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한 가지 이상의 이유로, 내가 옳다고 하는 행위, 타인을 내 방식대로 불러 세우고 지배하는행위라고 할 수 있다. 글쓰기는 결국 ‘나의 말을 좀 들어보십시오." , ‘내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십시오.‘,
‘당장 의견을 바꾸십시오."라고 종용하는 행위에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는 공격적인, 심지어 적대적이라고 할 수도 있는 행위이다.
-존 디디온

나는 기진맥진한 상태로 몇 걸음을 떼어놓았다. 내가 쓴 소설 속으로 들어가는 건 처음이었다. 또 다른 나는 파리의 집 컴퓨터 화면앞에 앉아 있었고, 나는 시금 여기 낯선 곳에 와 있었다. 파리에 있는 또 다른 내가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려 활기 넘치는 뉴욕에 나를오게 한 것이다.

《거울의 세 번째 면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는 플로라 콘웨이가 사는 동네를 결정하기 위해 자료를 두루 찾아보고 나서 윌리엄스버그로 낙점했다. 그 이유는 바로 유대교 근본주의자들과의 인접성 때문이었다. 19세기 슈테틀(Shtetl 홀로코스트 이전 동부와 중부 유럽에 산재해있던 유대인 마을이다 :옮긴이)의 삶을 고수하는 이 지역 주민들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하나의 틈새를 연 것으로 보았으니까. 그러니까 현실 세계로부터 도피를 꿈꾸는 사람이 나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나는 픽션 세계가 얼마나 위험한지 깨달았다. 내가 상상력을 발휘해 창조해낸 인물이 쏜 총알을 맞고 인생을 마감하게 될 수도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내 인생에는 언제나 적이 있어왔다. 바로 나 자신이었다.

"당신 말대로라면 내 소설을 읽은 독자들이 없어야 하는데 베스트셀러가 되었단 말이죠. 그 부분은 어떻게 설명할 건데요?"

주지는 않아요. 당신 소설은 추상적이고, 지나치게 비현실적이고,
"당신이 쓴 소설보다는 당신이라는 작가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겠죠. 출판사의 신비주의 마케팅이 제대로 먹힌 셈이죠. 당신 소설은독자들이 느끼는 독서의 즐거움, 이를테면 책을 읽고 싶은 마음에한시라도 빨리 집으로 돌아가려고 발걸음을 재촉할 만큼 즐거움을너무 건조해요.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이 인생사의 본질은 아니다. 인생사란 사람들에 대해 오해하고, 계속 잘못 알고,
언제까지고 집요하게 그릇된 판단을 하고, 신중하게 다시 생각해보고 나서 또다시 오해하는 것이다.
-필립 로스

☆나를 굳이 어떤 사람인지 분류하자면 ‘넷만 모이면 한심한 패거리가 된다. 라고 노래한 조르주 브라상(Georges Brassens 프랑스의 싱어송라이터로 날카로운 풍자와 유머가 있는 노래 가사와 시로 유명하다 : 옮긴이)의 생각에 동의하는 편이었다. 

상식과 이성을 가진 사람이 오히려 피해를 보는 세상이었다. 

자판이 모음과 자음의 음영을 만들어내는 소리, 
고양이 울음소리처럼 높낮이가 있는 소리, 노래의 멜로디처럼 박자가 있는 소리, 자유의 소리.

벌써 오래전에 그는 자신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세계 속에서 행복을 찾았다.
-존 어빙

 그는 상냥하고 정 많은 사람들에게 내리는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결국 냉엄한 생존 법칙의 희생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잔인하고 냉소적인 세상과 맞서기에는 지나치게 선한인물이었다.

삶, 우리에게 부과된 이 짐은 우리가 감당하기에는 지나치게 무겁다.
삶은 우리에게 너무나 많은 고통과 실망,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안긴다.
그 고통을 견디기 위해 우리는 진통제의 도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 지그문트 프로이트

"너는 언젠가 안토니우 로부 안투네스가 소설작법에 대해 언급했던 말을 내게 해준 적이 있어, ‘인간은 괴롭고, 작가는 그 고통을 소설에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한다.‘는 말이었지. 넌 작가의 피와 땀,
눈물이 깃든 소설을 유난히 높게 평가하지. 

