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가
아사이 마카테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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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매화향이 그윽할 것 같은 책을 받아서 책을 넘겨봅니다. 글을 쓰는 가호. 미야케 가호는 나카지마 우타코의 제자이자 본명은 '다쓰코'이다. 가호는 아침부터 몇 번째 인지 모를 한숨을 지으며 등받이에 걸쳐둔 스톨을 어깨에 둘렀다. 덤불 속의 꾀꼬리라는 큰 재능을 보여줬던 그녀. 남편 미야케 세쓰레이 부인으로 세상의 존종을 받고 남편복 자식복을 다 누리고 있다. 그녀의 제자인 히구치 이치요(히나쓰.1872년생.16세때 아버지 죽음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며 밤벚꽃 등 발표했으나 빈궁하게 지내다24세 나이 폐결핵으로 죽었다. 사후 당대 최고 여성 소설가로 화려한 명성을 얻었고 일본 5000엔권 지폐모델이다.) 히나쓰는 선배나 동료를 정중한 말투로 과장되게 추어올렸고,그 비굴함 탓에 주위 사람들이 만만하게 대하던 처녀였다. 하지만 다쓰코(가호)는 그녀에게 힘든 환경에도 교제를 끊지 않고 상담도 해주고 응원해주었다. 하기노야의 스응 나카지마 우타코 선생의 병문안을 떠나는 가호. 실제있던 인물들에 대해 시대적 배경을 생각하면서 차근 읽어봅니다.

하기노야의 스승 나카지마 우타코의 병문안을 떠나는 가호. 우타코에게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불려가지만, 용무라는 것은 스승이 와카 교수로 가르치는 일본 여자대학교 대강 의뢰나 학생들이 제출한 작품 첨삭부터 자잘한 소식만 들려주고 끝나는 만남이었다. 하지만 병문안이라, 평범한 병문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글쓰기에 바쁜 가호는 오늘도 마음을 가다듬고 글 써내려 가기엔 글렀다. 하지만 자꾸 최악의 사태가 걱정되어 인력거를 타고 가는 그녀의 마음이 초조하다. 스승은 이미 일세를 풍미하던 문인으로 넘어볼 수 없던 그녀의 당당한 아름다움의 위풍에 문하생으로의 긍지를 느끼며 아직도 붓을 잡게 된다. 그 스승에 대한 존경심과 그녀에 대한 위대한 문인으로의 모습을 깊이 새기는 가호의 모습이 나타난다.

스승은 히나쓰를 양녀로 삼고 싶어 했다. 히나쓰에게 그 제안은 가인으로서의 장래를 보장받는 한 줄기 광명과 같은 것이였다. 하지만 히구치 가의 호주가 된 몸이라 도저히 맺을 수 없는 인연이었고, 히나쓰는 그런 자신의 처지를 한스러워했다. 가호는 자신보다 9년이나 늦게 입문한 그녀를 스승이 후계자로 택한 것에 대한 질투심과 부러움이 있었을 것이다. 요절한 그녀에 대한 경쟁심은 끝이 없다. 스승을 만나러 가는 사이 히나쓰를 상기하며 병원에 도착한 그녀는 예상과 달리 병문안 오지 않은 고요한 병원에 왜소하게 누워있는 스승을 마주한다. 스승의 하녀 스미도 주인을 닮은건지 쌀쌀하게 가호를 응대한다. 스승의 부탁으로 스승의 집으로 가서 위문품을 살펴보러 가게 된 가호. 위문품은 오지도 않았던 걸 알게되고. 스미는 스승의 상태를 너무 담담하게 알려주고 돌아가시기 얼마 남지 않을만큼 상태가 좋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곳저곳을 보다 마키에로 싸리나무가 그려진 문서궤의 뚜껑을 열었다. 잡동사니들과 함께 나온 헝겊 끈으로 묶은 봉서꾸러미를 발견한다. 끈을 풀어보니 스승의 유려하고 우아한 글씨가 빼곡하다. 40여 년전 그녀의 기록. 그 시간으로 들어가본다.


유키모모.(이른 봄에 내린 눈에 덮인 복사꽃. 막 피어난 사랑에 닥친 시련을 은유한다.) 스승의 기록지를 보는 가호.


