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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밤의 코코아
다나베 세이코 지음, 서혜영 옮김 / 포레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달달하고 따뜻한 연애소설을 좋아하는 나지만, 차츰 나이를 먹어가며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에 서서히 지쳐가는 것 같다. (그런건 없으니까여...) 연애에 ‘따위’라는 어미를 붙여 말하기 시작 할 무렵, 내 마음을 알아주는 기막힌 연애소설이 올 봄, 나왔었다.
다나베 세이코의 <서른 넘어 함박눈>
그녀의 소설은 ‘연애소설’이라는 뉘앙스가 주는 설렘, 핑크빛, 낭만과는 멀어도 너무 멀었다. 사랑에 아프고 다치고, 사람에 치이고 속아봐야만 아는 ‘언니들’의 ‘진짜’ 사랑이야기였다.
많은 위로를 받았고, 생각보다 유쾌했으며, 어떤 것들을 배우기도 했다.
그리고 여기, 그녀의 새로운 소설이 다시 나왔다. <고독한 밤의 코코아>
열두 편의 짧은 이야기들이 주는 주제는 하나다.
진짜 사랑은 그리 녹록치 않다는 것, 나이를 먹는 중인 우리는 모두 이상적인 사랑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을 한다는 것이다.
모든 이야기에 등장하는 ‘그녀들’은 어딘지 모르게 나와 닮아있다. 그녀들이 하는 고민은 20대가 된 후 쓴 내 일기장의 그것과 닮았고, 사랑을 앞두고 하는 행동과 그와의 대화는 내 기억속에 어렴풋이 자리 잡은 그 시간을 옮겨놓은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가장 맛있는 것은 맨 나중에 먹는 타입이라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당사자인 그에게도 고백하지 않은 채 매일 좋아하는 남자와 함께 일할 수 있는 회사에 오는 것을 즐겼다.
좋긴 하지만 그에게 찰싹 달라붙지는 않았다. 무람없이 굴면 눈치 빠른 여자들에게 금방 들켜버린다._15p.
가령 사내 연애가 두려워 짝사랑하는 남자를 이렇게 바라만 보는 마음이라던가.
뭣 때문에 회사를 다니는 건지..... 분명 치바를 보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렇게 온 마음을 쏟을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것이 부러울 따름이다._33p.
솔로로 지낸지 한참 된 지금, 누군가를 ‘사랑이라도’하고 있는 친구에게 느끼는 이상스런 질투(혹은 부러움)라던가.
지금 와서 생각하면 나는 남녀의 차이에 대해 너무 무지했던 것 같다. 나는 여자고 그는 남자라는 사실을 잊고 내가 이러니까 그도 이럴 거라고 굳게 믿었다._111p.
사랑과 이별을 해본 후에야 비로소 알 수 있는 어떤 것들에 대한 결론.
전작이 누군가 해주는 조언 같았다면, <고독한 밤의 코코아>는 분명 ‘내 이야기’에 가깝다. 더 공감가고, 그래서 더 위로받는다.
그녀의 소설 앞에서는 짝사랑하는 20살 무렵의 나도, 아픈 사랑을 막 마쳤던 20대 중반의 나도, 새로운 인연을 기다리는 지금의 나도 모두 하나가 된다.
사랑과 연애에 관한한, 더 이상 낭만적이고 느긋한 여유로움으로 바라볼 수 없는 어느새 서른에 가까워진 지금의 ‘나’와 가장 근접한 그녀들의 이야기, 올 겨울 강력하게 추천하는 필독 연애 소설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