나는 알베르 코엔의 소설에 나오는 ‘어차피 인간은 혼자이고, 우리는 모두에게 무심하고, 우리의 고통은 인적 없는 섬 이라는 글에 깊이 공감하는 입장이었기에 사람들이 나에게 거리를 두고지낸다고 해서 특별히 섭섭하거나 실망하지는 않았다.

☆이제껏 신앙을 가져본 적은 없었다. 내가 오랫동안 믿어온 유일한 신은 내 자신이었다. 

나는 스무 권의 소설을 통해 하나의 세계 - 나의 세계 -를 창조했고, 내가 믿지 않는 신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나는 내 자신을 신이라 믿었다. 소설가로 제법 큰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사람들을 대할 때 늘 겸손한 태도를 유지했지만 글쓰기에 착수하는 순간 거침없이 내 멋대로의 세계를 만들어갔다.

나는 항상 내 상상력이 만들어낸 등장인물들을 무대에 세우고, 현실에 저항하게 만들었다. 내 소설은 현실을 향해 엿을 먹이는 저항 정신, 상상력을 최고조로 발휘해 부조리한 현실 세계를 내가 바라는 세상으로 채색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글쓰기는 기존 질서를 흔들고 새로운가치를 제시해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행위이니까. 세상의 불공정, 부조리, 부정을 제거하는 행위,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행위이니까.

아버지와 나는 언제나 마음이 잘 통하는공모자였다. 지난날, 함께 힘을 모아 투쟁한 경험과 고통과 상처를나누어가진 공모자.

나는 그저 내 자신이기만 한 것에 지쳤다. 나는 남들이 언젠가 내 등짝에 붙여준 이후 30년 동안줄곧 나를 따라다니는 로맹 가리라는 이미지에 지쳤다.
-로맹 가리

☆☆정말 이해하기 힘든 일은 글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있는 데 반해 수많은 사람들이 아직 작가가 되길 꿈꾸면서 원고를보내온다는 것이었다. 

☆☆하긴 모두들 자기 머릿속에 소설 한 편쯤은 가지고 있다고들 하니 그런 점에서는 이해가 되기도 했다.

☆‘우리는 사물 자체를 보지 않는다. 우리는 자주 사물들에 붙여진꼬리표를 보는 것으로 그친다.

☆삶으로 돌아오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우리가 한층 더 열정적으로 삶을받아들이도록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책들은 과연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클레르 줄리아니 : 우아한 생각이지만 당신은 병원 치료를 받지않으면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어요.
로맹 오조르스키 : 적어도 지금처럼 자유를 속박 당하지는 않겠죠.

클레르 줄리아니 (어깨를 으쓱하면서) : 죽고 나면 자유로운 게 다무슨 소용이죠?
로맹 오조르스키 : 죄수처럼 갇혀 있어야 한다면 사는 게 다 무슨소용이죠?

☆인생을 누군가와 나누어 갖게 되면 여러 가지 빛깔로 변주가 가능한 법이었다.

플로라와 나는 가짜 약자였다. 다시 말해 우리는 독하고 강한 존재들이었다. 플로라와 내가 정말 잘 하는 게 있다면 바로 묵묵히 견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물에 빠졌다고 믿을 때 우리는 발뒤꿈치를 튕겨 수면으로 도약할 힘을 찾아내려고 기를 쓰는 존재들이었다. 전쟁터에서 잔뜩 겁을 먹었을지라도 우리는 항상 막판에라도누군가가 구하러 와주도록 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기어이 찾아내는존재들이었다. 우리 안에는 소설가 기질이 있기 때문이었다. 소설을 쓴다는 건 결국 현실의 숙명에 반기를 드는 것이니까.

☆나는 평생토록 현실과 픽션의 경계가 대단히 모호하다고 생각해왔다. 픽션보다 더 진실에 가까운 건 없으니까. 인간이 현실 속에서만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다. 왜냐하면 인간이 픽션에서벌어지는 상황을 마치 실존하는 것으로 간주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결과적으로 실존하는 것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산책로를 따라 걸어가다가 해가 마지막 햇살을 거둬들이려는 순간 플로라가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한 순간, 우리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우리는 눈빛으로 서로에게 감사를 표했다.
나는 우두둑 소리가 나도록 손가락 관절을 꺾으면서 저녁 공기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마술사처럼,

☆소설을 끝냈다.
나는 삶으로 돌아간다.

-조르주 심농 《내가 늙었을 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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