로 보내져 버넌과 어린시절을 함께 보내게 된다. 삶에 열정적이지만 그녀만의 편협한 시각이 절대적인 옳음이라 생각하며 살게된다. 엄마와 같은 인생을 살지않겠다고 늘 다짐해왔지만 결국엔 니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마지막에 나타난다.
버넌과 조의 이웃이었던 시배스천. 별나게 생긴 그는 유대인으로 장사수완있는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돈의 흐름을 앞서 예측하고 냉철하고 이성적인 삶이 태도를 고수하며 조의 사랑만을 바라며 여유롭지만 외로운 삶을 살며 버넌과 조의 곁을 지킨다.
이 소설 속에서 가장 호감가고, 그의 삶을 응원하게 되는 인물이다.
버넌의 어린시절 여성여성한 모습에 학을 뗐지만 다 자란 후 만난 아름다운 모습에 첫 눈에 반해버린 넬.
사랑을 갈구하지만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던, 지독한 현실적인 이기주의자! 어떤 선택을 하든 후회하며 살 수 밖에 없는 그녀가 애처롭기도 하다.
그리고 뛰어난 재능과 아름다움, 사람을 끄는 매력까지 모두 타고났지만 작품 내내 비극적인 삶을 살게되는 제인 하딩!
이 소설은 이렇게 다섯 남녀의 얽히고 설킨 인생을 그리고있다.
그들의 모순적인 언행들이 이해되지않기도 하고, 그들의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가는 세상사에 연민이 느껴지기도하며 이 두꺼운 책은 쉼없이 읽어진다.




왜 집에 간다‘고 하지 않았을까? 버넌은 왜 그 말이 이렇게도 낯설게 들리는지 생각했다. 그에게 집은 오직 한 곳, 애버츠퓨어슨츠뿐이었다. 집! 이 이상한 단어에는 정말 많은 의미가담겨 있었다. 그는 조가 만났던 청년이 목청껏 부르던 노래가떠올라서 (음악이란 정말 불쾌한 것이다!) 옷깃을 만지작거리며감상적으로 레빈 부인을 바라보았다. "집은, 사랑은, 마음이 머무는 곳, 마음이 향하는 곳...."

버넌의 머릿속에서 갑자기 작은 악마가 요동치는 것 같았다.
악마는 불쑥 뜻밖의 말을 꺼냈다. 무슨 소리 하는 거지? 엄마에게는 집이 있고, 수다 떨고 호통 쳐댈 하인들이 있어. 남 얘기를해댈 친구들과 가까이 사는 친정 식구들까지 있다고. 엄마는 너보다 그것들을 잃는 걸 훨씬 아쉬워할길? 엄마는 널 사랑하지만 네가 케임브리지로 돌아가면 안도해. 물론 네가 안도하는 것만큼은 아니지만!‘

셰되브르 chef-d‘oeuvre. 명작, 걸작을 뜻하는 프랑스어.

"솔직히 난 그게 반사회적이라고 생각하지만, 하지만 넌 늘 그래. 누가 하지 말라고 하면 더하고 싶어하잖아. 네가 그걸 진심으로 좋아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상관없이, 제대로 표현하긴 힘들지만 아무튼 내 말뜻은 너도알 거야."

더이상 달아날 수 없었어. 마주볼 수밖에 없었지. 조, 음악은 세
"당연히 기억 못할 거야. 네가 우리집에 오기 전이었으니까.
내 다리가 부러졌을 때 말이야. 난 프랜시스 간호사가 해준 말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 살펴보기도 전에 도망부터 치지 말라는 얘기였지. 그래, 오늘 내게 바로 그런 일이 일어난 거야. 난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야………"

"알아. 그래서 그만큼 충격도 컸던 거야. 지금 현재의 음악이아름답다는 건 아니야. 음악을 의도대로 받아들인다면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거지! 음악을 구성하는 부분들은 추해. 마치 어떤 그림에 바싹 다가서서 지저분한 회색 물감 얼룩을 보는 것과비슷해. 하지만 떨어져서 보면 그 자국들은 아주 멋진 음영으로제자리를 찾잖아. 전체를 봐야 해. 난 여전히 바이올린 소리는듣기 싫고 피아노 소리는 끔찍하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 소리하나하나에 다 쓸모가 있을 거야. 그래 아! 조, 음악은 정말 대단해질 수 있어. 그렇다고 확신해."

