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도시가 파괴되고 나서 우리가 전에는 몰랐던 부정적인 감정들을 발견하게 됐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그런 감정들에 휘둘리면 안 돼요. 그러다간 우리도 항시적두려움에 사로잡혀 결국 전쟁을 하게 될 테니까요. 절대마음의 평정을 잃으면 안 돼요, 그게 우리의 최대 강점이잖아요. 하늘이 무너질 일은 없어요. 우리한테 벌어지는일은 모두 우리를 위한 거예요.」

「뭐가 먼저였을까요? 우리의 행동 때문에 이 동굴 입구가 막히게 되는 걸까요,
아니면 이미 막혀 있어서 우리가 게브를 위해 이곳을 선택하게 되는 걸까요?」「어쨌든 우리가 찾던 완벽한 동굴인 건 분명해요.」

그리스어로 (라오스는 돌을 뜻하기도 하고 사람을 뜻하기도 한다.

미지의 위협을 향한 공포, 정작 필요할때는 존재조차 하지 않았던 두려움이 이제 그를 떠나지않는다. 게브가 의지할 대상은 자기 자신과, 자신에게 길을 안내해 주는 미래의 자신뿐이다.

결정적 순간이 임박했어. 잠시 후면 내가 과거에 작용할 수있는지 알게 될 거야.

「새로운 것은 처음에는 엉뚱하고 우스꽝스럽게 받아들여지게 마련이죠. 그러다 위험한 것으로 인식되는 단계를 거치면 비로소 확실한 것이 되죠. 에펠탑이 딱 그런예잖아요.]

이렇게 바퀴는 돌고 또 도는 거야. 때로는 시간이 약이야. 시간이 가면 상황은 변하게 돼 있으니까. 밑에 있던 건 올라가고위에 있던 건 내려오지.

노스탤지어의 오류
옛날이 좋았다〉는 과거를 이상화시키며 그리워하는사람들이 입버릇처럼 뱉는 말이다.

두려움이 두려움을 부르는 거죠. 내가 이해하기로 네에의 세계 사람들은 항상 불안에 떨며 살아요. 새로운 것에 무조건 두려움을 느끼죠. 그렇다 보니 상대가 자신을공격할까 두려워 먼저 선수를 치는 거예요.」

「신이 뭐지?」르네가 그에게 바다에서 출현한 거대한 신들을 숭배하는 종교가 작동할 수 있는 기본 원리를 가르쳐 준다.
게브는 설명을 듣고도 공감이 가지 않는 눈치다.
「그런 유치한 것으로 전쟁을 피할 수 있단 말인가? 소인들이 그토록 순진한 사람들이란 말이야?」

「인간들은 대부분 진실의 영역보다 믿음의 영역을 중요시하죠.」

「그들은 맞고 틀린 것에는 관심이 없어요! 그들이 바라는 건 오로지 자신들을 꿈꾸게 만드는 그럴듯한 시나리오예요. 그러니 최대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하고, 강렬한 이미지들을 동원해요. 

「물론이에요. 그것 말고는 자신들의 존재를 설명할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요. 무지로 인한 공백을 메우는 것,
이것이 바로 종교의 위력이죠.」

방송인인 이 사람이 노리는 건 최면사와 똑같은 거야. 사람의눈과 귀를 집중시켜 놓은 상태에서 조작을 시도하는 거, 이 사람은 지금 내 이름을 반복해 부르면서 내가 이 일의 당사자라는점을 부각하고 있어,

이런 것들을 통해 극대화된 감정을 끌어내는 거야. 사람들이 리모컨을 눌러 대지 않고 한 채널에 시선을 고정한 채 광고까지 보게 만드는 거지. 그러고 나면 공포심을 달래기 위해 사람들이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들을 사들여, 소비는 공포의 결과물이거든.」

우리는 이제 기 드보르가 말한 스펙터클의 사회>를 살고 있어. 역사는 식료품 같은 소비재가 됐어. 맛을 내기 위해 달거나매운 소스를 뿌려야 하는 패스트푸드와 똑같이 돼버렸다고,

그러기 위해서는 네가 신중히 처신하고 내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네 능력에 닿지 않는 것을 파괴하려는 마음을 접어야한다.

