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사가 말했다.
"네가 말한 그대로 말해 보련? - 이 집안 사람 모두 나를멸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집안에서 무슨 음모가 진행되고 있는지 나는 안다. 그리고, 영리하다고 말하는 다른 사람들보다오히려 내게 더 사물을 꿰뚫는 눈이 있다.
또 호리는 나와 마주치면 나 같은 건 아예 무시하고 오히려내 뒤편을, 아무것도 없는 곳에 시선을 준다 라고 말한 적이있었어."

아니, 분명히 보았다. 얼굴 표정이라기보다는 온몸을 흐르는긴장감 같은 것 – 굳어지던 그 모습 한 순간 바짝 긴장하는느낌.
불연속적으로 토막난 그녀의 이야기를 전체적으로 알아들을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뿐이다 - 그녀가 한 말 속에 숨어있는 결정적이고도 명확한 진실을 아는 사람은…

신랑감 후보자로 호리와 카메니가 거론되었다. 호리 - 오래트터 신뢰와 성실로 일관해 온 사람, 소지주의 자제였으나,
그 당이 임호테프의 소유로 넘어감에 따라 땅을 잃은 호리. 그을 던 친척뻘인 젊은이, 카메니.

갑자기 피곤이 그녀를 엄습했다. 그녀는 몸종에게 향긋한새의 향유로 자신의 손발을 마사지시켰다. 마사지의 박자에 따라 그녀의 몸이 서서히 풀렸다. 뼈마디마다 욱센거리던 신경통이 향유에 녹아 흩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생각했다.
‘이게 바로 죽음인가!‘
승복할 수 없는 죽음 - 예고도 없었고, 아무도 모를 죽음 .
늙고 쇠약하여 죽는 죽음 -퍼뜩 다른 생각이 스쳐갔다. 이건 자연적인 죽음이 아니야!
범인의 뜻하지 않은 습격을 받은 것이다.

달려온 호리가 시체 앞에 우뚝 멈췄다. 에사와의 약속 때문에오던 길이었다. 노마님은 자기에게 무슨 말을 하려 했을까? 어쩌면 영원히 알 수 없으리라.
그러나, 상상은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그는 생각했다...

하던 말을 멈춘 헤네트의 표정엔 실망의 빛이 역력했다. 무슨 사고가 나기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 그녀의 야비하고 짓궂은 표정이 김샜다는 듯한 실망으로 바뀌고 있었다.
레니센브는 두 여자의 표정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한 여자는증오, 다른 한 여자는 사랑 ㅡ 어느 쪽이 위험한 얼굴일까? 그녀는 혼자 저울질하고 있었다.

"당신은 노프레트가 이곳으로 오면서 불행은 시작됐다고 말했었죠? 그건 잘못된 생각이었습니다. 악의 씨앗은 이미 집안내부에 잠재해 있었으니까요. 다만 그녀의 등장으로 그 숨은 악이 밖으로 드러난 것 뿐이지요.

 그녀의 등장이 이 집안의 후미진 곳을 노출시켰지요. 카이트의 부드러운 모성애는 자기와 아이들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로 변질했고, 소벡은 명랑하고 쾌활하던 청년에서 허풍장이 바람둥이로 바뀌었지요. 귀여운 응석받이 이피도 잔꾀나 부리는버릇없는 아이로 변하게 되었습니다. 헤네트는 충성을 가장하던 껍데기를 벗고 쌓인 증오를 표출했으며, 사티피는 약한 자나 못살게 구는 겁장이에 불과했음이 밝혀졌습니다. 임호테프주인님조차 말많은 폭군으로 전락해 버렸지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요. 아마 모든 것은 생겨나서 자라나기 때문이겠지요.. 바꿔 말하면, 가령 사람이 점차로 다정하고현명하고 보다 향상된 상태로 성장하지 못할 때엔 오히려 비뚤어진 방향으로 치닫게 될지도 모른다는 얘깁니다.
아니면, 생활 범위가 너무 좁다 보니 폐쇄적인 일상에 얽매여, 넓은 마음과 시야를 가질 여유가 없었다고 할까요. 혹은 병충해처럼 하나의 병원균이 한 사람씩 차례로 전염시켜 급기야모두 병에 걸리게 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겠지요."

"**만은 전과 달라진 점이 없었어요."
"바로 그겁니다. 내가 그를 의심하기 시작한 이유 중 하나가그겁니다.
다른 사람들은 제 나름대로의 기질로 억압된 기분을 풀어 버

그의 내부 어느 구석에 자리잡고 있던 불평불만이 서서히 고개를 쳐들기 시작했습니다 — 언젠가 오솔길에서 본 뱀처럼 말입니다.

죽음… 생을 생각하다 보니 한 바퀴 돌아 원점, 다시 죽음의 문제로 되돌아왔다.

그녀는 생각했다.
‘만일 호리가 죽게 된다 해도, 나는 그를 잊지 않을 테야! 호리는 내 마음속에서 그치지 않는 노래가 될 거야 - 영원히……이제 더 이상 죽음은 존재치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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