"그래, 오케스트라가 아홉 개였어. 대규모 편성이었지. 규모가 충분히 크면 소리가 웅장해질 수 있어. 단순히 음량이 커진다는 이야기가 아니야 …… 조용히 연주할수록 더 많은 것이 들려. 하지만 반드시 규모가 충분해야 해. 난 그들이 무슨 곡을 연주했는지 몰라. 아무것도 현실적으로 들리지 않았던 것 같아.
하지만 알 수 있었어...
난 알 수 있었어…"

"알아야 할 것,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아. 악기를 직접 연주하고 싶지는 않아. 그럴 마음은 전혀 없어. 하지만 모든 악기에대해 알고 싶어. 하나하나의 악기가 어떤 소리를 내는지, 그 소리들의 한계는 어디까지이고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 또 음에 대해서도 알고 싶어. 사용하지 않는 음이 있어, 사용해야 하는 음도 있고, 그런 음들이 있다는 건 알아. 조, 오늘 음악이 어땠는지 알아? 마치 글로스터 대성당 지하에 있는 작지만 단단한 노르만 양식 기둥들 같았어. 그리고 이건 시작일 뿐이야."

"넌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지? 하긴 미친 소리처럼 들릴 거야하지만 난 미치지 않았어. 그리고…… 아! 조, 이렇게 커다란안도감을 느껴본 적이 없어. 마치 오랜 세월 연기하면서 살다가이제 더이상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 같은 기분이야. 이제까지난 음악이 소름끼치게 싫었어. 언제나. 하지만 이젠

 정말 신기했다. 평소의 버넌과는 완전히 달랐다. 마치조는 적당한 표현을 찾았다…… 마치 버넌은 갑자기 살아난 것같았다.
조는 두려움마저 느꼈다.

조는 단호하게 말했지만 내심 낙담했다. 부녀는 십 년 동안딱 두 번 만났고, 그들 사이에는 해묵은 적대감이 있었다. 이 계획은 의심할 것도 없이 조의 아버지인 웨이트 소령에게 달린 것이었다. 그는 일 년에 몇 백 파운드를 보내는 것으로 딸의 일에서 손을 떼고 있었다. 

아니다. 그건 죽어도 싫다! 진심으로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에게 간청할 수는 없다. 버넌은 엄마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았다. 그랬던 적이 있었다고 할 수도 없다. 이상하고 슬프고, 조금은 끔찍하지만 그래도 사실이었다.

엄마를 다시 못 본다면 괴로울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엄마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지낸다면 안심은 할 것이다. 하지만그리워하지 않을 거고, 엄마의 존재를 절감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상한 일이지만, 사실 그는 엄마를 사랑하지 않았다. 

버넌이 결국 해낼지 아니면 하찮은 미치광이 취급을 받게 될지는 모르겠어. 사실 그건 종이 한 장의 차이야 

버넌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는 게 아니야. 이미 있는 뭔가를 발견하려는 거지. 과학자와 비슷해. 제프리스는 버넌이 어릴 때 음악을 싫어했던 게 이해되고도 남는다고 했어. 버넌의 귀에는 음악이 불완전했던거야.…… 드로잉과 비슷해. 전체적인 균형이 맞지 않았던 거지.
버넌에게는 그 소리가 마치 아마 우리가 원시 부족의 음악을 듣는 것처럼 들렸을 거야 … 참기 힘든 불협화음으로.

시배스천은 비관적으로 말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버넌이 천재일지는 모르지만,
천재라는 사실과 성공은 완전히 별개거든. 사람들은 천재를 환영하지 않아. 어쩌면 버넌은 그저 살짝 미친 건지도 몰라. 가끔버넌이 떠들어댈 때 그렇게 보이기도 하니까. 어쨌든 버넌의 말이 옳다는 느낌이 들었어. 이상한 방식이긴 하지만, 버넌은 그걸 잘 알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거든."

금빛 도는 긴 갈색 속눈썹에 둘러싸인 눈동자가 아주 파랬다.
넬은 머리 위의 나무에 핀 꽃 같았다. 아직 아무도 손대지 않은……… 봄꽃.

"응. 좋아하는 모든 걸 포기하고 자기가 선택한 일을 좋아하기로 한 거잖아. 그건 굉장한 거야!"

그들은 과거의 수많은 연인들이 꿈꾸던,
사랑하기 때문에 틀림없이 다 잘될 거라는 착각에 빠졌다. 

그녀는 엄마의 신랄한 말이나 어떤 태도에 알게 모르게 위축되곤 했다. 넬은 종종 자신을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난겁쟁이야. 어떤 일에도 맞서질 못해."

그녀는 분명 엄마를 두려워했다. 그녀가 기억하기로 아주 어릴 때부터 엄마에게 지배당했다. 베리커 부인은 마음이 약한 사람들을 지배할 수 있는 비정하고 거만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빌은 엄마가 자신을 사랑하고, 엄마 자신이 누리지 못한 행복을딸에게 주려고 굳게 마음먹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더 쉽게순종적이 되었다.

