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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건너뛰기 ㅣ 트리플 2
은모든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3월
평점 :
은모든 작가의 책은 우선 자연스러움이다. 내 옆에서 나의 주변에서 있는 사람들에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담하게 풀어내간다. 그 익숙함과 편안함이 읽는 내내 계속 진행되며 특히, 관계와 사랑에 대한 현대인들이 느끼는 사람들의 심리를 잘 묘사해 놓았다. 곁에 있는 친구와 대화하면서 들으면서 느끼는 책의 서술적 표현이 나에게 대화하는 친구같이 포근하게 다가온다. 그녀가 말하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또 다른 독자와의 즐거운 관계가 맺어지는 듯하다.
오프닝 건너뛰기
수미는 막 결혼했다. 5월의 신부가 되어야 했지만 코로나 시기에 미뤄 미뤄 다시 식을 치르자고하고 우선 경호와 한 집을 꾸리기 시작한다. 결혼이라는 복잡한 절차와 형식을 미룰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양가에서는 계속 결혼식을 해야한다고 보채신다.
어찌보면 요즘시대의 코로나로 인해 식을 간략하게 하고 결혼하는 일이 많아 졌을 것 같다.
서로 당번을 정하고 밥을 준비해먹고, 배달음식 시킨 돈으로 생활비인가 용돈인가를 구분할 수 없는 결혼이라는 하나의 굴레로 들어온 것이다.
3년 가까이 연애하면서 경호가 쇼핑을 즐긴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지만 막상 함께 살아보니 연애 시절에 체감한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끊임없이 새로운 물건이나 서비스를 고르고 주문 하는 것은 그의 취미이자 특기처럼 보였다.
그때는 그냥 알았던 것과 그것이 나의 영향력을 미치는 생활 속에서 나에게 미치는 존재가 되어버린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특히 결혼이라는 테두리에서 다들 느끼는 공감된 부분일 것이다.
명주. 수미의 첫 직장에서 알게 된 사수 배명주 과장.명주언니. 난방도 안들어 오는 회사에서 면접보고 출근하게 된 수미. 일자리도 잘 구해지지도 못하고 있던 탓에 자신을 인재라고 불러주는감언이설에 얼떨결에 명함받고 시작된 취재기자 박수미가 되어버린다.
석달 앞서 입사한 하림과 수미, 정규직 명주는
다함께 식사하는 그날이 하림의 마지막 출근날이다. 그때서야 서로에게 알게되고, 이혼하고 돌싱이 된 명주의 과거를 알게 된다.
경호가 품고 있는 따스함과 단순함. 그 두 가지가 서로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것은 연애 시절부터 알고 있었다. 아마도 과일의 껍질을 벗기고 씨앗을 도려내듯 필요 없는 부분은 제거하고 원하는 부분만 취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터였다.
누군가와 한 집에서 평생을 살아가는 일의 본질이 거기에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오프닝을 건너 뛴 채 시작한 결혼이라 그런지
모든게 불안하고 두렵고 힘들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결혼식이라는 절차의 오프닝을 건너 뛴 것보다 결혼을 하는 것에 대한 마음가짐과 나를 생각해 볼 시간 없이 그냥 하늘에서 툭 떨어져 함께 한 공간에 떨어진 우리 둘 같다는 느낌은 결혼의 일체성을 느끼기에는 서로가 섞이지 않는 이질성을 가진 채 서로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스튜디오 촬영장에서도 포토그래퍼는 "신부님도 조심만 더 미소를 지어볼게요! 혹시 정략결혼 하시는 건 아니죠?" 수미, 정호는 어색한 웃음 속에 사진을 찍는다. 얼빠진 표정으로 나온 정호가 웃기다. 아직은 친구같은 그냥 그 관계에서의 정호가 좋을 뿐이다.
정호는 미술학원 강사다. 코로나로 급여 지급이 밀리고 긴 휴강 탓에 제대로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미는 제대로 원장한테 말 못하는 정호를 다그친다. 그의 따스함은 곧 기다림, 느긋함은 결국 같은 연장선에 있는 그의 모습 일 것이다. 다그쳐도 웃고 있는 그 모습에 이제 화를 느낀다. 에어프라이도 갖고 싶고 선배가 중고 노트북을 싸게 준다고하거나, 이번엔 식기세척기를 사고 싶다는 정호의 말에 수미는 개수대 안쪽에 설겆이 하던 고무장갑을 벗어던지며 원장한테 전화해서 밀린 급여를 받아오라 독촉한다.서로의 실랑위 속에 전화기는 이들의 마음의 금이 그어져가듯 전화기는 바닥으로 내동댕이쳐 금이 간다. 그 와중에도 경호가 폰 바꿀 핑계가 생겼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수미. 돈돈돈 하는 부모처럼 되기싫었는데 결혼한 수미는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모습 속에 부모의 모습을 보며 떨쳐내려 산책을 나간다.
수미가 바라보는 명주.
