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싶어서가 아니라, 싫으면서도 아이리스는 그날 밤의정경을 마음속으로 그려 보고 있었다. 룩셈부르크 레스토랑의 원형 테이블, 밝게 비춰 주던 불빛, 꽃, 음악을 연주하던 밴드, 원형 테이블에는 일곱 사람, 즉 아이리스, 앤터니 브라운, 로즈메리, 스티븐 패러데이, 루스 레싱, 조지, 그리고 조지의 오른쪽에는 스티븐 패러데이의 부인, 옅은색깔의 곧은 머리칼을 하고, 약간 매부리코에다 또렷한 목소리로 얘기하는 알렉산드리아 패러데이 부인이 앉아 있었다. 매우흥청거리는 파티였다. 아니, 그렇지도 않은 걸까?
아이리스는 그곳이 싫었다. 우아하고 튼튼하게 지어진 집에다 가구나장식도 조화를 잘 이루고 있었다. (루스 레싱의 솜씨는 빈틈이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무서울 정도로 공허했다. 그들은거기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단지 거기에 머무를 뿐이다. 전쟁터의 파수꾼처럼. 지극히 정상적이고 일상적인 여름의 생활에서 무엇이 그토록 두려움을 주었을까.
그 웃음을 띤 창백한 가면 속에서 샌드라가 무엇을생각하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마치 스핑크스와 같은 여자.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돌이켜 생각해 보지 않으면. 로즈메리 언니에 대해 꼭 기억해야 된다. 망각은 허용되지 않는다.
루스는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대에 대해서 전혀 위축감 같은 것은 갖지 않았다. 루스는 어떠한 상황에 부딪치더라도 거기에 대응할 수 있는 자신을 충분히 갖고 있었다. 불운한 사람들의 이야기 정도로 루스의 마음을 움직일 수는 없었다.
루스가 참을 수 없었던 것은, 빅터에겐 다른 사람의 마음을 쉽게 꿰뚫어보고 조종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어쩌면 루스는 드레이크의 그런 점에 매력을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확실히빅터에게는 매력이 있었다.
"왜일까? 당신은 뭔가 달라요. 당신에겐 쉽게 접근할 수가없군요. 당신의 그 맑은 눈…당신은 결코 그런 방법에 넘어간 적이 없을 테죠. 그래요. ‘저지른 죄 이상의 비난을 받는 불쌍한 인간입니다." 라는 따위의 방법이 당신에겐 통하지 않아요. 당신에겐 동정심이란 게 없는 걸까요?"
"동정심 같은 거 난 경멸해요."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는 말 같군요. 당신 이름이 루스라고했죠? 상당히 재미있군. 몰인정한(ruthless) 루스(Ruth)인가?" (루스(Ruth)는 ‘연민, 동정이라는 뜻.)
빅터는 다른 사람의 머리에 생각을 불어넣는 것을 좋아했다. 그런데 이 경우엔 이미 가지고 있었던 모든 생각들을 꺼내어줄 뿐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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