넬은 대문에서 뒤돌아보았을 때 아멜리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을 읽었다. 허기진 듯한, 부러운 듯한 표정이었다.

넬은 자기도 모르게 가슴이 철렁했다. 결국 이렇게 되고 마는걸까? 가난이 사랑을 소멸시키는 걸까?

"차라리 죽고 싶어요." 버넌이 비통하게 말했다.
제인은 눈썹을 치떴다.
"그럼 이 건물 꼭대기로 가서 뛰어내려요." 제인이 말했다.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왜 하는데요?"
"해야 하니까요."
"사실은 하고 싶어서 하는 거 아닌가요? 아니라면 진작 그만뒀겠죠"

☆그가 이야기를 마치자 제인이 말했다.
"당신은 인생을 동화 같은 걸로 생각하나보군요."

☆그 네 가지 중 한 가지는 이뤄질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려고 전력투구한다면요. 하지만 모든 걸 손에 넣긴 어려울 거예요. 인생은 싸구려 소설과는 다르니까."

☆"오라, 내가 어떻게 사는지 말하라, 그가 외쳤다." 
제인이 인용해서 말했다. 
• 루이스 캐럴 거울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문장, 애거사 크리스티의 자서전과 기행문 제목이기도 함.

"네, 내가 가진 많은 것이 하나도 중요하지 않을 만큼 좋아합니다. 이상하죠? 난 조 말고는 원하는 걸 모두 가졌어요. 하지만내게는 그녀만 중요해요.. 정말 바보 같지만 그래도 어쩔 수가없어요! 조도 다른 여자들과 다르지 않을 텐데 말이에요. 다르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내게 중요한 건 오직 조뿐이에요.
"가질 수 없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어요."

"걱정할 필요 없어요. 당신이 아끼는 천재라면 이탈하는 일도 좌절하는 일도 없을 테니까. 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 살다보니 그런 생각이 더 확고해졌어요."
"당신을 보면 어떤 것도 당신을 목적으로부터 떼어놓지 못할것 같아요. 당신은 추진력을 가졌어요."

시배스천, 사실은 내가 당신의 친구 버넌보다 더 쉽게 밀려날 수도 있는 사람이란 걸 모르겠어요? 난 내가 뭘 원하는지 알고 그걸 추구하지만 버넌은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도 몰라요.
아니, 어쩌면 그것을 원하지도 않을 거예요. 그런데 그건 그에게저절로 갈 거예요....... 그게 뭐든 그에게 주어지게 될 거라고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제인은 시배스천의 어깨에 두 손을 올리고 뺨에 입을 맞췄다.
"조와 잘되길 바랄게요. 하지만 잘 안 되더라도 당신은 분명다른 모든 걸 얻게 될 거예요!"

당신에게 고통을 준 모든 것, 즐거움을 준 모든 것.
그걸 전부 내 음악에 담아줘요. 무턱대고 쏟아내는 게 아니라 절제되고 단련된 힘으로 담는 겁니다. 당신은 지성과 용기를 갖췄습니다. 용기가 없으면 아무것도 해낼 수 없고, 용기 없는 사람은 인생에 등을 돌리는 법이에요. 당신은 결코 그러지 않을 겁니다. 무슨 일이 닥치든 당신은 버티고 서서 고개 들고 그 일을직시할 거예요하지만 제인, 당신이 너무 큰 상처를 입진않길 바랍니다.

☆☆원하는 걸 얻으려면 대가를 치르거나 위험을 감수해야 해요. 
때로는 두 가지 다 해야 하죠

‘버넌을 만나지 않았다면 좋았을걸,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그를 이만큼 사랑하지 않았다면! 두려워. 정말 두려워 ……

☆☆"제인, 당신에게 인생은 무엇입니까?"
그녀는 잠자코 있다가 입을 열었다.
"힘들고 위험하지만 흥미롭기 그지없는 모험이죠."

하지만 난 분명히 알아요. 버넌이 설득에 넘어갈 가능성은 조금도 없다는 것을요. 당신이 그걸 뭐라부르든, 천재성이니 예술이니 하는 건 당신보다 훨씬 강하니까요. 차라리 해변의 크누트 왕이 나을걸요. 당신은 버넌을 음악에서 떼어놓을 수 없어요."

☆※막으려고 애쓰지만 결코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을 비유하는 말, 잉글랜드의크누트 왕은 해변에 서서 육지로 밀려오는 물살을 되돌릴 수 없다는 걸 보여주려 했지만, 후대에는 그가 바닷물의 흐름을 되돌릴 수 있다고 한 것으로 이야기가 변질되어 전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