3인 기치사 구루와노하쓰가이 가부키를 보 았다. 나(우타코,도세)는 예복용 기모노의 소매를 끌어당겨 무릎 위에 놓았다. 하얀 비단에 매호나무, 그리고 나비무늬를 보니 새삼 원망스런 기분이 든다. 선보기 싫다고 애원했건만 엄마는 나를 데려와 채근한다. 내 신랑감을 빨리찾고 싶은 어머니는 줄기차게 맞선 상대를 조달하고 있다. 드세 보이고 관심없는 나는 싫다. 오빠가 있으나 오빠 고자부로는 숙부의 가문을 이어받아야 하고 나는 엄마가 운영라는 미토번 어용 여관 이케다야를 물려받기 위해 빨리 데릴사위를 들이려는 엄마의 목표가 있다. 이케다야에 묵는 미토 번 가신들은 존양왕이 라는 사상의 최선봉이라는데 얼마전 막부 다이로이며 히코네 번의 번주인 이이 가몬노카미 님을 비난하는 상황이다. 흑선에 겁을먹은 쇼군이 맺은 통상 조약의 내용이 이 나라에 몹시 불리한 데다 교토에 계신 천황폐하의 허락도 받지 않은 독단전 결정이었다고 한다. 미토 번주를 비롯란 존왕양이 일파는 격분하여 다이로를 규탄했고 다이로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투옥하고 할복이나 참수라는 극형에 처했다. 미토 사람들은 툭하면 화내고 툭하면 이치를 따지는자 성격이 거친 자라고 에도사람들을 말했다. 어느날 여관에 온 미남 검술로가 방문하고 나는 그를 보고 첫 눈에 반한다. 저녁바람이 정원에 늘어진 싸리나무 가지들을 흔들어 빨강과 하양이 섞인 꽃들을 너울너울 춤추게 하고 있었다. 숨막힐듯한 그를 바라본 나의 모습을 자연에 아름다움과 빗대어 도세 (나카지마 우타코)가 처음 누군가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순간을 표현하였다.
굳어 보이는 눈썹.콧날이 곱고 날렵하며. 뺨에 미소를 지그시 품고 있다. 살짝 마주친 그와의 만남에 부끄러워 피하기만 한다. 그의이름. 하야시 주자에몬 모치노리. 뭔가 생각에 깊이 잠긴 듯한 그의 눈빛을 가슴에 품고 있다. 어느날. 도세의 강아지 시시마루가 사라진날 이케다야 머슴 아저씨인 세이로쿠가 시시마루를 찾으러 나선다. 아씨? 걱정마세요.금방 찾아올게요라고 떠난 아저씨는 빈손으로 돌아온다. 시시마루가 사라져 야단 떨고 있는 도세에게 엄마는 말한다. "여울을 흐르다 바위에 부딪힌 급류처럼." 스토쿠인의 시를 읊는 어머니. 하지만 윗구뿐이다. "도세, 아랫구를 잊었니?" ..... "단자쿠에 적어서 매달아 두렴" 간절한 심정을 담아 시시마루 찾기를 염원한다. 도세는 간절함을 담아 매화 고목에 매달아 놓았다. 간절함이 닿았는지 시시마루는 하야시님의 도움으로 도세에 품에 안긴다. "갈라져도 끝내 다시 만나리...기다리던 님을 만난다, 로군요."단자쿠의 시를 읽은 하야시. 시시마루를 안아들면서 순간적으로 하야시 님의 손가락을 만진 것 같았다. 너무 애틋하면서도 조심있는 그들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만남이 시작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네.마침내." 도세에 마음의 소리는 그에게 닿았다. 그 분만은 만나고 싶다. 하야시 님을, 딱 한번만. 책에 그려진 매화의 꽃이 흩틀어 지는거 같다.. 하야시님을.. 기다리는 도세의 마음이 전해진다.

