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럽지 않아도 상관없어. 아무도 나를 사랑해주지 않나도 돼. 내가 어떤 심정으로 사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그런 내게 로베르토에 대한 생각은 일종의 안식처였다.

귀 따위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 생김새에 감탄하곤 했다. 인가끔은 그릇, 컵, 스푼,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며 마른 입사공적인 것이든 자연적인 것이든 상관없었다. 나는 어릴 때부익숙했던 리오네 알토의 거리를 처음 보는 것처럼 관찰하기 시작했다. 상점과 거리를 오가는 행인들과 8층짜리 건물들이며 황토색이나 녹색 또는 하늘색 벽에 그어놓은 하얀 줄무늬 같은 발코니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동안 수없이 지나다녔던 산 지아코모 데이 카프리가의 검은 용암석 길과 핑크그레이 또는 녹이슨 것처럼 보이는 색상의 오래된 사무실 건물들과 공원에 빠져들었다.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학교 선생님들, 이웃들, 상점 주인들보메로가를 지나는 행인들을 바라보면 그들의 행동과 눈빛과 표정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럴 때면 모든 사람과 사물의 은밀한깊이를 알아내는 것이 내 임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을 떠나기 2년 전,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내가 매우 못생겼다고 했다. 신혼 시절 장만한 리오네 알토 구역 산 지아코모 데이카프리가 꼭대기에 있는 집에서 아버지는 속삭이듯 그렇게 말했다.
그 순간 모든 것이 멈췄다. 나폴리의 모든 공간도, 얼어붙을듯 차가운 2월의 창백한 햇살도, 아버지가 내뱉은 문장까지도,
나만 혼자 그곳에서 살며시 빠져나왔다. 그리고 지금, 나는 여전히 문장과 문장 사이에 빠져 헤매고 있다. 내게 완성된 이야기를만들어주려는 문장들 사이에, 실은 무의미한 문장들일 뿐인데,
진정 나의 것은 아무것도 담지 못했는데,
나는 이야기를 제대로 시작하지도 완결 짓지도 못했다. 내 글은 혼란일 뿐, 이야기가 제대로 전개되고 있는지, 그저 구원 없이일그러진 고통의 나열일 뿐인지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지금 글을 써 내려가고 있는 이마저도

고모와의 두 번째 만남은 첫 만남보다 더 강렬했다. 나는 그때을로 짧은 순간에 모든 감정을 욱여넣을 수 있는 공간이 내안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들통난 거짓말에 대한 부담감, 부모님을 배신했다는 수치심, 그들이 받았을 상처로 인한 괴로움은 어머니가 현관문을 닫는 순간 철로 만든 새장 같은 엘리베이터 유리문 너머로 사라져버렸다. 건물 입구를 지나 차에 들어가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담배에 불을 붙이는 빅토리아 고모 옆에 앉는 순간, 나는 생소한 감정을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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