「르네의 설명을 듣고 내가 이해하기로는, 소인들의 상상력은 그 대상이 확인 불가능할수록 강해지는 것 같아요. 그들은 믿음에 취해 있어 생각 같은 건 하지 않아요.
자신들이 주인으로 받들어 모시는 대상에 마술적 권위를부여하며 복종할 뿐이에요.」

「복종에서 행복을 찾는다는 게 참으로 놀라워요.」「왜 꼭 자유와 독립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하죠?」「복종하는 처지가 좋을 리 없잖아요.」「왜죠? 좋으면 안 돼요?」

「아니야. 난 그저 군주에게 절대복종함으로써 선택을피하는 쉬운 삶을 살아왔을 뿐이야. 틀리더라도 선택하며 사는 삶이 의미 있는 것 아닌가. 당신은 스스로 선택을 하면서 살아왔소, 르네?」「그렇다고 할 수 있죠. 특히 최근에는 더더욱.」

「저들에게 숭배를 가르치고 나서부터 모든 일이 잘 풀리고 있어요. 종교야말로 만능 해결책인 것 같아요. 저들이 얼마나 열성적으로 우리에게 복종하는지 봤죠?」 누트가 게브를 쳐다보며 말한다.
「사실이에요. 우리를 섬기는 데서 행복을 찾는 것 같아요.]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요. 정신의 힘으로세계가 얼마나 거대하고 복잡한지 아는 우리들이 행동은여전히 편협하게 할 이유가 없잖아요?」 누트가 덧붙인다.

「작은 인간들의 세상에서는 항상 어떤 일에 대가가 따른다는 걸, 좋은 일과 나쁜 일이 항상 같이 일어난다는걸 잘 알기 때문이에요. 그들은 안정적이고 조화로운 세상을 상상하지 못해요. 항상 문제가 생길 때까지 더 가지려고 하죠. 천성이 그래요.」

「저들이 우리를 잘 알게 됐으니 앞으로 약점을 찾아낼지 몰라요. 자식이 부모한테 그렇듯 말이죠.」

「나는 우리의 영혼이 서로 다른 풍경과 서로 다른 상황을 모두 거쳐 온 데는 한 가지 이유가 있다고 믿어요.
새로운 감정들을 경험하기 위해서죠.」

14 주인공의 이름 〈르네René)는 다시 태어난다는 뜻의 프랑스어 동사 renaitre의 변화형 rent에서 왔다. .

……행복 속에 너무 머무르기만 하다 보니 발전의 동력을 상실했어요. 불안감도 두려움도 소명도 없이 살다보니 의식마저 잠들어 버렸죠. 우리가 이룬 정신의 위업들은 시간이 갈수록 희미해졌어요. 르네를 만나기 전까지는 우리 존재의 기록을 글로 남기겠다는 생각조차 못했죠. 아틀란티스 문명의 기억을 활자로 남겨 줄 역사가도 한 명 없는데, 우리가 지혜를 가진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무지한 자들의 행복이었지. 물론 욕망과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는 건 만족감을 주지만 그건 정신적 마비를부르기도 하네. 자넨 소심하고 늘 불안과 두려움에 떨지만, 그래서 매사를 궁금해하고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거야.

나는 우연히 세상에 태어난 게 아니다.

1804년 리옹에서 태어난 그는 미국 심령술 운동의 스타였던 폭스 자매를 통해 1855년 테이블 터닝을 처음 접하고 나서 심령 회합을 주도했다. 그의 심령회에는 빅토르 위고, 테오필 고티에, 카미유 플라마리옹 등의 프랑스인뿐만 아니라 아서 코넌 도일 같은 영국인도 참여했다고 알려져 있다.

인간은 단순히 물질로만 구성된 존재가 아니다. 인간에게는 육체의 몸과 연결된 어떤 생각의 근원이 있는데,
이것은 우리가 낡은 옷을 벗어 던지는 것과 마찬가지로현생이 끝나는 순간 육신을 떠나게 된다. 육신을 빠져나온 죽은 자들은 산 자들과 직겁, 또는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영매를 통해 소통한다.

그는 1869년 사망해 파리 페르 라셰즈 공동묘지에 묻혔다. 그의 무덤에 세워진 흉상 밑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다.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존재하고, 모든 현명한 결과에는 현명한 원인이 존재한다. 원인의 힘이 결과의 위대함을 결정한다.)

카미유 플라마리옹은 장례식 추도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령술은 종교가 아니라 과학이다.
같랑 카르테크의 비석에는 그가 주창한 철학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다. 태어나서, 죽고, 다시 태어나, 끝없이 나아가는 것, 이것이 법칙이다.

☆아니, 어쩌면 그를 다시 찾아갔을 때 오랜만에 왔다고자신을 타박하던 할머니 앞에 섰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들 것 같아 망설이는지도 모른다.

「사람 한 명을 죽이는 건 범죄지만, 수백만 명을 죽이는 건 원대한 정치적 계획이라고 우리의 집단 무의식이믿게 됐는지도 몰라요.」 르네의 이야기에 갈수록 흥미를느끼는 니콜라가 냉소적으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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