"조금 전에 중매인이 다녀갔다. 이번에는 인연이 없던 것으로 생각해 달라고 하더구나" 도세가 싫었었지, 상대방이 맘에 안든다는걸 듣고 난 도세. "거, 거절을 하려고 왔단 거예요?" 그날 얄밉게 아랫눈꺼플을 까 내리며 혀까지 낼롬 거렸던 도세. 예의가 아주 바른처자라고 비아냥을 받아 엄마는 도세로 인해 치욕을 겪는다. 도세는 오히려 잘 됬다고 좋아했지만 엄마는 단호했다. "이젠 상대가 누구라도 상관없다...사무라이만 아니라면" 미토에 사무라이는 곤궁하다고 미토 출신이 워낙 이케다야를 오고가 많은 정보를 아는 어머니. 어머니의 가업을 물려받아야 하기에 데릴사위로의 조건도 필요하나 하야시는 가독을 물려받아야 하므로 반대하신다. 미토 번 내부에 천구당과 제생당이라는 파가 나뉘어서 싸우는 불안정한 상황도 우려하는 어머니. 어느날, 이이 나오스케 일미통상 조약 맺었던 그의 가마 행렬에 큰변을 당한다. 하야시가 다이로를 습격한 가신일까 두렵고 혹시 죽을수도 있겠다는 우려속에 세이로쿠와 함께 하야시를 찾아나선다. 그를 찾아나서는 초조한 마음과 두려움이 도세를 덮쳐온다.
세이로쿠 아저씨의 도움으로 하야시를 만난 날. 살아있는 히야시에게 감사함을 느끼며 눈물을 훔친다. 미토 번은 천구당과 제생당이 나뉘어져서 싸우고 있고 히야시는 천구당파로 다이로를 치는 거사에 가담했지만 동료를 구출하기 위해 갔다가 부상을 당해 직접적인 행사에 가담하지 못했다. 사무라이에게는 습격에 가담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한스러움과 사무로이로써 죽지못했던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도세는 이해하지 못한다. 서로 애틋하지만 만남을 계기로 둘은 부부의 인연을 맺기로 하고 하야시는 도세와 미래를 약속한다. 세이로쿠 아저씨는 도세를 따라 옛부모의 고향 미토번으로 향한다. 도세의 엄마는 이케다야를 이을 후계자가 없자 여관을 접고 자신의 고향으로가서 소소하게 일하는 사람으로 살아간다. 모든걸 버리고 하야시만을 생각했던 도세의 결혼생활은 시누이 데쓰와 생활하면서 도세의 고향과는 다른 사무라이집안이라 검소하고 곧고 굳은 성격에 도세는 힘든 생활을 해나간다. 천구당과 제생당의 싸움은 결국 제생당의 승리도 천구당의 집안 사람들이 감옥에 가서 힘든 생활을 하게 된다. 처참하게 죽어가는 천구당의 사무라이들의 치욕스러운 죽음인 참수에 처해가며 감옥에서 나쁜 소식들과 천구당의 패배소식에 도세와 데쓰도 기력을 잃어간다. 다행히 목숨만은 살았지만 하야시를 만나지 못한다.

산이 돌아오지 않으리 맹세하는 괴로운 이별
나라를 위해서라지만 적이 되어 버린 몸.

나라를 위해 주군을 위해가 아니라면
어찌 견딜까 오늘의 이별.

스승의 기록지 끝에 있는 절제된 마지막 그를 향한 마지막 시

님에게 사랑을 배웠네
그러니 잊는 길도 가르쳐 주오.

죽은 스승의 유언으로 알게 된 스미에 존재.
제생당에 딸인 걸 알게 되고
스승의 마지막 유언인 스미 씨의 삼남 요를 양자로 삼게 된다. 나카가와 스미 씨, 즉 이치카와 도세 씨의 아드님을 하야시 도세로 맞음으로써 히토에 대한 진혼으로 삼고자한다는 마지막 소원
을 남기며 마지막 숨을 거둔다.
서로가 다른 파로 죽고 죽이는 핏날의 시대의 스미와 나카지마 우타코는 서로를 결국 포용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모습으로 전쟁에서 힘
든시기 속 스스로 길을 개척하며 자신들만의 전쟁을 치른 여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등장인물도 많고 역사적인 내용들이 많아 낯설었지만 책 날개를 보면서 천천히 곱씹으면서 읽어가니 글귀 하나 하나 시의 함축되있는 인물들의 심리가 먹먹해지는 그들의 감정을 잘 표현하고 마음으로 느끼는 시간이였습니다.

아사이 마카테의 인터뷰를 통해 마지막 연가의 슬픈 사랑의 마음을 흩날리는 매화향과 함께 글을 전합니다.

“어느 잡지에 나카지마 우타코에 대해 짧은 문장을 쓴 걸 계기로 미토를 방문한 이후 본격적인 집필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일종의 운명이 아니었나 싶기도 해요. 《연가》는 역사소설이지만 단지 사실만 적은 것이 아니라 저에게는 연애소설이면서 여자들의 재생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그녀들이 힘차게 살아감으로써 잃어버린 생을 이어갈 수 있었으며, 그러한 축척 덕분에 우리들도 지금 여기에 있다는 걸 느낍니다. 여성분들이야말로 꼭 읽어주셨으면 좋겠다, 하는 이야기예요.”

매화의 꽃말.충실.고결.인내

슬픔과 고귀한 그녀의 사랑이 흩날리는 매화향을 품고 오늘도 덧없이 지고있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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