그녀는 여러색을 지니고 있다. 불의를 보면 도와주는 기지며, 당당한 모습. 수미가 닮고 싶지만 그리 되지 못하고 부러운 언니같은 존재이다. 힘든 수미를 보담듬어 주는 마음, 한바탕 뛰고 양화대교에서 박수 받는 나를 위로 하는 마음을 알려준 멋진 언니. 언니를 통해 받았던 위로를 수미는 경호에게 전해준다. 서로가 연결되어 있는 관계 속에 위로 받았던 수미는 경호에게도 위로해 줄 주 아는 한층 성숙한 인간이 된다.
함께 어울리는 관계 속에 우리는 서로를 박수쳐주고 서로를 위로 해 주는 채 살아가고 배워간다.
명주 언니네 집으로 놀러간 수미는 언니와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화로 속에 포개진 나무들 사이에는 분명히 적당한 틈이 있어야 한다. 서로 함께지만 서로는 그 적당한 틈속에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 배려하는 공간들이 잡혀 있어야 한다. 그 사이로 흐르는 공기가 있어야 불은 더욱 더 타오르는 불꽃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쾌적한 한잔
sns에 멘트를 보고 자신의 일상을 돌아보는 은우. 함께 운동하자던 친구가 갑자기 펑크나는 일상. 좋은 처자 있으면 언제든 부담갖지 않고 데리고 오라는 엄마의 부담스러운 전화와 운동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면 그들은 다들 어떻게 살고 있을까를 궁금해 하는 은우. 친구의 개업 오픈에 가서 오랫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도
단절되듯 연결되는 사는 세상사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오가고 있으나 관심도 사는 것도 서로의 공간에서만 알 수 있는 관심없는 타인들의 관심있는 듯한 무의미한 대화가 오고 간다. 아슬아슬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술 속 대화 속에 주제를 잃고 휘청대는 어지러움에 은우는 자리를 피한다. 동창 소하는 그런 은우를 따라와 되려 자신이 사과한다.
"너, 만나는 사람 있어?"
"너 좋아하는 게 아마 그래서 그런 거 같다고."
소하는 거침없이 은우를 향해 관심을 표현한다. 마흔 넘어도 결혼 안했으면 그때는 결혼해버리자라고 말하는 직진녀 소하. 은우는 선생님다운 직업 정신을 펼치며 그녀에게 오히려 위로랍시고 하지만 소하는 까인 거라 생각하고 쿨하게 택시를 타고 가버린다. 은우는 아직 서툴다. 떠난 소하를 잡지 못한 것도 아쉽기도 하고 모든 게 아직은 준비가 부족하고 신중한 탓인지 타이밍이 안맞는지 사람의 마음을 잡고 알아가기란 힘들고 복잡하다. 이럴 때 바텐더의 산뜻한 파인애플 진토닉 한잔 처럼 깔끔한 맛을 보는 느껴본다. 요란한 충돌의 반대편에서 맛 볼 수 있는 쾢적한 맛, 차가운 얼음의 냉기와 어울러진 조화로운 그 맛 처럼. 관계에 대해 조금 더 느껴보려는 은우의 마음은 유리잔 표면에 맺힌 물방울에 손 끝을 적시며 새로운 모습으로 또 한걸음 나아 갈 것이다.
앙코르
앙코르와뜨의 지역적인 뜻과 세영에 잊고 있었던 그녀의 옛 그녀에 대한 기억의 앙코르의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다. 혼자 여행떠난 세영은 우연히 앙코르 와뜨에 도착해서 캐리어를 잃어버린 한국인 여행객에 말을 붙이면서 그녀와 숙소를 같이 쓰게 되고, 여행도 함께 하게 된다.
윤가람이라는 여자애는 짐을 잃어버리고도 편히 자는 속편한 스타일이다. 그런 윤가람을 보면서 많은 대화를 하고 세영은 혼자 떠났던 여행지에서 자신의 옛 모습, 어떤 선배언니를 좋아했던 자신의 모습을 기억하며 가람이와 자신의 모습을 동일하게 여기게 된다. 다시 돌아온 설렘. 그녀들의 관계가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증을 자아내며 이야기는 끝을 낸다.
《오프닝 건너뛰기》는 우리 주변의 다양한 방식의 ‘관계’들에 관한 이야기다. 세 편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막 결혼한 부부이거나 연애하지 않고 살아가는 중이거나 이전의 연애에서 아직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얽히고 설킨 관계 속에 너와 내가 공존하기 위한 적당한 온도와 속도를 가늠해보며 서로의 공간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일상의 모습을 잘 담았다.
우리들의 삶에는 각자의 오프닝이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의 오프닝을 건너뛰는 기능이 있는것 처럼 쉽게 우리 일상도 오프닝을 뛰어 넘어 볼까요? 오프닝은 오프닝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무심코 뛰어 넘길 오프닝 건너뛰기를 오늘은 조금 더 귀 기울여 보고 알아 보고 싶다.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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