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그 점이 의심스럽다니까요. 부인도 아시다시피 마리나란 여자는 언제나 자신이 염원하던 것을 찾아냈다고 생각하는 그런 부류의 사람이랍니다. 하지만, 인생이란 그와 같이 간단한 게 아니잖아요?"
"변덕이 너무 죽 끓듯 하다는 말이에요. 부인도 아시겠지만, 한순간은 말할수 없이 행복해져서 매사가 즐거워 기뻐 날뛰어 기분이 최고조에 달해 있죠그러다가 무슨 일이 조금이라도 일어나면 정반대의 극단으로 치닫는 거예요."
‘가엾은 마리나 그레그 밴트리 여사가 속으로 생각했다. ‘그녀에겐 이와 같은 일들이 늘 벌어지겠지. 얼마만 한 인내심이 필요할까! 히더는 결연한 태도로 그 이야기를 주절주절 주워섬겼다. 앨콕 부인이 밴트리 부인의 어깨에다 무거운 한숨을 토해냈다.
마리나의 응답이 이번에는 그리 즉각적이지 않았다. 히더 베드콕의 어깨너머로 떠돌던 그녀의 시선이 이제는 계단 중간쯤에 있는 벽에 고정되었다.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응시하고 있었는데, 그녀의 안색이 하도 창백해서 밴트리 부인은 반걸음쯤 앞으로 나아갔다. 저 여자가 기절을 하려나? 대관절 그녀가 매서운 눈초리로 쏘아볼 만한 게 있다는 말인가? 그런데, 그녀가 마리나쪽으로 다가서기도 전에 마리나는 자신을 수습했다. 흐려지는 초점을 잃은 그녀의 눈이 히더에게로 돌려지더니, 비록 반사적으로 눈가림을 하긴 했지만 다시 한 번 매력적인 태도로 바뀌었다. - P55
갑자기 밴트리 부인에게는 이 집이 우중충하고 낡아빠졌으며, 일부러 꾸민듯하다는 느낌이 역력히 들었다. 새로 번쩍번쩍하게 칠하고 여기저기 변화를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집은 본질적으로 낡고 오래된 빅토리아풍 저택일 따름이었다. "나가는 게 현명하겠어." 밴트리 부인이 생각했다.
"그래, 충분히 그럴 소지가 있지. 어느 정도 그와 비슷한 사람들을 알고 있어. 그런 사람들은 ." 그녀가 덧붙여 말했다. 살얼음을 딛는 듯이 살고 있자 자신들은 그 사실을 미처 모르고 있지만체리가 그녀를 응시했다.
"세상이 어떤지를. 그녀는 사람들이 어떤지를 알 생각조차 안 했지. 한 번도남들 생각을 해본 적이 없거든요. 그러니까 짐작이 가겠지만, 그녀는 자기에게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었죠."
"분명코 자기중심주의에서 나온 것이긴 한데, 그렇다고 이기적인 것은 아녜요." 그녀가 덧붙였다. 제아무리 친절하고 비이기적이며, 남들 생각을 먼저 한다 해도, 앨리슨 와일드 같은 여자들은 자기가 무엇을 하는지 실상은 모르는 거예요. 그래서, 자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거죠."
"대부분 사람들은 자기 방어 본능을 갖고 있어요. 그들은 자기가 하는 말을받아들일 사람들에게 그들이 지닌 성격으로 미루어 자기가 이런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것이 현명한지 아닌지를 판단하죠. 그렇지만, 내가 얘기하는 앨리슨와일드는 자기 자신 이외에는 아무도 생각지 않는 거예요. 그녀는 상대방에게자기가 뭘 했고, 뭘 봤고, 뭘 느꼈고, 또 뭘 들있는지에 대해서만 애기하는 타입의 사람이에요. 그런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뭘 말하고 뭘 했는지에 대해서는 결코 언급하는 법이 없죠. 그런 사람들의 삶은 일방통행적이라 볼 수 있지요 오직 한 길만을 뚫고 나아가니까. 그들 눈에 비친 타인들은 그저 방에 붙어 있는 벽지나 마찬가지예요."
"내 생각에는 히더 베드콕이 바로 그런 사람인 것 같아요." "당신은 그녀가 자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떤 일에 말려드는 사람일 게라고 생각한다는 말이에요?" "그것이 위험한 짓이라는 것도 느끼지 못하는 거지." 마플 양이 말했다. "그로 인해 그녀가 죽음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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