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재앙은 피할 수 없다
위화 지음, 조성웅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0월
평점 :
독특한 소재와 강렬한 분위기, 이야기의 끝에 던지는 삶과 인간에 대한 묵직하고도 원초적인 질문으로 한국인에게 가장 사랑 받는 중국 작가 위화, 그의 단편 소설집이 나왔다.
이번 소설은 80년대에 쓴 그의 중단편을 위화, 본인이 직접 꼽아 묶은 소설집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보다 더 실험적이고, 틀에 얽매이지 않은, 개성 강한 작품들일 것이란 생각으로 소설의 첫 장을 넘겼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 첫 단편, 1986년.
문화대혁명이 끝난 지 10여년이 흐른 80년대 중후반, 역사교사이자 형벌연구가였으나 문화대혁명 때 실종되었던 한 남자가 마을에 돌아온다. 하지만 그는 예전과 다르게 온전치 못하다. 자신의 코를 베고, 피부를 뜯고 고대 중국의 형벌로만 전해져오던 갖가지 고문을 몸에 행하며 미치광이처럼 마을을 휘젓는다. 마을사람들과 전 부인마저 그를 외면하고, 희롱한다.
다소 난감한 소재와 분위기가 주는 파급력 때문일까. 소설을 읽은 후, 청년 위화가 의도한 바는 무엇이었을까에 대해 한참을 생각했다.
아마도 그는 중국 역사에 큰 기점이 된 문화대혁명에 대해 사유하지 않는 중국 사회와 급격한 변화로 과거와 역사를 등한시 하는 시대의 풍토를 꼬집고자 하는 바가 아니었을까.
세 번째 단편인 <재앙은 피할 수 없다> 또한 흥미롭다.
개성 넘치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이들은 공통점이 한 가지 있다. 비뚤어진 자신의 욕구를 위해 비윤리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고 행한다는 것이다. 잘 생긴 남자와 결혼하는 것이 꿈이었던 한 여자, 그녀는 꿈을 이루지만 남편을 자신만의 소유물로 갖기 위해 신혼 첫날밤에 남편의 얼굴에 빙초산을 붓는다. 친구의 결혼식에서 처음 만나 사랑을 나누는 주인공의 친구들, 이들은 사랑을 나누는 현장을 엿보던 아이를 죄의식 없이 살해한다.
이렇듯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인물들과 비현실적이다 못해 환상적인 분위기와 스토리는 욕망에 굴복해 추락하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역시 위화의 소설은 늘 실망을 주지 않는다. 재미삼아 보기에는 소설의 끝에 느낄 수 있는 묵직함과 아림이 강렬하지만, 그만큼 시간을 투자해 꼼꼼히 읽을 만한, 읽어야만 하는 소설 인 듯하다. 그 중에서도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그의 작품 세계를 보여준 <재앙은 피할 수 없다>, 꼭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